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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전시(展示)로서의 게임, 게임으로서의 전시 ― 월페커즈(Wallpeckers): 미디어의 장벽을 허물기

글 박성국

도라산 런칭 행사 현장 ⓒNolgong

2019년 1월 17일은 필자에게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필자는 당일 게임 프로그래머로 지원한 독일 기업의 최종 현지 면접을 봤고, 그날 디지털 게임 〈월페커즈 - DMZ에서 베를린 장벽까지〉(이하 〈월페커즈〉)가 베를린 장벽 기념관(Gedenkstätte Berliner Mauer) 방문자센터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순간에 참여했다. 두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베를린. 나는 마침 〈월페커즈〉의 개발사인 놀공발전소(NOLGONG, 이하 놀공)의 공동대표 피터(Peter)공의 초대를 받아 해당 행사에 대해 미리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필자는 면접을 마치고 난 직후, 우버(Uber)를 타고 바로 행사 장소로 향했다. 이 글은 필자가 〈월페커즈〉의 베를린 런칭과 도라산 런칭에 직접 참여하는 과정에서 확장된 게임이라는 측면에서의 전시(展示)와 게임 사이의 관계를 다시 사유한 기록이다.

 

〈월페커즈〉 프로젝트

〈월페커즈(Wallpeckers)〉는 주한독일문화원과 놀공의 공동 프로젝트로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 약칭 ARKO)와 협력하고 독일 베를린 장벽 재단의 지원을 받은 프로젝트이다. ‘경계(Border)’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이 프로젝트는 장장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독일과 한국 양국에 전시하고, 나아가 통일 교육이 필요한 각 교실에 학습 교재 형태로 배포할 목적의 디지털 게임으로 완성되었다. 여기서 ‘월페커즈(Wallpeckers)’란 독일어 ‘Mauerspechte’의 번역어로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한 세대를 일컫는다. ‘Mauerspechte’는 ‘장벽(Mauer)’과 ‘허무는 자(peckers)’의 합성어다. 여기서 ‘peckers’는 나무에 구멍을 내는 딱따구리(woodpeckers)를 은유한 것으로 파괴하는 대신 자연스레 허물어뜨리는 주체를 뜻한다. 즉, 〈월페커즈〉는 게임의 명칭에서부터 통일을 이룩할 미래의 세대에 대한 은유를 사용한 것이다.

 

첫 번째 전시: 베를린, 독일

한 사람의 게임 열성분자(enthusiast)로서 해당 행사에서 기대한 것은 필자가 일상적으로 즐기는 게임의 경험이었다. 때로는 흥분되고, 때로는 화려한 시각적 연출을 통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게임 말이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 기념관 방문자센터에 도착하자마자 발견한 것은 전시 공간에 빼곡히 들어찬 패널 작품들이었다. 장난하자는 건가? 텍스트, 흑백 사진, 삽화로 들어찬 각 작품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5W1H)에 따라 분류되어 있었다. 이런 것은 필자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이건 게임이라기보다는 전시이지 않나?

이윽고 행사장에 들어서기 시작한 사람들은 정범구 주독 한국대사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VIP 인사들이었다. 그리고 이 게임의 런칭 행사의 연사들은 ‘통일’, ‘정치’, ‘교육’ 등의 주제에 대한 각자의 신념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어안이 벙벙한 필자를 포함한 참여자들을 상대로 게임 플레이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재생되었다. 그제야 필자는 슬슬 이 게임의 성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월페커즈〉라는 이름의 게임은 일반적인 엔터테인먼트 목적의 게임이 아니라, 통일과 정치 교육 목적의 전시를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었던 것이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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