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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철, 한국 미술시장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글 백지홍

최웅철 화랑협회 회장 ⓒ김흥규
5월 12일, 홍지동에 새 둥지를 튼 웅갤러리에서 최웅철 한국화랑협회 회장이자 웅갤러리 대표를 만났다. 그는 갤러리 개관을 앞두고 바쁜 와중에도 앞으로의 화랑협회의 활동에 대한 질문에 미술시장의 양극화에 대한 진단과 그 해결책으로서의 근대미술 활성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전했다. 한국 미술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화랑들은 어떠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자.

화랑협회 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독자 분들께 화랑협회를 소개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화랑협회는 화랑들을 대표하는 사단법인 단체로서 그 역사는 40여 년이 되었는데요. 저는 지난 2월 화랑협회의 19대 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회원으로는 140여 개의 화랑이 속해 있는데, 국내 화랑 수가 500여 개 정도 되니 회원 수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근래에 새로 생긴 신생공간 등의 대안적인 공간들을 제외한다면 동시대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상업화랑들은 대부분 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개하신 것처럼 화랑협회는 한국미술의 큰 축을 맡고 있습니다. 화랑이라는 집단을 대표하게 된 입장에서 동시대 한국미술의 현황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협회 회장 출마를 하면서 한국 미술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몇 가지를 고치겠다고 했습니다. 그 최우선 목표가 양극화 문제입니다. 국내 화랑들을 보면 큰 화랑과 작은 화랑의 매출 구조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미술시장의 전체 규모가 4천 900억 원 정도인데, 그 중에 경매 등이 2천억 규모입니다. 나머지 약 2천 9백억 시장이 갤러리 시장인데, 상위 10%에 해당하는 메이저 화랑들이 전체 매출의 80%를 가져갑니다. 나머지 20%, 즉 300~400억 정도를 90%의 화랑들이 나눠 갖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외국 작품들이 한국에서 팔리기 시작한 지 몇 년 되었는데, 그 외국 작품을 거래할 수 있는 화랑 역시 극히 소수의 대형화랑 뿐이라 격차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와 연관된 또 다른 문제는 한국 컬렉터들도 한국 작가의 그림을 안 산다는 점입니다. 근대미술품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시장은 걸프 전쟁 이후 급락하고. 2007년까지 형성되었던 한국 미술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이런 경험 이후 한국 미술품에 대한 불안 심리가 형성되어, 가격변동 면에서 비교적 안전한 외국 작품들을 많이 구입하고, 국내작가의 경우 외국에서 인정받은 작가들의 작품이 판매되고 있는실정입니다. 그 대부분이 큰 화랑들의 전속 작가로, 작은 화랑들은손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90% 정도의 화랑은 어렵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화랑협회 홈페이지에 올리신 인사말도 양극화 문제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합니다.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 중 하나가 근대미술관 설립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근대미술관이 없는데, 전 세계에 근대미술관이 없는 나라가 몇 안 됩니다. 이는 한국 미술연구에도 큰 공백이지만, 화랑들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입니다. 제가 중간 나잇대에 속할 정도이니 저희 협회 회원들은 화랑 경력이 30~40년은 기본인 분들입니다. 그 분들의 수장고에는 한국 근대미술의 수작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데 가격이 폭락하여 거래가 안됩니다. 지금 갤러리현대에서 《한국화의 두 거장-청전·소정》을 전시하고 있는데, 그 유명한 작가들의 작업 가격이 30년 전보다 지금이 더 쌉니다. 전시 작품 대부분이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대여한 작품이라 판매할 수 있는 작품이 거의 없음에도 갤러리현대에서 전시를 개최한 것은 근대미술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을 보면 근대미술을 활성화하여 30년 전 청전·소정의 작품보다 저렴하게 거래되었던 치바이스(齊白石)의 작품이 지금은 오백억, 천억까지도 갑니다. 중국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일본, 유럽 등 많은 국가가 근대미술을 활성화합니다. 자국 근대미술품의 가격을 올리면 그것이 국가의 자산이 되니까요. 그런데 한국은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신경을 쓰다보니 남관, 윤중식 등 좋은 작가들의 작품이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작가보다 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구조를 살펴보면 경매도 책임지지 않고, 정부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라이프 스타일은 70년대 개인 주택문화에서 80년대 아파트 문화, 2000년대 주상복합문화로 바뀌었고, 집에 걸어놓을 수 있는 작품의 스타일도 바뀌었어요. 근대미술이 설 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타 국가가 그러하듯이 미술관에서 근대미술품을 수집해야 합니다. 이는 한국 미술계의 공백을 메우게 될 것이고, 근대미술을 재조명하여 가격이 올라간다면 창고에 쌓여있는 근대미술을 거래할 수 있게 되어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근대미술 활성화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입니다. 덕수궁미술관, 석조전은 문화재청이 관리하는데, 그 건물을 별도의 근대미술관으로 분리해서 운영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근대미술 활성화가 한국미술 활성화라는 믿음으로 올해 《KIAF》에서도 100여 평의 공간을 따로 빼서 ‘근대미술 명품 특별전’을 개최하려고 합니다. 이제까지 《KIAF》가 외국작품 전시에 집중하고 한국 근대미술로는 제대로 된 특별전을 한 적이 없어요. 근대미술의 가치를 재평가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도 공감이 되는 게, 젊은 기획자, 비평가 중에 근대미술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존 원로 작가 분들과 젊은 세대 간의 단절도 심합니다.

근대미술의 저평가는 시장뿐만 아니라 이론과 창작에서도 한국미술계에 큰 손실을 가져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도기로 취급되는 그 두꺼운 벽을 한국미술의 자산으로 끌어들이고자 합니다. 근대미술이 활성화되면 거래의 폭을 넓힐 것이고, 유통되는 담론도 확장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지겠죠. 이를 위해 진행 중인 또 다른 사업은 감정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한국감정원과 협업했는데, 감정평가원이 없어지면서 화랑협회에서 독자적으로 감정을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감정 문제에 대해서는 공적 기관이 꾸준하게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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