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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주, 한 작가의 삶과 시대정신 – 전통을 딛고 현대를 마주하다

글 김상철

5월 15일부터 5월 27일까지 동덕아트갤러리에서는 《홍순주 개인전–결》이 개최되었다. 교육자로서 지난 40여 년을 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와 함께 해온 홍순주 작가의 퇴임을 기념하는 이번 초대전은 전통과 현대를 마주해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지면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전한다.

한 작가의 삶은 필연적으로 자신이 속한 시대의 특정한 상황을 내밀하게 기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이 변혁의 격변기일 경우 그 내용은 보다 깊은 곡절을 아로새기며 상대적으로 큰 진폭을 드러내게 된다. 우리 현대사에서 홍순주 작가가 감내한 시공의 역사는 혼돈과 열정, 추구와 모색으로 점철된 시기였다. 사회적으로는 비약적인 경제 성장과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던 시기였으며, 문화적으로는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미술에 있어서 이는 결국 전통과 현대라는 상충적인 가치의 통합과 조화의 추구로 나타났으며, 세계성이라는 보편성과 우리 것이라는 특수성의 충돌과 융합의 문제로 귀결되었다.
작가로서 홍순주의 작업은 진지한 아카데미즘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수묵을 기조로 한 인물에서 비롯된 초기 작업들은 필묵을 통한 수묵에의 천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수묵을 전통의 실체로서 인식하고, 이를 주관적이고 개별적으로 해석하여 현대적 심미관을 표출하고자 하던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주지하듯이 수묵은 매우 오랜 역사적 발전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완정한 조형체계로 동양의 전통적 심미관을 대표한다. 작가는 이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현대라는 시공의 요구를 수용하고 가치를 표출하고자 한 것이다.홍순주, 〈결〉, 한지에 먹, 호분, 석채, 69.5×69.5cm, 2017
고답적인 필묵의 방법론에서 탈피하여 보다 분방하고 개성적인 수묵의 형식을 지향하고자 하는 작가의 추구는 다양한 실험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시 풍경에 대한 개성적 표현이나 필선의 다양한 실험 등은 필묵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 해석 의지를 잘 드러낸다. 비록 작가의 작업이 아카데믹한 것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지향점은 이의 경직된 수용이 아니라 부단한 실험을 통해 개별화된 가치를 추구하고 있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향후 작가의 작업을 통해 일관되게 드러나고 있는 가치관이기도 하다. 즉 작가의 관심은 그것이 어떠한 소재, 혹은 재료이든 형식주의에 머무르지 않는 실험을 전제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표출하는 것으로 일관되어 있었다.
이러한 작가의 자각과 모색은 결국 ‘우리 것’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전통적인 기물이나 조각보 등에 대한 관심은 당시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던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문화 추구와 일정 부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미술과 문화에 대한 일종의 자각과 자성 운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과 구분되는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서양에서 비롯된 현대라는 가치에 대응하고자 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전통적인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에 이르게 되었다. 작가는 새삼 보자기 등 전통적인 기물들을 통해 이러한 것들이 내재하고 있는 고유한, 그리고 독특한 심미적 요소들의 현대적 가치를 발굴하고 표출함으로 써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한 것으로 이해된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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