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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김무호, 그리고 오늘의 문인화

글 백지홍

김무호, 〈魚樂圖 VII〉, 종이에 수묵채색, 157×540cm, 2019

김무호 작가의 개인전 《잠시, 이 자리》가 3월 27일부터 갤러리 미술세계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를 맞아 『미술세계』는 해방 이후 3세대 문인화가로 꼽히는 그의 작품 세계를 지면에 소개하고자 한다. 《잠시, 이 자리》에서 선보이는 근작들을 중심으로 김무호 작가만의 특색 있는 작품세계를 살펴보고 오늘날 문인화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 논해보자.

 

문인화의 수묵미학

화정 김무호(華丁 金武鎬, b.1953) 작가를 소개하는 글 중 상당수는 그가 예술의 고장으로 유명한 진도 출신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시작한다. 진도는 예술 중에서도 소치 허련(小痴 許鍊, 1808∼1893)을 비롯해 수많은 문인화가(文人畫家)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니, 김무호 작가에 대해 말할 때 진도를 화제로 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인화의 고장이 낳은 또 한 명의 문인화가가 김무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인화는 단어의 뜻만 읽는다면 선비나 사대부 계층인 문인(文人)이 그린 그림이니, 사회 계층으로서 문인이 사라진 오늘날 문인화에 관해 논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 당(唐) 시기 미술사가 장언원(張彦遠, 815~879)이 ‘글과 그림은 한 뿌리’라는 ‘서화동원(書畵同源)’을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문인화에 대한 언급은 그 역사가 깊지만,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북송(北宋) 시기로 보고 있다. 궁중 화원(畫員)에서 그려지던 세밀화, 채색화와 다른 수묵을 중심으로 한 그림으로서 문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시와 서예에 능하던 문인 중 서예로 단련된 붓 솜씨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등장하며 시(詩)·서(書)·화(畵) 삼절(三絶)에 능한 문인이라는 모델 또한 만들어졌다. 그런데 문인화의 특성을 담은 그림을 그리는 이가 단어 그대로 문인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안견(安堅, ?~?),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은 모두 화원 화가, 즉 직업화가이다. 청나라와 조선 시대에 이미 문인화는 문인의 여기(餘技)를 너머 하나의 미술 장르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린이의 ‘직업’이 문인이냐 아니냐는 큰 의미를 갖지못한다. 더욱 중요한 질문은 문인화를 문인화로서 인식하게 만드는 예술 장르로서의 특징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김무호 작가의 작업을 ‘문인화’라 말할 때 그 특질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답할 수 있는데, 그중 첫째는 창작자와 감상자 모두 ‘문인’으로 대표되는 지식인 계층이라는 점이다. 그림에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부분도 감식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림에 대한 이해를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그 내용에 담긴 유(儒)·불(佛)·선(仙) 등 당대의 철학적·문학적 소양, 이른바 사의(寫意)를 읽어낼 수 있어야 문인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해 그리는 이에게도 인문학적인 지식과 시각예술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만 뛰어난 문인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는 난초를 그리면서 자신이 추구해온 예서(隷書)의 조형미를 반영하고 선불교의 지극한 경지를 담아낸 걸작이다. 두 번째 특징은 먹과 붓 그리고 종이라는 재료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시각성이다. 단색인데다가 종이에 쉽게 흡수되고 잘 번지기에 사실상 수정이 불가한 먹은 표현상의 제약이 많은 재료다. 이러한 먹으로 자신이 담고자 하는 내용을 충실히 표현하기 위해서는 생략과 강조, 그림과 배경 사이의 구성의 묘가 더욱 중요해지고, 먹의 농담과 획의 활용이 전체 그림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진다. 종이에 붓이 닿는 순간 그림의 전체적인 모습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나라 문인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미불(米芾, 1051~1107), 미우인(米友仁, 1086?~1165?) 부자는 그림에 채색을 가미하였음에도 자신들의 산수를 가리켜 묵희(墨戱), 즉 먹의 유희라 부른 것은 먹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시라 하겠다. 재료의 한계가 오히려 특장점이 될 수 있도록 탐구했던 선인들의 노력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다른 회화 장르와 확연히 구분되는 문인화 특유의 미감을 만들어 냈다. 현대를 살아가는 문인화가로서 김무호 작가는 오늘날의 문인정신과 그것을 담아낼 독특한 수묵미학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을까.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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