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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전통과 근대 사이에서, 진동하는 안중식의 세계

글 지민경

《근대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 | 4.16-6.2 | 국립중앙박물관

안중식 외 9인, 〈서화미술회합작도(書畫美術會合作圖)〉, 비단에 색, 각 폭 163.5×36.8cm, 1917,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 시대 이래 최초로 개최되는 근대 미술 전시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의 막이 올랐다. 전시 전면에 내세운 〈백악춘효도(白岳春曉圖)〉와 ‘심전 안중식 100주기 특별전’이라는 부제는 화가 안중식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안중식이 누구인가. 그는 황제의 어진을 제작하던 전통의 화원 화가였으면서 순수 한국인으로 구성된 미술 단체인 ‘서화협회’를 이끌던 근대 화단의 큰 어른이었다. 전시 제목이 유래했을 것이 분명한 〈백악춘효도〉는 그의 대표작으로, 전통과 근대를 넘나드는 화단에서의 안중식의 역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보다 이 작품은 일제의 조선에 대한 유린이 본격화되던 시대에 그려진 회상된 경복궁의 실경이라는, 작화에 얽힌 배경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필자는 전시를 통해 안중식의 예술 세계를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전시실 입구를 지나오니 기대만큼 안중식의 흔적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안중식의 대표작인 〈영광풍경도(靈光風景圖)〉와 〈백악춘효도〉를 전시 후반부에 배치한 탓도 있었지만, 전시 상당 부분을 할애한 근대기 신문물에 대한 소개는 필자가 안중식을 생각할 때 연상되던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내 이 전시가 안중식을 위한 것만이 아닌, 근대기의 글씨와 그림을 총망라한 전시이고, 전시 제목에서의 ‘봄 새벽’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미술계의 상황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재미있게도 또 한 번의 반전이 찾아왔는데, 안중식은 기실 전시장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스승, 동료, 후배, 제자로 또 시기별 활동 내역으로 각양각색의 작품과 화가들이 안중식의 이름으로 묶여 있었다.

실로 안중식은 19세기와 20세기에 걸친 격동의 시기를 살아가며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어 일세를 풍미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요즘은 전통 화가보다 근대의 화가로서 그의 면모가 더욱 부각되는 듯하다. 그러나 안중식의 작품에서 근대 화가로서의 성격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의 작품에 보이는 약간의 서양식 화법과 그가 근대 매체의 삽화 작업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를 근대 회화의 선구자로 이해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안중식의 스승이었던 장승업과의 관계나 관료로서의 초창기 활동,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전통적 소재를 살펴보면 오히려 조선 말엽의 전통 화가에 가깝다 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연구를 살펴보면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누구도 안중식을 근대 화가라고 명확히 정의 내린 적이 없었다. 미술평론가 최열의 「안중식 연구사」(『인물미술사학』, 인물미술사학회, 2016)에 따르면 고희동부터 자신의 스승인 안중식을 구태로 정의하며 배신했고, 이후의 평론가들도 고희동의 평가로부터 영향을 받아 그를 구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전통 화가로 여겼다고 한다. 안중식을 근대 화가라 여겼던 최열도 작품에서 근대성을 도출해 낸 것은 아니었다. 그의 안중식 재평가는 애초에 근대 화단의 특징을 “관학파 중심 및 형식화 경향”으로 새롭게 정의 내리면서 가능했던 것이다. 한편 최근의 몇몇 학자들은 신지식인으로서의 안중식의 행보에 집중하며 그가 서화계에 근대화 물결을 일으켰다고 평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안중식 작품에 드러난 새 시대의 특징은 모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 기획자는 “1919년 안중식의 서거는 한 예술가의 죽음이 아니라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화단을 이끌었던 기성세대의 퇴장과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한국 미술사의 중요한 분기점이었다.”고 말하며 안중식이 전통과 근대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음을 당연시한다. 필자는 과연 기획자가 어떻게 안중식의 존재를 전통과 근대의 분기점으로서 이야기할지 궁금해졌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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