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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거대함(bigness)의 피규어, 진열장, 미술관

글 콘노 유키

《돈선필:끽태점(Kitsutaiten)》 | 2.20~6.13 |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끽태점》 설치 전경 ⓒ2019 Sunpil Don

 

페인팅의 특종성(specificity)은 평면의 (어쩌면) 삼차원적인 ‘물질감’을 강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물감의 색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조각 혹은 오브제의 경우 색을 입으면 그 삼차원적 물질감을 단번에 인식하기 어렵다. 페인팅의 ‘평면의 물질화’—모더니즘 페인팅이 그랬듯—의 반대편에 ‘물질감의 페인팅-화(化)’라는 축이 존재하는데, 피규어는 후자에 해당된다. 색상이 없는 원형(原型)—넓은 의미의 ‘개러지 킷’(주로 레진 재질로 된, 도색 전의 모형)에 해당되는—은 공장이나 전문가 손을 거쳐 도색된다. 최종적인 결과물에서 표면의 코팅은 공간감을 창출한다. 실제로는 색깔도 깊이감도 없는 덩어리가 도색과정을 통해 진짜 피부처럼, 진짜 털처럼, 진짜 강철 수트처럼 연출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피규어는 페인팅적인 사실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규어에서 페인팅적 요소인 도색 과정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바로 형태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2월 20일부터 시작된 돈선필 작가의 《끽태점》은 그 형태에 대한 이야기를 일차적으로 다루고 있다. 《끽태점》은 한자로 옮기면 ‘喫態店’으로, 이는 일본어의 ‘喫茶店(깃사텐)’에 착안해서 작가가 만든 말이다. ‘喫茶店’은 ‘끽다점’으로 읽을 수 있는데, 이는 다방 혹은 카페를 뜻하는 단어로,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차를 음미하는 가게’이다. 끽다점이 이렇게 해석된다면 《끽태점》은 ‘형태’를 음미할 수 있다는 뜻이 되고, 이는 앞서 언급한 피규어의 페인팅-화에 대한 거부의 결과를 통해 제시된다. 전시장 곳곳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은 피규어와 나란히 위치하지만 일반적인 피규어가 되기 전단계로 전시된다. 피규어의 전단계란 페인팅이 없는, 즉 도색되지 않았거나 레진킷 그대로 조립된 상태를 말한다. 이는 특정한 인물이나 동물의 형상을 회화적으로 연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때문에 끽‘태’점의 태, 즉 형태와 모양새가 조형물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러 캐릭터와 크고 작은 대상, 심지어 기하학적 형태까지 포함해서 하나로 어우러진 오브제는, 단색 그대로, 손에 든 붓이나 정교한 도색기술을 거치지 않은 채 시각적으로 그 형태와 모양새를 음미하게 만든다.

그런데 전시공간을 더 넓게, 그리고 자세히 보면 《끽태점》의 ‘태’가 페인팅이 배제된 ‘형태’만을 의미하지 않는 걸 알 수 있다. 진열장과 진열대에 올려진 여러 대상들은 (흔히 언급될 만한) 저울 위의 고급과 하위문화의 관계뿐만 아니라, (박스의) 보관(boxed)과 (투명한 진열장의) 꺼냄(unboxed), 완성되기 전과 후의 모습, 전체(상)와 파편,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작가의 조형물과 소장품 사이에서 각기 다른 ‘상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앞서 본 피규어 전단계의 조형물은 여전히 박스 안에 있거나 갓 꺼낸 ‘상태’에 더 가깝다. 이는 진열장과 전시 공간에 일반적인 피규어와 그것이 들어가 있는/있던 박스의 배치를 통해 더 두드러진다. 결과적으로 그의 작업에서 피규어는 반전된다. 일반적으로 색을 입히는 대상은 모양새와 형태 자체로 음미될 일이 흔하지 않다. 작가는 이 과정을 페인팅의 기술인 그리기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색을 입혀(all-over) 역행시킨다. 그런데 그 역행 단계에서 조형물은 여러 소스들의 혼합체로 나타나면서 원형의 특종성—형태, 모양새 —에 잡종성을 인식시켜 보여준다. 제작시기도 형태도 각각 다를 뿐만 아니라 전체(상)가 아닌 파편들로 종합된 조형물은 그의 작업에서 ‘복합적인 덩어리’의 원형으로 나타난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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