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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PACE

스페이스 소, 갤러리 플랫폼을 만들어가다

글 장서윤

스페이스 소 전경, 사진: 조영하

오늘날 ‘갤러리’는 미술계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미술시장 침체 이후(이마저도 벌써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해온 갤러리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그 한계에 대한 질문은 심심치 않게 논의되곤 했다. 미술시장 부흥의 뚜렷한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오늘날에도 갤러리는 자신들만의 돌파구를 마련하며 생존을 지속하고 있다. 요새 가장 ‘힙’한 지역으로 꼽히는 망원과 합정 사이에 위치한 스페이스 소도 그 중 하나다. 상업 갤러리가 몰려있는 강북의 삼청동, 평창동, 한남동이나 강남의 청담, 압구정 일대가 아닌 젊은 층의 유동 인구가 많은 이 지역에 갤러리가 들어선 것부터 흥미를 자아내지만, 2018년까지 개인전만 선보였던 것에서 벗어나 2019년 진행된 두 전시가 모두 기획전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스페이스 소가 갤러리로서 표방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조금은 낯선 망원동의 갤러리 스페이스 소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의 갤러리
핫 플레이스가 몰려 있는 망원과 합정에 비하면 비교적 한적한 서교동 주택가. 갤러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이 골목을 따라가면 5층짜리 흰색 건물이 나오는데, 트렌디하면서도 깔끔한 형태의 ‘ㄱ’자형 건물에 바로 스페이스 소가 위치해있다. 너른 마당을 중심으로 왼편으로는 갤러리의 입구가, 오른편에는 ‘플랫랜드(FLAT LAND)’라는 카페가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공간은 ‘크래프트 소(Craft So)’라는 공예전문 아트숍을 끼고 연결된다. 2층 역시 플랫랜드 카페에서 이어지는 공간으로, 계단참과 2층 카페에도 현재 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의 또 다른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어 마치 갤러리 카페 같은 인상을 준다. 규모는 작을지라도, 동네 주민, 골목을 오가는 행인들이 잠시나마 카페에 머무르고 작품을 관람하며 아트숍의 공예품도 구매할 수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갤러리와 카페, 그리고 아트샵이 함께하는 일종의 복합문화예술공간이라 할 수 있다.
“Life is SO short, Art is SO long”이라고 쓰여 있는 흰색 외벽에서부터 공간이 지향하는 바가 당당하게 드러나지만, ‘한 지붕 세 가족’처럼 모여 있는 이 건물에 또 다른 비밀이 숨어있다. 바로 건물 맨 위층에는 건물주이자, 스페이스 소가 탄생할 수 있던 계기를 제공한 이인주 대표의 가정집이 있기 때문이다. 이인주 대표는 목공예와 옻칠공예 작업을 하면서 크래프트 소에서 직접 본인의 작업을 팔기도 하는 미술 애호가이자 컬렉터이다. 현재 스페이스 소를 이끌어가고 있는 송희정 대표가 갤러리 잔다리(이하 잔다리)에서 근무하기 이전부터 큐레이터와 컬렉터로 이어진 인연은, 2016년 이인주 대표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가 있던 2층짜리 벽돌 건물을 매입하면서 송희정 대표에게 갤러리를 비롯한 공간 디렉팅을 맡기고 함께 공간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이어졌다. 문화예술에 대한 이인주 대표의 관심과 애호는 그리 단순한 것만은 아니었다. 소아과 원장인 이인주 대표의 남편은 병원 건물 한 층을 작가들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도록 레지던시 공간을 제공하는 등 단순히 예술 소비자로서의 컬렉터를 넘어 예술 생산에 일조할 수 있는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스페이스 소를 기반으로 기획자인 송희정 대표와 작가들이 관계를 쌓아가며 좋은 기회를 만듦으로써 문화예술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아티누스와 잔다리에서부터 젊은 작가들과 전시를 기획하고, 프로모션 및 교육 프로그램까지 담당했던 송희정 대표는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인맥을 바탕으로 건물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스페이스 소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갔다. 갤러리와 카페, 아트숍은 물론 주거 건물까지 복합적으로 아울러야 하는 미션과 더불어 건물의 미적·기능적인 부분까지 고려했고, 트렌디한 감각을 지니면서도 기능적인 요건을 중요시 여기는 건축사무소 SoA에게 건물 리모델링을 맡겼다. 카페에 놓인 가구들 역시 SoA가 건물 콘셉트에 맞게 제작한 것들이었는데, 현재는 디자이너 ‘힐긋’의 가구로 교체하여 다시 한번 공간의 분위기를 전환했다고 한다. 건물 앞마당과 3층 테라스 정원 또한 송희정 대표의 디렉팅이 담겨 있다. 스페이스 소가 갤러리인 만큼, 정원과 마당도 단순한 조경이 아닌 하나의 작업처럼 보이길 원했던 그는 식물사진 작업을 하면서 조경 디자인도 하고 있는 조성연 작가를 섭외하였고, 식물 선정부터 화분작업, 정원 디자인을 작업의 차원으로 풀고자 했다. 스페이스 소를 비롯한 카페 플랫랜드, 크래프트 소의 로고 등 전체 CI(Corporate Identity) 디자인 또한 송희정 대표가 아티누스부터 인연을 맺어온 ‘땡스북스(Thanks Books)’의 이기섭 대표의 작업이다. 이인주 대표가 좋은 사람들과 모여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간을 꿈꾸며 송희정 대표를 찾았던 것처럼, 송희정 대표와 과거부터 인연을 맺어온 ‘좋은 사람’들은 이처럼 의미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을 기대
하며 스페이스 소에 모이고, 서로가 가진 능력을 하나하나 나눈 것이다. ‘새가 깃드는 집’, ‘보금자리 집’이라는 의미의 ‘소(巢)’를 스페이스 소의 이름으로 삼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리모델링하기 전 건물 근처 나무에 새집이 놓여있는 것에서 탄생한 이름이기도 하지만, 좋은 일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고 더 잘 돼서 나갈 수 있는 보금자리로서의 ‘소’만큼 스페이스 소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단어가 또 있을까.

《매터데이터매터(matterdatamatter)》(2019) 전시 전경, 사진: 조영하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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