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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ESSAY

약한 연결

글 박동균

박동균, 〈SD17RSAP.KR- 06624.H_8789_6DM2〉, archival pigment print 92×65.7cm, 2017 ©VDK Generic Images

 

이미 오래전부터 기술 메커니즘을 토대로 사물이 획득한 형태와 기능은 스스로의 논리를 가지고 현실 세계로 침입하는 과정에서 물질의 속성을 넘어섰다. 그것은 이제 일상적 실천 안에서 좀처럼 물질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시적인 물질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제작 절차의 결과가 더 이상 피사체(사물)를 지지하지 않을 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 눈앞에 놓인 LED 전구와 카페인 샴푸, 그리고 화병 속의 시들어 버린 꽃, 이들은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물질임이 분명하지만, 그것이 이미지의 표면 위에 ‘안착’되었을 때 만들어지는 ‘유사 - 물질’의 이미지는 무엇을 보이게 한다기보다 오히려 그 표면에서 대상을 일시적이거나 임의적으로 제거시킨다. 이렇게 수많은 연결고리를 거쳐 불안정하게 본래의 물질적 속성이 탈락된 채 표면에 맺힌 대상은 이미지의 논리 아래에 놓여 또 다른 기능으로 굴절 적응한다.

일시적으로 명명한 ‘제네릭 이미지(generic images)’는 동시대 기술과 과학 그리고 산업을 이미지로 환원해 바라보았을 때 획득되는 보편성이 우리에게 보이는 세계에 도래할 가능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제네릭 이미지는 ‘약한 연결’로 이름 붙인 개별 이미지의 사물과의 연계를 기능적으로 확장한 일종의 이미지 분류 프로토콜이다. 그것은 관찰 - 기록 - 연출 - 시뮬레이션의 제작 공정으로 구성되어 양적으로 확보된 사진 - 이미지의 수많은 노드들(nodes) 사이의 연결에서 형성될 수 있는 어떤 일반성을 함유한 이미지를 찾아낸다. 이때, 내가 주목하는 것은 각 공정을 거쳐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이미지의 분포 범위를 점진적으로 좁혀나갈 때 (또는 그 속도를 지연시킬 때) 상이한 이미지 - 프로덕트가 위치하는 어느 한 지점이다. 따라서 나는 이번 작업에서 동시대의 개별 이미지에 스며든 비가역적 기호로부터 벗어난 일종의 일반성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이미지 제작 공정의 산업화를 채택하였다. 나아가 그 생산물을 사물과 이미지 사이의 (미약하지만 강인한) 연결로 이루어진 어떤 장면(scene)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약한 연결’을 구성하는 이미지 제작 공정의 경우 다음과 같다. 이들은 각각 (1)주변에 편재하는 사물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이미지, (2)몇몇 사물들을 작업실 안으로 들여와 즉흥적으로 연출하여 기록한 이미지, 그리고 (3)디지털 가상공간 안에서 사물을 재현하고 생성한 이미지로 구성된다. 지속적인 관찰로부터 연쇄적인 동시에 기능적으로 발생하는 기록, 연출, 시뮬레이션이라는 일련의 제작 방식은 사물과 이미지 사이의 연결을 느슨하게 만들고 그 벌어진 틈 안으로 감상자를 밀어 넣는다. 이러한 접근법은 작업 과정을 통해 헤아릴 수 있는 사물의 물질적 가능성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며, 이미지의 체계를 통해 구체화되는 사물의 미적 상태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박동균(b.1992) 작가는 사진과 회화를 상호참조하며 상이한 물질/이미지 사이의 연결에서 일어나는 시각적 징후들을 관찰한다. 기술, 과학, 그리고 산업 프로덕션을 물질에 기인한 행위의 결과이자 확장으로 상상하고, 이로부터 도출되는 ‘약한’ 연결 상태에 관해 탐구하고 있다. 그는 현실과 동기화된 물질이 이미지 표면에 안착되었을 때 발생하는 링크의 약화 또는 상실에 주목한다. 최근에는 ‘VDK generic images’를 통해 이를 서로 다른 형질의 유닛으로 분류 및 가공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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