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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눈들은 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글 권태현

김경태 작가 ⓒ김흥규

 

작은 사물을 손에 들고 눈앞에 가져가 살펴보자. 두 개의 눈 사이에서 초점은 계속 흔들리고, 눈앞으로 가져갈수록 심도는 너무도 얕아져 사물의 전체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사물을 만지작거리며 이리저리 빛을 비추고 부분 부분의 표면을 눈으로 핥으면, 그제야 머릿속에서 조각이 맞추어지며 사물의 표면은 종합적으로 드러난다. 더불어 눈들은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몸에 달려 있다는 것을 새삼 감각할 수 있게 된다. 본다는 것은 애초에 광학적인 문제 너머에 있다.

김경태는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 것들을 찍는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건축물이나, 손바닥에 들어오는 돌멩이 같은 것들이 그의 피사체이다. 작가는 그 사이에서 극단적인 스케일을 오가는 특유의 감각을 구축해왔다. 예컨대 〈Model Line〉(2012- 2013) 시리즈를 보면, 그것은 건축 구조의 윤곽선만 드러내 실제 건물이 아니라, 작은 모니터 속의 3D 모델처럼 보인다. 반대로 책을 찍은 〈The Serial Composition〉(2018)에선 손에 들 수 있는 스케일의 책들이 마치 견고한 건축 구조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작은 것들을 찍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On The Rocks〉(2013)부터 2018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의 전시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에 출품한 〈참조점〉(2018)의 돌멩이들, 그리고 너트를 찍은 〈Brass Hex Nut〉(2016) 시리즈를 보면 실제 크기보다 훨씬 크게 프린트된 이미지와 그 표면의 압도적인 선명함, 역설적인 평평함은 생경한 느낌을 준다. 그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까닭은 스케일의 낙차뿐 아니라, 그 사진이 실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이미지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자. 카메라의 구조는 쉽게 눈의 구조에 빗대어 표현되곤 하지만, 사실 그 둘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카메라는 찰칵하는 순간만을 보지만, 눈들은 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간의 두 눈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은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다르다. 눈이라는 감각 기관은 카메라처럼 순간적으로 빛을 받아들여 하나의 상을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생동하는 몸에 달린 눈들은 그 자체로도 계속 움직이며, 빛을 받아들이고 뇌가 시각적 이미지들을 구축하도록 한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최종적으로 이미지들을 만드는 것은 눈이 아니라 뇌라는 사실이다. 또한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계속되는 ‘이미지들’의 문제라는 점도 중요하다. 김경태의 사진을 논하기에 앞서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그의 사진이 광학적인 것 너머에서 이미지 프로세싱(image processing)과 시각적인 인지를 유비하여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내기 때문이다. 김경태의 사진은 단순히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그 안에 이미지들을 인지하는 방식으로서 이미지 프로세싱 알고리즘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비유로 돌아가 다시 말하자면, 김경태의 사진은 카메라 - 눈의 사진이 아니라, 알고리즘-뇌의 사진인 것이다.

김경태는 ‘표면으로 낙하하기’라고 이름 붙인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그것은 ‘포커스 스태킹(focus stacking)’ 테크닉을 활용한 작업들을 말한다. 포커스 스태킹은 작은 사물도 초점이 나간 곳 없이 형태를 정밀하게 기록하기 위해, 말 그대로 초점을 바꾸어가며 가장 선명한 부분들만 쌓아 올려 합성하는 기법이다. 사물의 크기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카메라를 가만히 두고 초점 조절링을 돌려가며 다양한 초점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겠지만, 작은 사물을 찍을 때에는 카메라를 조금씩 피사체에 접근시키며 촬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렇게 사물의 ‘표면으로 낙하’하며 얻은 다중의 이미지들을 합성하는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해 비현실적으로 선명한 표면을 가진 하나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돌멩이와 너트의 사진들이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그 기법의 경이로움만으로 그의 사진을 미학적이라고 평할 수는 없다. 포커스 스태킹은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기법일뿐더러 그 압도적으로 선명한 이미지가 기록물로서의 가치는 더 높을지 몰라도, 그 자체의 예술적 가치를 속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김경태가 과학 사진 등에서 활용되는 포커스 스태킹 기술을 기존과 다른 담론의 영역으로, 즉 예술의 담론 안으로 들여오며 그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는 있다.

포커스 스태킹 기법에 이르는 김경태의 계보학을 이해하는 것은 그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작가는 「21세기 새로운 유형의 파노라마: 사물의 표면으로 낙하하기(New Types of Panorama in 21st Century: Falling Towards the Surface of the Objects)」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포커스 스태킹을 일종의 파노라마로 이해하는 논리를 구성한다. 그는 파노라마를 풍경을 그려내는 특정한 방법이 아니라, 다중의 이미지들을 연결하는 방법론이라는 의미로 확장한다. 그렇기에 전통적인 파노라마 회화부터 파노라마 사진, 그리고 디지털 이후의 이미지 프로세싱 알고리즘에 해당하는 스윕 파노라마(sweep panorama), 사진측량법(photogrammetry), 나아가 포커스 스태킹까지 모두 하나의 계보도에 그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사진측량법은 항공 사진들을 이어붙여 대지의 표면 이미지를 모델링하는 지형학적 관측법이라는 점에서 김경태가 사용하는 ‘낙하(dropping/falling)’라는 표현이 입체적으로 읽히게 된다. 그 낱말은 크게 프린트된 이미지의 표면에 대한 감각을 마치 온몸으로 느끼는 것처럼 말하는 시적 언어이기도 하지만, 항공 사진으로 지표면의 이미지들을 합성하는 사진측량법과 사물의 표면에 접근하며 이미지들을 합성하는 포커스 스태킹을 계보학적으로 연결하는 매듭이기도 하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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