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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다

글 백지홍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지난 2월 미술기자, 전시기획자, 비평가, 미술행정가 등 다양한 미술 현장에서 활동해온 윤범모 큐레이터가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임 관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평소 미술사 정립의 중요성과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전시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어떻게 변모시킬까.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내 유일의 국립 미술관으로서 한국 미술계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윤범모 관장의 운영에 따라 우리 미술계의 지형이 변화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과천관, 덕수궁관, 서울관에 이어 작년 개관한 청주관까지 4관 체제를 본격적으로 이끌 첫 관장이자, 법인화 추진이라는 명분하에 정체되어 있던 미술관 구조조정을 이끌어야 하는 관장으로서 주어진 임무가 막중하다. 윤범모 관장을 만나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에 대한 심화 질문을 포함하여 국립현대미술관의 운영방향에 관해 물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4개 관을 아우르는 대형 미술관이자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으로서 그 역할이 큽니다. 관장님의 운영 방향이 한국 미술계 전체에 영향을 줄 텐데요. 운영 방향의 큰 틀은 무엇인가요?

미술관 밖에서 비평 활동할 때에는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었는데, 미술관 안으로 들어와서 예산, 인력, 직제 등 행정과 제도 문제 등을 파악하고 나니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느껴집니다. 미술관 운영의 구조적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그럼에도 이상과 현실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일이 미술관 관원들, 특히 관장의 역할입니다. 미술계 현장의 목소리와 미술관 사업의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선 기자간담회에서는 ‘우리 미술의 정체성을 곧추세우겠다’고 표현했더니 ‘정체성(正體性)’이라는 단어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한국 미술의 자존심을 살리고 싶은 소신은 버리기 어렵습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무대에서도 한국 미술의 실체가 정당하게 자리매김하기를 원하고 있고, 또 그런 희망의 전초기지로서 우리 미술관이 역할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문턱이 낮은 미술관, 신바람 나는 미술관, 감동과 상상력이 넘치는 미술관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해주세요.

미술관을 보는 관점은 열 명이 있으면 열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으로서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은 특정 분야에만 치우칠 수 없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동서고금을 두루두루 헤아혀야 합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미술관의 존재 의의를 설명한다면, 전문가에게 국립현대미술관은 담론 생산의 전초기지, 즉, 담론의 모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을, 그러니까 현실과 이상을 두루 고려하면서, 미술 생태계의 전선에 서야 하는 책무가 있습니다. 담론 생산은 미술관의 고유기능인 작품 수집, 연구, 전시, 교육, 출판 등으로 직결되어야겠지요. 이는 미술관의 성격과 품격을 말해 주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미술관과 외부 전문가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전문성을 발휘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한편, 미술관을 찾는 다수의 일반 관객들은 눈높이가 천차만별입니다. 관객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없다 해도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겠지요. 미술관이 일반 관객에게 감동과 상상력 그리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특히 자라나는 세대에게 상상력을 듬뿍 줄 수 있는 미술관을 그려 봅니다. 청소년 세대에게 미술관은 일종의 ‘생각의 놀이터’였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하지만 미술관은 문화예술 기관이면서 권위적이고 귀족적이어서 문턱이 높다는 지적도 듣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때로는 미술관이 방문객을 주눅 들게 하기도 합니다. 평생 미술관을 출입하며 살아온 저도 어떤 때는 미술관 출입이 편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미술관은 미술품을 숭배하기 위한 신전과 같은 곳이나, 미술품의 공동묘지가 아닙니다. 미술관은 삶의 현장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욕심을 내어 신바람 나는 미술관을 만들겠다고 했으니, 사실 엄청난 과욕이겠지요. 미술관 근처에 살면서도 평생 미술관과 담 쌓고 살다 가는 분들께 죄송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전시 기획 단계나 교육프로그램 등에서도 균형 감각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네요.

물론입니다. 전시 기획은 미술관의 성격을 말해줍니다. 저희 미술관에서 1년에 20여 건의 전시를 개최한다면, 그 20여 건에 대한 균형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주제, 장르, 작가의 세대, 시대, 경향, 화풍, 국내와 국제, 개인과 단체, 지역, 남녀노소 등을 안배해서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모든 미술관 사업에 해당하는 운영 원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와 일반 관객의 입장을 아울러야 한다는 접근에 공감합니다. 특히 대중친화적인 전시라는 측면은 지난 《창원조각비엔날레》를 비롯하여 관장님이 감독하신 전시에서 많이 말씀하셨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전문성 확보와 대중성 확보가 상충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립이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기관장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단원이 자기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교향곡 연주가 성공합니다. 만약 한 시간 연주하는 곡이 있다면, 한 시간 내내 연주하는 연주자가 있는가 하면 단 한 번만 연주하고 마는 연주자도 있습니다. 지휘자의 역할은 모든 단원이 적재적소에서 역할하도록 균형 잡는 일입니다. 직무에 대한 만족감을 안을 수 있는 직장, 즉 미술관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겠지요. 이를 위한 행정적 뒷받침이 관장의 역할일 것입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사명감과 전문성을 기본 덕목으로 하여 미술관을 꾸려 간다면 어느 정도 성과는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4관 체제를 본격 시작하는 관장이십니다.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는 과천관은 가족 미술관으로서 성격을 강화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대중 친화적 면모가 강조되는 것이라 생각해도 될까요.

현재 과천관이 문제입니다. 나머지 3관은 성격이 날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에 반해 과천관은 그렇지 못합니다. 아니, 서울관이 주목받을수록 과천관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과천관은 서울관의 배 이상 크면서도 관객 수는 반도 안 됩니다. 그래서 과천관은 3가지 특성을 고려하고 있는데, 전문가를 위한 연구 기능 강화에 따른 아카이브 시설, 그리고 근현대미술사를 관통하는 상설 전시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린이 미술관을 독립하여 가족 친화적인 미술관을 만들고자 합니다. 미술 관련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라기보다는 미술이라는 장르를 중심에 놓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 미술을 활용한 상상력의 충전소 역할 같은 것을 상상해 봅니다. 또한, 과천관은 ‘숲속의 미술관’으로 되어있는데 자연 친화적인 부분도 강화하고자 합니다. 현재 커다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조각 공원을 개선해서 꿈을 담은 공원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그런데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과천관의 경우, 평일에는 학교 때문에 학생들의 접근이 어렵고, 주말은 서울대공원 때문에 교통체증과 주차난으로 접근이 어렵습니다. 구조적으로 심각한 난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과천 어린이미술관은 즐겁고 유익한 미술관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지난 기자간담회에서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바꾸기 위해서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질문 중 일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시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 행정 시스템상 인력과 예산의 문제는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등 중앙 부처 그리고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미술관이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협조 체제를 통해서 진행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미술관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사명감과 열정으로 관련 부처의 협력을 얻고자 합니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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