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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JUNG ART 1979~1994 ㉘

미술동인 실천Ⅱ

글 김종길

손기환, 〈불청객〉, 캔버스에 아크릴, 100×80.3cm, 1985

만화정신기획위원회가 기획하고 미술동인 ‘실천’이 발행한 『만화정신』(제1권, 1986년 12월 발행)에 《만화정신전》 참여 작가 명단이 수록되어 있다. 장진영(만화필명: 장영수), 이인철, 최민화, 박불똥, 문영태, 이섭, 박진화, 손기환, 송진헌 박형식, 황당, 안문선, 송준재, 송윤희, 탁영호, 송문익, 배종광이 그들이다. 이들이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민중만화 시대를 연 작가들이다. 우리 만화의 역사는 바로 이들에 의해 새로 쓰이기 시작했다. 책의 구성은 1부 평론, 2부 만화작품, 3부 자료 순인데, 1부에 실린 평론의 주제를 통해서 만화가 어떻게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미학언어로 새롭게 재인식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부 제목은 “80년대 만화의 이념과 그 현실”이다. 최민화, 곽대원, 최열, 김창남, 안기태, 김현, 이원복, 스야마 게이이찌, 사까자끼 오쯔로오, 리우스의 글이 실렸고, 글의 주제는 「대중의 만화 그 존재 기반과 방향」, 「삶의 무기로서의 만화」, 「참다운 대중 문화의 열쇠-만화」(이상 최민화), 「현실에 밀착한 만화운동」(곽대원), 「한국 만화의 역사와 대중화 운동론」(최열), 「시사 만화-왜곡과 풍자의 미학으로 ‘만화운동’의 가능성」(김창남), 「새롭게 떠오르는 대중문화-만화」(이원복)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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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갑자기 80년대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을까? 최열은 80년대 민중만화운동의 배경에는 일정한 대상을 상대로 하는 교육용 교재의 요구가 직접적인 동인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토의 왕국」처럼 분단 현실을 다루거나 「황제」, 「핵충」의 경우처럼 핵무기 문제, 혹은 「나발부는 KBS」의 경우처럼 언론 문제를 다루는 등 소재의 폭도 넓어졌다고 진단한다. 또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들이 단행본으로 출판되면서 유통경로도 확장을 꾀하는데, 이런 움직임은 만화의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서 대중을 향한 본격적인 궤도로의 진입을 뜻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민중만화의 등장과 탄압 사실, 민중만화의 역사는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이 만화를 주요 시각매체로 활용하기 시작한 70년대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김봉준은 1978년 섬유노조연맹에서 제작한 『노동조합이란?』에 만화삽화가로 참여했다. 1979년에는 대한전선 노동조합에서 조합원 교육용으로 만든 만화슬라이드를 장진영이 제작했다. 두 사람 모두 1982년에 결성한 미술동인 ‘두렁’의 작가들이다. 이 둘은 적극적으로 노동운동 현장과 결합해 만화를 제작했다. 미술평론가 라원식은 “청계피복노조, 화학노조연맹 그리고 미조직 노동자들의 크고 작은 노동자 모임에 필요한 학습만화가 제작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연속적으로 발전하지는 못하였다. ‘빛고을의 항거와 죽음’ 이후 민주노조는 남김없이 파괴되고, 노조 실무자들은 삼청교육대로 끌려갔기 때문”이라고 당시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정치 비판, 풍자만화의 등장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있다. 그는 「80년대 만화운동」에서 이 부분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김주형과 이은홍이 『노동자신문』에 연재한 4단 만화 「깡순이」부터 살펴보자. 「깡순이」는 조합주의를 넘어서는 정치적 노동운동을 치열하게 펼쳐나가 탄압에 맞서자며 운동의 깃발을 높이 치켜든 서울노동운동연합(이하 서노련)의 기관지에 실린 것이다. ‘깡순이’라고 했듯이 이 만화는 ‘강도 높은 정치비판’을 내용에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서노련은 이은홍, 김주형, 이기연이 노동자 임금인상 투쟁 지침을 그린 교육용 학습만화 「사장과 진실」을 펴냈는데 두 만화가 이적표현물로 분류되면서 만화가로는 처음으로 이은홍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돼 6개월 실형을 살았다.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최저임금을 준수하라고 주장한 것이 ‘이적행위’로 간주된 것이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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