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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스톡홀름 아트페어, 대안적 예술채널부터 노르딕 아트의 정수까지

글 정필주

《슈퍼마켓 아트페어 2019-스톡홀름 인디펜던트 아트페어(Supermarket Art Fair 2019-Stockholm Independent Art Fair)》 | 4.4~4.7 | 시클라 프론트(Sickla Front)

 

핀란드 헬싱키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빌리 본 니시넨(Vili von Nissinen)의 퍼포먼스 장면, 사진: 정필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슈퍼마켓 아트페어(Supermarket Art Fair)》(이하 《슈퍼마켓》)는 올해로 13주년을 맞이한 행사다. 《슈퍼마켓》은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공간(Artist-run-space, 이하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들을 주요 참가자들로 상정하고, 상업 시장과는 일정 거리를 두는 독립 아트페어, 대안 아트페어를 표방하며, 스웨덴 예술위원회 및 스톡홀름 시청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2006년 《마켓 아트페어(Market Art Fair)》(이하 《마켓》)라는 상업적 아트마켓에 대응하기 위해 ‘미니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스톡홀름의 11개 공간이 모여 처음 시작한 이래, 2007년 지금과 같은 이름으로 7개국 17개의 부스가 참여하는 국제 아트페어로 발전하였다. 이후, 2017년 25개국 74개, 2018년에 27개국 53개 규모의 대안적 국제 예술축제로 성장하였는데, 올해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기획집단 ‘예문공’이 한국 최초로 초청받아 참여하게 되었다.

다만, 《마켓》은 2017년까지만 해도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및 아이슬란드로 이루어진 노르딕 5개국 갤러리들이 노르딕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철저히 ‘노르딕 아트’ 중심의 아트페어였으며, 2018년에야 그 문호를 영국이나 이탈리아 갤러리에 개방했다는 점(올해는 스위스, 이탈리아, 영국 참여)에서 출발 초기부터 국제 아트페어를 표방한 《슈퍼마켓》과는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마켓》의 작품 선정 위원장은 언론과의 프리뷰 인터뷰를 통해 “분명 노르딕 아트를 타 지역 컬렉터들에게 소개하거나 노르딕 아트씬에 (외부 수혈을 통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중요하며, 《마켓》 아트페어는 (외부에) 닫혀있지도 않다.”면서도, “결국 노르딕 아트 중심의 관점이 《마켓》 아트페어의 근간”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하였다.

오히려, 《슈퍼마켓》의 차별성은 부스 혹은 갤러리 중심이 아닌 각국의 출품자, 예술가 중심의 운영, 거기에 스웨덴 예술 공간들과의 긴밀한 협력에 있다는 것이 필자가 직접 출품자로 참여하며 느낀 바이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은 2017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이후 장소 문제로 2년 연속 아트페어의 규모를 줄이고 있는데, 주최 측은 국외 참가국을 줄이는 대신 오히려 수차례에 걸쳐 참여해온 스톡홀름 지역의 공간들의 참여 규모를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공간들은 여전히 《슈퍼마켓》 주최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약 43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는 스웨덴 판화예술가협회 부속 갤러리 ‘그라피스카 살라스카페트(Grafiska Sällskapet)’의 경우 올해 《슈퍼마켓》에 참여하지 않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대행사 성격의 ‘갤러리 나이트’에 협력 갤러리로 참여한 것은 물론, 자체 전시의 공식 오프닝 전날에 《슈퍼마켓》 출품자들만을 위해 사전 오프닝 행사를 진행하였다.

 

예술가들의 교류를 위한 아트페어

25개국 40개 부스가 참여한 이번 13회 《슈퍼마켓》 출품자들은 전반적으로 ‘예술은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듯했다. 이는 통상 우리가 생각하는 ‘아트씬’ 혹은 국제무대진출이 일정 이상의 인구를 충족한 대도시에서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소셜미디어 중심의 디지털 기반 채널과 예술가 중심의 레지던시 네트워크 등으로 예술가-대중은 물론 지방-대도시, 국내-국제간 예술 교류비용이 낮아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

