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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수, 꽃의 증명회화를 그리다

글 백지홍

윤석수, 〈Blooming-쪽두리꽃〉, 캔버스에 유채, 72.7×60cm, 2017

윤석수 작가의 9번째 개인전 《Blooming Flower》(남도화랑, 5.17~5.24)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2010년 이후 거진 10년 만의 개인전이다. 그동안 그는 2년에 한 번꼴로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품을 발표해왔으니 이번 전시까지의 긴 공백은 특기할만한 일이다. 신상에 문제가 생겨 창작활동을 중단해야 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성실한 작가로 알려진 그는 손에서 붓을 놓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9년의 공백을 만든 것일까.
제목 《Blooming Flower》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전시의 주제는 ‘꽃’이다. 인물화를 중심으로 풍경화 작업을 발표하던 그의 작품 세계에 꽃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 것은 2010년 개인전 《Yoon, SukSoo》(목포문화예술회관, 6.11~6.17)에서 였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이라면 한 번쯤은 그리게 되는 꽃 그림을 작업을 중심에 놓으면서 보편적이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화면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꽃을 그린 지 1년 만에 개최한 개인전 《Yoon, Suk Soo》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평가는 엄격했다. 그는 그 전시에 대해 “많은 부분 서툴게 느껴졌다.”고 기억한다. 그동안 많이 그려온 꽃 그림이지만, 전시장에 선보인 작업들은 자신을 대표하는 작업으로서 발표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눈에 보였던 것이다. 《Yoon, Suk Soo》 이후 다시 붓을 들고 만족할만한 그림이 나올 때까지 그림을 그린 것으로는 9년, 꽃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린 지 10년이 되는 2019년에서야 그는 다시 꽃을 주제로 개인전을 개최했다. 다시 말해 이번 전시는 한 가지 주제로 10년을 천착한 결과물
을 만날 귀한 기회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Blooming Flower》에서 만날 수 있는 윤석수 작가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세상의 수많은 꽃 그림 중 눈에 띄는 작가만의 개성을 찾는다면 ‘단단한 입체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나게 되는 꽃 그림은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꽃의 색채와 조형이 주는 화려한 감각을 전달하기 위하여 빛의 산란을 강조하고, 명확한 형태를 그리기보다는 흐트러트려 전체적인 분위기를 화면에 연출해 내는 방식이다. 인상주의 화풍의 연장선에 있는 이러한 작업들 중에는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꽃잎 부분에 두껍게 칠한 물감으로 질감 표현을 더하는 모습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두 번째 스타일은 꽃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능한 자세하게, 일반적으로 우리의 눈이 인식하는 것 이상으로 세밀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마치 사진처럼 보이는 극사실주의 회화와 식물학 도감의 삽화에서 파생된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처럼 말이다.
윤석수 작가가 사실적으로 그려낸 꽃은 후자의 양상에 더 가깝지만 앞서 섬세하고 부드러운 꽃잎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단단한 입체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인 꽃 그림과의 차별점을 만들어냈다. 그의 화폭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마치 손에 잡힐 듯 입체적이다. 붓의 터치 자국을 애써 숨기지 않은회화임에도 마치 3D 모델링을 해놓은 것처럼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하나의 덩어리로 느껴진다.
이러한 입체감은 수국이나 족두리꽃처럼 그 형태 자체가 원형을 이루고 있는 꽃은 물론이고 장미나 모란과 같이 풍성하게 피어있는 꽃에서도 공통되게 느껴진다. 꽃의 종류에 따라 꽃잎의 두께, 색상, 질감, 빛의 여과 정도를 다르게 표현했음에도, 각 꽃잎들이 손에 만져질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는 점은 통한다. 양귀비나 칸나를 그린 그림은 분명히 부들부들하고 약한 꽃잎의 질감을 전하지만 동시에 손에 잡힐 듯 한 존재감은 3차원 공간 안에 자리 잡은 물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것이 ‘단단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꽃잎의 얇고 부드러운 느낌과 단단한 느낌이 윤석수의 화폭에선 함께 전달된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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