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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JUNG ART 1979~1994㉙

시월모임Ⅰ-김인순, 여성의 현실에 맞서다!

글 김종길

《半에서 하나로》를 준비하면서, 왼쪽부터 김인순, 김진숙, 윤석남 작가, 1986

 

결성

김종길(이하 길) : 개인전 끝내시고 그 후에 윤석남 선생님과 김진숙 선생님을 만나신 거예요? ‘시월모임’이 1985년에 결성되었잖아요.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김인순(이하 순) : 그 당시 취미생활 그룹들이 더러 있었어요. 우리는 크로키를 같이 했어요. 모델을 따로 쓸 수 없으니까 그렇게 했죠. 거기서 김종례 씨랑 윤석남 씨, 김진숙 씨를 만났어요. 아, 김진숙 씨는 나중에 윤석남 씨를 통해서 만났지. 그때 나도 개인전을 하고 윤석남 씨도 개인전을 했을 거야 아마. 그 시기에 말예요. 윤석남 씨도 나랑 비슷한 주제의 개인전을 했어요. 어머니를 그려서, 그러니까 그것도 가족사인 거지요. 어쨌든 그때 강남에 있는 공동모델을 쓰는 크로키 화실을 다녔는데 홍대 졸업생이 주축이 돼서 하는 모임이었어요. 윤석남 씨도 나가고 나도 그 쪽으로 갔다가 만나게 됐죠. 김진숙 씨가 나중에 유학에서 돌아와 만났는데, 보니까 셋이서 뭐가 될 거 같더라고요.

길 : ‘시월모임’ 결성하기 전에 서로 만나서 이런 모임을 만들자, 뭐 그런 과정들이 있었어요?

순 : 그럼요. 처음에는 셋 다 가정주부들이니까, 가정의 가부장적인 데에 불만들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었죠. 이것을 어떻게 미술로 표현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가득 가지고서 활동을 했어요. 하지만 처음에는 그런 것을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있다가, 우리 40대 중년부인 세 명이 어쨌든 미술 판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뭔가 도전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했죠. 그동안 드로잉이라는 게 없었는데, 미술의 기본인 드로잉을 전시를 통해 크게 한 번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고, 관훈갤러리 전 층을 빌려서 1, 2, 3층 한 층씩을 맡아 전시를 했죠.

길 : 그 전시 도록을 보면 작품이 몇 장 안 실려 있는데다가 너무 얇더라고요. 사실 전 어떤 작품들이 더 있었는지 궁금했어요. 그게 늘 아쉬웠죠.

순 : 그때 그 드로잉 작품에 대해 김윤수 선생님께서 글을 쓰셨어요. 첫 개인전이 끝난 다음이었고, 마침 김윤수 선생님이 해직 교수로 있었던 때여서 시간도 좀 있으셨던지 세 명의 화실을 땀 뻘뻘 흘리시면서 돌아보시고 글을 쓰셨죠.

 

‘반에서 하나로’의 의미

길 : 실제로도 초기 작업하고 ‘시월모임’ 전시 《半에서 하나로》의 작품들은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림의 스타일에서부터 주제 의식까지 모두요. 예를 들면 〈색안경〉에 등장하는 호랑이 이미지 같은 게 아주 상징적이에요. 인터뷰하러 오면서도 살펴보았는데 확실히 변화의 폭이 아주 큰 것 같아요. 해변에서 햇볕을 쬐는 여성들 위로 거대한 호랑이가 포효하고 있어요. 여기서 호랑이의 상징성은 무엇인가요?

순 : 이씨 조선에서는 남자예요. 남성성이죠.

길 : 호랑이와 까치에서도 호랑이가 등장하면 남성이니까.

순 : 호랑이는 남자에요. 민화에서는 호랑이가 남자이기 때문에 호랑이 그림을 집에다 갖다 놓는 거예요.

길 : 가부장적 상징물이군요.

순 : 맞아요. 거기다 바로 가부장적인 그 의미를 쓴 거죠. 호랑이는 가부장제의 상징이니까요. 여성들은 호랑이 그림을 함부로 보는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길 : 사실 《半에서 하나로》의 아주 대표적인 작품은 따로 있잖아요. 가장 많이 연구되는 것이 〈현모양처〉 맞죠? 이 작품은 색도 독특한 것 같아요. 마치 크로키하듯 그려졌고요. 밀도 있게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주제 의식은 너무나 명료하고 말예요. 화면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굉장히 현대적인 미감을 보여주죠. 새로운 형식 미학이랄까. 그런 실험들도 저는 독특하게 보이더라고요.

순 : 그 작업이 처음으로 주목을 받았어요. 여성학 교수들, 그러니까 연세대의 조한혜정 씨와 같은 교수들이 그때 아주 깜짝 놀랐었죠. 우리가 또 그것을 엽서로도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그 엽서 그림을 가지고 미국 여성학 회의에 가기도 했어요. 거기서도 다들 깜짝 놀랐다고 하더군요.

길 :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사실은 다들 인식은 하고 있지만 그것을 미학적으로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 발 씻는 그림들을 생각해 보세요. 여성들의 문제의식을 다루는 소설들에서조차도, 사실 표현의 방식이 너무나 은유적이거나 상징적이어서 그 안에 갇히는 경우가 많고, 또 맥락이 너무 중층적이어서 읽히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는데, 사실 선생님 작품들은 그 상징이나 은유가 없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읽히기 어려운 것도 아닐 뿐더러 아주 단박에 읽히고 상징도 큰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순 : 에이, 그때는 재미로 했어요(웃음). 정말 재미로. 그때는 미쳐있었으니까 재미로 했죠. 지금 생각하면 말예요.

길 : 《半에서 하나로》라는 제목의 탄생 장면도 떠오르세요?

순 : 서로 회의를 했죠. 그때 여성학이 새로 막 들어올 때인데 저희도 공부를 시작하면서 알게 됐어요. 중국에 ‘하늘의 절반’이라는 여성팀이 있었거든요.

길 : ‘하늘의 절반’이요? 미술팀 인가요?

순 : 미술팀은 아니고 여성운동 쪽일 거예요. 아마 중국의 여성운동 팀인지 아니면 그냥 여성들 팀인지는 모르겠는데 그게 여성학에서 등장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가지고 언뜻 이미지가 떠올라서 ‘반에서 하나로’를 제가 말했더니 깜짝 놀래가지고 모두 그럼 그걸로 하자, 그렇게 된 거죠.

길 : 직감적으로 그것을 알았군요.

순 : 그렇죠. 하늘의 절반에서 이미지가 온 거죠.

길 : 그런 자료들은 어디서 보셨어요?

순 : 여성학 쪽에서 오는 자료들을 많이 읽었으니까요. 여성학계의 세미나 자료집과 논문집도 보고 소식지도 봤어요. 여성학계와 우리도 몇 번 교류 기회를 가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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