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TOP

SPECIAL FEATURE

한국관 전시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글 편집팀, 강유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경 ⓒKorean Pavilion, Venice Biennale 2019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 5.9~11.24 / 자르디니(Giardini di Castello) 내 한국관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김현진 예술감독을 필두로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의 작업을 선보였다. 감독과 작가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한국관 전시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는 한국과 동아시아의 근대화와 현재를 젠더 복합적인 시각으로 제시하며 관람객과 평단의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영국의 주요 온라인 미술 매체인 『프리즈(frieze)』에서는 “그동안 서구 근대에 의해 제시되어 왔던 개인과 사회와는 차별되는 개념을 제안하기 위해 다른 의식(ritual)과 제스처(gesture)의 역사들을 발굴했다.”며 한국관을 소개했으며, 전시장 곳곳은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모여든 관람객들로 붐볐다.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한 많은 국가관이 이상기후, 자연파괴 등 지구 환경의 변화를 주요 전시 주제로 삼기도 했지만, 주변과 타자, 그리고 정체성의 문제는 국가와 인종을 초월하여 여전히 진행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한국관의 전시는 주목할 만하다. 이에 『미술세계』는 한국관 전시 리뷰와 참여 작가 3인의 심층 인터뷰를 실어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역사 서술의 규범은 누가 정의해 왔으며, 아직 그 역사의 일부가 되지 못한 이들은 누구인가? 동아시아 근대화 역사의 견고한 지층들 내부에 비판적 젠더 의식이 개입될 때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는가” 한국관이 질문하는 이 답변들에 과연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는지 지면을 통해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정은영,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 2019, 비디오 사운드 설치, 가변크기 © 정은영

우리가 춤출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의 혁명이 아니다

글_강유진 

역사를 살피다 보면 ‘만약’을 수없이 상상하게 된다.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같은 생각들 말이다. 올해 한국관의 제목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는 이러한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제목은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에서 빌려 왔다. 이번 한국관은 젠더와 전통이라는 코드를 통해 역사 뒤에 있어야 했던 사람들,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 등이 이야기하는 동아시아의 근대사를 적극적으로 내세운다. 다시 말해, 아시아의 근대화 과정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바탕으로 근대성과 입체적인 젠더 인식을 통해 서구 근대성의 범주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러한 접근은 공교롭게도 올해 비엔날레 총감독 랄프 루고프(Ralph Rugoff)가 만든 본전시와 기묘한 변증법적 긴장을 형성한다. 비엔날레 본전시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 역시 난세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

.

.

.

.

남화연

〈반도의 무희〉 / 〈이태리의 정원〉

인터뷰_장서윤 기자

남화연 작가 ⓒ김흥규

"(...) 최승희는 여성 예술가이기 전에 근대 무용의 초석을 만든, 그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또 최승희의 동양춤은 당대의 급변하는 역사적 상황에 맞닥뜨린 예술가의 내적 갈등과 분열 사이에서 튀어나온 것이고, 내재화한 오리엔탈리즘과는 다른 궤도로 굴절된 춤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로서, 한 개인으로서의 분열과 외부세계와 예술의 사이를 돌파해야 하는 분투가 동양춤이라는 특이한 예술 형식의 발명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고, 바로 그 형식의 발명이 예술가로서의 저에게 흥미로운 것이죠. 그렇다면 그 형식은 발명 과정을 상상할 수밖에 없는 조건 아래에서 어떤 형식이 발명될 수 있는가. 이것이 작업 내내 스스로 집중했던,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본문 중

.

.

.

정은영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

인터뷰_김정아 기자

정은영 작가 ⓒ김흥규

"(...) 모든 안정성을 의심하고, 촬영장에서 통용되는 연출, 촬영, 조명 등의 관습화된 방식을 모두 빗겨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목표는 시각예술에서 ‘시각성’이라는 정언명령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관객들이 제가 여성국극 프로젝트를 통해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혹은 배제된 것에 목소리와 가시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저는 비가시화된 것에 가시성을 부여하는 것, 배제된 것을 복권시키는 것보다는, 그 복권의 자리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따져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가시적인 것에 가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아니라, 가시성은 어떻게 정언명령이 되었는가를 질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시각적인데 비시각적일 수도, 청각적인데 비청각적일 수 있는 상태를 고안하고, 그럼으로써 퀴어한 방법론, 퀴어한 미학을 밝혀내는 것에 집중했어요. 저는 우리가 가진 역사, 자아, 젠더, 매체, 미술, 규범 그 어떤 것도 안정적일 수 없다고 봐요. 그리고 그 불안정성 위에서 만들어지는 미학이 퀴어 미학이라고 봅니다." ―본문 중

.

.

.

제인 진 카이젠

〈이별의 공동체〉

인터뷰_권태현 기자

제인 진 카이젠 작가 ⓒ김흥규

"(...) 제 작업에서 바리는 하나의 인물이 아니라 어떠한 감성(sentiment)입니다. 바리라는 말 자체에서부터 생각하면 그것은 사실 이름이 아니라 ‘버려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리 자체가 버려진, 지워진, 배제 같은 의미와 통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버린다는 것은 어떤 것이 전체 공동체에 속할 수 있고, 속할 수 없는지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바리는 배제의 메커니즘에 대한 문제이고, 경계를 만드는 것의 문제입니다. (...) 쓰인 역사 이전에 말해진 역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샤먼은 그러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번역자였죠. 그 유산을 다시 ‘기억(recall)’해내는 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translation(번역)’이라는 말뜻을 파헤쳐보면 ‘carry across’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어떠한 것을 가지고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공간적입니다. 여기에서 저기로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샤먼적인 것에서 생각하면 단순히 공간적인 것을 넘어 시간적인 것으로서의 번역까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때를 지금으로 가지고 오는 것이죠. 샤먼은 시간적인 번역자이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샤먼의 번역은 ‘기억’이라는 것과 다시 연결됩니다. 샤먼은 기억의 보관자이면서 전달자, 그리고 번역자인 것입니다. (...)" ―본문 중

.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THIS DIRECTORY

THIS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