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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더 나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위하여

글 백지홍

한국 사회에서 미술은 스포트라이트를 자주 받는 분야는 아닙니다. 공중파 뉴스나 일간지에 미술 소식이 담긴다면 해외 행사에서 국내 작가가 수상했거나,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입니다. 그리고 후자인 경우가 더 많지요. 이번에도 ‘논란’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임기를 마친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의 후임 관장 선정 시 진행된 역량평가가 문제입니다. 유일하게 1차 평가를 통과하고도 고배를 마셔야 했던 이용우 전 (재)광주비엔날레 대표는 이례적으로 장문의 글을 통해 유감을 표했고, 시사주간지까지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김홍희, 윤범모, 이용우. 국립현대미술관 신임 관장 최종 후보 3인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보여온 이들로, 각기 장점이 다르다 보니 평가 기준에 따라 순위야 바뀔 수는 있어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후보로 오르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는 이들입니다. 예를 들어 최종 선정된 윤범모 관장의 경우 대중에게 다가가는 미술관으로서 면모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국립기관에 요구하게 되는 국내 미술사 정리의 역할이 더욱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이라 기대하게 됩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능력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선임 과정에 의구심이 생긴다면 첫발을 떼기도 전에 스스로 장애물을 안고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동안 윤범모 관장은 미술계의 관행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혀왔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비판의 화살을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정형민 관장의 퇴진 이후 지지부진했던 관장 선임 절차를 비판하고, 대폭 축소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권한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윤범모 관장은 자신이 비판했던, 그 자리에 섰습니다. 그가 비판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구조적 문제들은 대부분 지금도 존재합니다. 역량 평가가 관장 선임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러한 논란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미술관을 둘러싼 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 아닐까요.

국가가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현대미술 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의 ‘국립’은 단순한 상징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수백억 원의 예산이 집행되고 새로이 문을 연 청주관까지 4개 관을 거느린, 척박한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대형기관입니다. 그러다보니 『미술세계』가 가장 많은 소식을 담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 3월호만 하더라도 특집으로 서울관 전시 《마르셀 뒤샹》과 시기를 함께 하여 뒤샹의 예술세계를 살펴보았으며, 이슈앤피플 코너에서는 윤범모 관장의 임명과 박찬경 작가의 현대차프로젝트 선정 소식을 전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움직임은 한국 미술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우리는 더 나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원합니다.

3월 5일, 윤범모 관장의 취임 언론간담회를 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으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합니다. 그 자리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얻을 수 있을까요.

 

P.S.1 김홍희(b.1948), 윤범모(b.1951), 이용우(b.1952), 최종 후보 3인의 평균 나이는 한국 나이로 69.6세였습니다. 바르토메우 마리(b.1966) 관장의 임기 시작 당시와 비교하면 거의 20살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이는 국내 미술계가 중량감 있는 신진 기획자를 키우고 있지 못한다는 뜻 아닐까요. 다행히도 제주도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 공립미술관에 비교적 젊은 관장들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술관 학예팀 내부에서 관장 자리까지 올라가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P.S.2 3월 5일에는 《베니스비엔날레》와 《아트바젤 홍콩》 기자간담회도 각각 진행될 예정입니다. 봄을 맞이하여 미술계가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는 것이 체감됩니다. 이는 곧 저희가 더 바빠진다는 뜻이겠지요. 춘곤증을 이겨내고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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