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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기금을 묻다

글 편집팀

『미술세계』의 4월호 특집 ‘기금을 묻다’는 그동안 쌓여온 궁금증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많은 사람들이 기금을 주고, 받고, 지켜보지만, 그리고 누구나 기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들을 하지만, 제대로 공론화된 적이 없던 것이 바로 ‘기금’이라는 주제다. 기금에 대해 논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미술세계』 편집팀 또한 알고 있다. 기금 항목이 늘어남에 따라 기금의 수혜를 받는 작가/공간/기획자/비평가/단체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런 만큼 기금 의존도에 대한 우려 또한 심심찮게 들려온다. ‘기금형 전시’, ‘기금형 작품’이라는 실체 없는 대상도 기금으로 인해 생겨난 조롱 섞인 비판일 테다. 기금은 또한 『미술세계』와 같은 매체의 콘텐츠에도 영향을 끼친다. 기금 공모 결과가 상반기에 나오고, 기금을 받은 대부분의 전시들이 하반기에 몰리다 보니 하반기에는 놓치는 전시들이 많고, 상대적으로 취재할 전시가 없는 상반기에는 ‘미술비평진단’ 시리즈 특집 같은 기획형 기사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기금을 묻다’ 역시 그런 시기적인 이유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일부 기관에서는 ‘아티스트피’와 ‘기획비’를 책정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그리고 그 길을 잘 닦아가기 위해서는 기금 지원 사업을 실행하는 기관과 기금을 수혜 받는 미술인들, 그리고 기금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많이 발화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특집에서 『미술세계』는 앞으로도 기관의 목소리, 기금 수혜자들의 목소리, 그리고 비평가들의 목소리를 모아 기금 시스템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예정이다. 미흡하고 불합리한 것들은 그 견고한 벽이 깨어질 때까지 두드려야 한다. 작은 구멍 하나가 커다란 댐을 무너뜨리지 않는가. 그 두드림을 위해, 미술인들과 독자들의 관심을 요청한다.

 

특집 목차

 

1. 기금을 주는 사람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2. 기금을 받는 사람들

작가: 릴릴, 차지량

기획·비평가: 심소미

공간: 대안공간 루프(양지윤), 합정지구(서다솜)

장터: 더 스크랩(김익현, 김주원, 안초롱, 이정민), PACK(김윤익, 심혜린)

 

3. 기금을 바라보는 사람들

관료주의적 지원의 범람, 익사하는 예술 | 백기영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 과다인가 과소인가 | 홍태림

다시, 지금 지역 대안공간 | 서상호

지원 기금 제도와 예술(가)의 자율성 | 임근준

기금을 다시 생각하기 | 윤원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기관과 사업 수혜자가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간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서한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부 대리 인터뷰 中​

 

"작가미술장터지원 사업을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 브랜드를 갖게 된 단체들은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사업을 기획할 수 있게 되는 등 그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

- 이수령 예술경영지원세터 시각예술유통팀장 인터뷰 中​

 

"돈을 얼마나 잘 썼냐는 문제보다는 돈을 어떻게 썼던 간에 그 결과물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평가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배소현 서울문화재단 예술기획팀 대리 인터뷰 中

 

"... 예술가라는 직군 자체를 보호해 주고, 사회적 위치를 인정해주며 권익을 신장시키는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 김진희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팀 책임학예사 인터뷰 中 

 

 

"탐험을 통해 작업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러한 세부 규정이 족쇄가 된다. ... 당분간은 스케줄로부터 자유로운 작품을 할 예정이다."

- 릴릴 작가

 

"향후에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다다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작게라도 실재하고 만져지는 무언가를 보고 싶다."

- 김윤익 작가, PACK 기획단

 

"그 제도 안에서 무엇을 만든다는 것은 진짜 장터를 만들지 말라는 것처럼 들린다. 우리가 기금을 받으면서 하는 일들이 실제로는 그저 '목업(mock-up)'일 뿐인 것이다."

- 김익현 작가, 더 스크랩 기획단

 

"기금이 없으면 전시의 규모와 전시에서 지원할 수 있는 사항이 매우 축소될 수밖에 없다."

- 서다솜 합정지구 운영자

 

"예술시장이 전적으로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만 조직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시장이 부재하기에 발생하는 부족한 부분을 제도가 채우려고 하니까 시장 안에서 자율적으로 무언가를 하기도 어려워졌다."

- 심소미 기획자

 

"제도를 곪게 만드는 것은 각각의 역할들의 문제가 하나하나가 쌓였을 때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제도의 운영자, 사용자,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의미가 분명한,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많기를 바랄 뿐이다."

- 차지량 작가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는 지원금을 집행하는 기관에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다.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자리는 너무 자주 바뀐다. 일관성 있는 지원정책은 고사하고 담당자조차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지원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문화예술 지원 사업은 단순 행정 업무로 전락했다.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직원은 예술가들이 제안한 사업들이 관심 속에 실현되는 것을 응원하고 지원해 주는 ‘후원자’가 아니라,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고 예산을 제대로 집행했는지를 감독하는 ‘감시자’가 되었다."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관료주의적 지원의 범람, 익사하는 예술」​ 中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이러한 방향성을 추동해야 할 주체가 다름 아닌 문화예술 생산자라는 점이다. 문화예술 생산자는 정책의 수혜자라는 정체성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에 따라서 변화해가는 국가의 문화예술 지원과 그에 따라 산출되는 창작의 관계를 언제나 예리하게 사유하면서 필요할 때는 문화예술 정책을 만들어내는 수행자로 적극 나서야 한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국가의 문화예술 지원을 둘러싼 우려들은 현실이 되고 기대는 불신과 갈등으로 얼룩질 것이다."

홍태림 미술비평 · 『크리틱-칼』 발행인​,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 과다인가 과소인가」 中

 

"지역에서 활동하는 비영리시각예술단체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이며, 이미 몇 곳은 도태된 상태이다. 이유는 당연히 경제적인 형편 때문이다. 남은 곳들 또한 생존을 위해 자기 소유 건물의 경우에는 대관 전시를 유치하거나 커피숍 운영을 병행하고, 건물에 입주할 경우에는 월세 부담을 안고 운영하는 단체가 대부분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단체 역시 십수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간 자립이 선취되지 않고는 중장기적인 계획의 실현도 어렵다."

서상호 오픈스페이스 배 대표, 「다시, 지금 지역 대안공간」 中

 

"순수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을 이상향이라는 소실점에 맞춰 통합하자고 주장할 수 있는 시대는 다시 올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자율성이라는 추상화한 목표를 공유하고 그를 지향하는 비판적 추동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던 시절이 옳았다. ‘그런 건 다 헛소리다’라고 해버리면, 모두 무기력하게 현실 탓을 하며 유동-부유하게 된다. 이제 정말로 ‘기금 및 후원 제도 특정적 작업’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근준 미술·디자인 이론/역사 연구자, 「지원 기금 제도와 예술(가)의 자율성」 中

 

"분과로서의 미술 또는 직업으로서의 미술가를 육성하고 지지한다는 것은 언제나 약간의 역설을 동반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역설 때문에 우리는 미술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미술을 가르치고 배우며 수행하는 일을 다르게 상상하려고 애쓰며, 그 노력이 미술을 움직여 나간다."

윤원화 시각문화 연구자, 「기금을 다시 생각하기」 中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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