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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 ESSAY

당신과 나의 이야기들

글 김도연

김도연, 〈말이 그려진 접시와 풍경〉, 장지에 유채, 36.8×54.3cm, 2017

갤러리에서 며칠 전에 들은 질문이 있다. 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어떻게 생각을 이미지로 할 수가 있지요” 질문을 듣자마자 나는 머리를 열어서 보여 줘야하나 잠깐 고민했다. 언제부터 이미지로 생각을 했나 기억을 돌이켜보니 밤의 풍경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나는 시력이 안 좋은 편이지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안경을 쓰고 다니지 않는다. 때문인지 빛이 부족한 밤에 잘못보게 되는 사물들이 무엇인지 유추를 하면서 온갖 상상을 하게 되었다. 특히나 적은 빛으로 보이는 사물의 그림자들은 내 상상을 더욱 볶아낸다. 가까이 다가가 그것이 무엇인지 사실을 알게 되어도 오해한 생각이 재미있어 그 상상을 더 이어갔다. 그러나 상상을 누군가에게 들려준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상상은 특히나 안개처럼 빠르고 옅게 사라지기 쉽고, 이어지는 오해의 상상들은 규칙 없이 서로를 오가며 합쳐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머릿속에 깊게 자리를 잡게 되는 오해의 상상들을 돌이켜 잡아보면 하나의 전혀 다른 이미지로 남게 된다. 말을 할 때 더해지는 억양과 제스처, 발음 그리고 추임새 등은 적은 빛으로 길게 나오는 그림자들과 같이, 변할 리 없는 형체를 공상의 세계로 혼입시킨다. 타인과 대화를 나눌 때면, 말은 주고받지만 말의 내용이 온전히 공유되지 못하는 상황이 있다. 특히 내가 보지 못하고 겪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는 내 안의 것들로 타인의 말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내 안의 경험과 상상력을 통해 내용을 유추해본다. 그것이 실제로 꽤 비슷할 때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최근 열린 개인전의 제목 《개나, 새나, 냄비》는 프랑스 시인 장 주네(Jean Genet)의 시집 『사형을 언도 받은 자/외줄타기 곡예사』의 한 대목이다. 시집은 특히나 충분한 감정이입이 없으면, 나를 까막눈으로 만들어버린다. 장 주네의 시에서 ‘개나, 새나, 냄비’는 중요한 대목이 아니었지만, 그 부분이 나에겐 다가오지 않아 오랫동안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결국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계속 문장을 읽어 나갔는데, 모든 상황들을 무의식적으로 개와 새와 냄비의 상황으로 상상하게 되었다. 분명 알고 있는 단어의 나열이지만, 내가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 대목은 길게 그림자를 뻗어 내게서 시를 삼켜버리게 했다. 전시는 문맥 없이 나열된 단어나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의 말 앞에서, 나의 경험과 상상력을 통해 언어 혹은 상황을 이미지로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단어의 뜻은 알지만 맥락이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일어나는 상황들을 말해보고 싶었고, 이를 보는 사람들도 작품을 보며 다양한 상상으로 읽어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밤의 풍경에서 내가 유추했던 상상의 것들 그리고 그것들에 또 다른 이야기를 짜내어 주는 당신의 접맥, 그렇게 글로도 쓰일 수 없는 당신과 나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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