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TOP

PEOPLE

본 것을 걸어가듯이-어느 큐레이터의 글쓰기

글 장서윤

백지숙 큐레이터·비평가 ⓒ김흥규

한국 미술계에서 30년 가까이 활동해 온 여성 큐레이터이자 비평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1992년 《도시·대중·문화》의 전시 서문을 시작으로 '99 여성미술제 《팥쥐들의 행진》을 공동 기획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큐레이터와 마로니에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던 백지숙 큐레이터. 더불어 그는 2006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마지막 장-길을 찾아서: 세계 도시 다시 그리다》 섹션의 공동 기획자로 참여하였고, 제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퍼블릭 스토리》와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의 예술 감독을 맡으며 활동의 스펙트럼을 확장해왔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자신의 글을 엮은 책 『본 것을 걸어가듯이-어느 큐레이터의 글쓰기』(이하 『본 것을 걸어가듯이』)를 출간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장장 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는 그동안 백지숙 큐레이터가 ‘본 것을 걸어가듯’ 적어 내려간 한국 미술의1990년대, 2000년대, 그리고 오늘의 모습이 담겨 있어 여성 큐레이터·비평가의 통찰을 통해 한국 미술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미술세계』는 백지숙 큐레이터를 만나 책의 내용을 비롯해, 미처 다 담기지 못한 그의 행적에 대해 물었다. 그가 남긴 발자취가 결코 작지 않은지, 인터뷰를 마친 3일뒤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으로 내정되었다는 기사가 났다. 인터뷰 말미에 그가 남긴 묵직한 말들은 어쩌면 앞으로 서울시립미술관장으로서 그가 그려가는 밑그림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정체성 규정이라는 게 항상 어려운 부분이에요. 1970~80년대 미술과 당시의 맥락(context)을 되돌아봤을 때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결국 ‘하나의 무엇’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미술사나 역사는 하나의 관점으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하나의 덩어리로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막상 당대에 들어가서 살펴보면 하나하나가 다 달랐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게 저에게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민중미술도 하나의 민중미술이 아닌 개별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민중미술이 있었고, 심지어 작가들마다 다른 종류의 활동을 전개해왔다는 걸 각성하게 되었어요. 가능하면 이 책도 여러 관점 중 하나의 관점을 더해주거나 빼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가 기획한 전시나 쓴 글들도 시간이 지나면 사실 다 촌스럽고 가난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웃음), 우리가 당대성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과거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그 촌스러움과 어색함과 이상함을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당대성이 좀 더 그럴듯하고 풍부하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 비엔날레를 포함한 한국의 대부분의 프로젝트성 행사들이 그래요.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감독으로 오자마자 여타 비엔날레와는 다른 미디어시티서울의 차별성이 무엇인가부터 이야기를 해야하고, 흩어져 있는 분관을 엮어야 했죠. 이건 기관이 해야 할 작업이잖아요. 일은 일대로 힘들고, 뭘 하나 만들어 놓고 나오면 지속성이 없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기관 작업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그걸 해야 그나마 해왔던 것들이 효과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보다는 기관 작업 나름의 재미가 있을 것 같고, 그리고 기관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변화의 가능성도많기 때문에 이 부분에 집중해보려 합니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THIS DIRECTORY

THIS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