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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기금이라는 법칙

글 백지홍

오늘날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법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미술과 대중이 만나는 대표적 공간인 국공립미술관의 전시와 운영 정책일까요? 수십억 원에 달하는 작품들이 오고가며 ‘최고가 경신’이라는 뉴스를 만들어내는 주요 경매회사와 화랑의 작가 선정과 판매 방식일까요? 혹은 전 세계 미술인들이 모이는 비엔날레를 둘러싼 움직임일까요? 물론 이들은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목적지라 할 만한 곳이니 한국 미술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통용되는 법칙이 미술계 전체에 주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겁니다. 지금 말하려는 법칙은 특정 분야가 아닌 한국 미술의 전 분야를 유령처럼 배회하며 자신이 지나간 곳에 독특한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창작지원금 등의 이름으로 각 기관의 운영 규칙들이 모여 만들어진 이 법칙은 ‘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작가도, 기획자도, 비평가도, 화랑도, 미술관도, 대안공간도, 심지어 제도에서 벗어나려는 활동까지 끌어안은 이 기금의 법칙은, 그로부터 독립하여 움직이려는 이에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기금의 행정적 사이클이 한국 미술계에 거대한 순환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이번 『미술세계』 4월호의 특집 구성도 기금의 영향에서 예외는 아닐 겁니다. 새로운 생명이 꿈틀대는 매년 봄은 미술인들이 기금을 신청하는 시기로, 미술씬(scene) 안에서 눈에 띄는 활동이 가장 적은 시기입니다. 그렇기에 『미술세계』는 봄이면 비평 특집이나 미술 현장을 살펴보는 글 중심의 특집을 진행하곤 했습니다. 또다시 찾아온 봄, 많은 미술인들이 기금 신청서를 접수하고 각종 절차를 밟아가는 시기를 맞이하여 『미술세계』는 특집 기사로 기금의 이모저모를 살펴봅니다. 기금을 운영하는 대표적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을 찾아 기금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데 이어, 기금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미술인 11명과 함께 라운드 테이블을 진행하며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분의 전문가가 작성해준 기금을 주제로 한 글로 특집을 마무리합니다. 일반적으로 미술잡지는 도판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독자들도 그것을 원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오랜만에 과감히 글로 이뤄진 특집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좁은 주제에 많은 말들이 쏟아져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을 통해 미술인들의 활동과 직결되는 내용으로 특집을 꾸린 만큼 주의 깊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집 외에도 세월호 5주기를 맞이하여 ‘Focus On’에 수록된 최종철 선생님의 원고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재난을 재현하고, 본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세월호 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Curator’ 코너에 초대한 백지숙 선생님은 인터뷰 3일 후인 14일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으로 선정되어 인터뷰의 의미가 더욱 커졌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내용이 담겨있는 4월호를 꼼꼼히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호 지면에는 담지 못했지만 3·1절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들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으니, 독자 여러분, (미세먼지를 피해) 미술관 나들이를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권태현 객원기자가 이번호부터 정식 기자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권 기자의 활약을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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