우선 출품자 중에는 대도시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약 2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2년에 걸쳐 아무런 자금 지원 없이 홀로 빈 담배공장을 예술가 레지던시와 전시실로 변신시킨 ‘인터페이스(INTERFACE)’ 디렉터나, 인구 15만 명이 거주하는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서 9명의 작가가 공동으로 작업실을 사용하는 ‘분케른(BUNKERN)’ 등이 대표적이다. ‘분케른’의 예술가들은 자신들을 ‘스튜디오 콜렉티브’라 칭하며, 대도시는 물가가 비싸고 대형공간을 구할 수가 없어서 전시는 대도시에서 하고 작업은 작은 마을에서 하는 전략을 취한다. 시리아 출신의 작가는 내전으로 인해 시리아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을 떠나 스톡홀름에 거점 ‘올아트나우(AllArtNow)’을 마련했다. 시리아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난민들에게 무료로 내주었다는 그는 자신의 활동을 “큐레이토리얼 노마디즘”이라 정의했다. 올해 5회째 《슈퍼마켓》에 참여한다는 그는 “독립큐레이터로 있을 땐 개인이라 같은 활동도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공간이름으로 활동하니 같은 성과도 개인일 때 보다 더 잘 봐주는 것 같다.”며 《슈퍼마켓》에 출품하는 것에 만족했다.

일반 아트페어의 목표라 할 수 있는 판매의 경우, 사실 참여자들은 물론 주최 측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예문공’이 선보인 김원진, 배병욱 작가의 작품에 스웨덴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것처럼 구상이나 추상회화가 아닌 개념미술이나 퍼포먼스 작품들에 대해서도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 점에 있어 《슈퍼마켓》은 성공한 듯하다. 즉, 《슈퍼마켓》은 ‘아트페어’의 형태로 전시, 퍼포먼스는 물론 포럼 등의 틀을 도입해서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슈퍼마켓 포럼’은 올해 처음 도입된 것으로 출품자들이 스웨덴 현대미술계의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아트 매니저, 미술기관 관계자 등과 만나도록 하는 일종의 네트워킹 프로그램이다. 실제 각 출품자를 대표하는 40여 명과 주최 측이 초대한 인사 약 40명은 페어 행사장에 모두 모여 7~8개의 조로 나뉘어 서로 자신을 소개하고 네트워킹의 시간을 가졌다. 필자가 참여한 조에는 스웨덴 문화부 산하 미술기관, 스웨덴 사립미술관, 레지던시 운영자, 예술가, 큐레이터 등이 있었다. 처음에는 조원들 약 10명이 집담회 형태로, 나중에는 한명씩 짝을 이뤄 각 조원과 일대일로 5분씩 대화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한 명이 자기가 개최하는 미술전시 엽서를 꺼내 돌리자 모두 한바탕 웃었고, 각자 준비해온 명함, 브로셔 등을 적극적으로 주고받았다. 이 포럼은 출품자 전원이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아트페어 부대행사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갖는다. 일반적인 아트페어에서 출품자들은 경쟁 관계인 경우가 많으며, 출품자가 해당 페어의 다른 출품자를 주최 측이 마련한 파티 등을 통해 만나는 경우는 있지만, 출품자 전원이 의무를 갖고 서로 만나도록 행사가 조직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번 포럼은 프레스 및 VIP 오프닝 바로 다음날 있었는데, VIP 오프닝 다음 날 전시장을 오후 내내 폐쇄하고 출품자들끼리의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은 본 《슈퍼마켓》이 참여자 위주의 행사임을 보여준다. 포럼 외에도 ‘PNP(Professional Networking Participant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기관 관계자들이 출품자와 네트워킹 및 컨설팅 협력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2016년부터 시작된 PNP는 매년 초청자 명단을 홈페이지와 도록에 공개한다. 올해는 전 세계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및 레지던시 네트워킹을 조직 중인 ‘아티스트 런 얼라이언스(Artist Run Alliance)’의 기드온 스밀란스키(Gideon Smilanski, 이스라엘), ‘말뫼 오픈 스튜디오’의 리나 로바센(Rina Løvaasen, 스웨덴) 등이 초청됐다. 이들 외부 인사들은 출품자들과 함께 전시장 부스를 둘러보며 작품 감상은 물론 차기 프로젝트의 협업 가능성을 즉석에서 타진하기도 하였다. 아트페어를 찾은 스웨덴 문화부장관 아만다 린드(Amanda Lind) 또한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슈퍼마켓》은 작가의 성장을 돕는 아트페어”라며 독립적, 대안적 아트페어로서의 《슈퍼마켓》의 정체성에 상당한 관심을 드러냈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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