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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어긋난 시간의 이음새로부터

글 심소미

《제16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귀국전: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Spectres of The State Avant-garde)》 | 3.27~5.26 | 아르코미술관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 2층 전시 전경, 사진: 김경태, 이미지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란해하는 혼령이여! (…) 자 함께 들어가세. 항상 입을 봉해주길 바라네. 시간이 어긋나 있어(The time is out of joint). 오, 저주받은 이 운명, 내가 그걸 바로잡도록 태어났다니! 그만 가세, 함께 가세.

- 세익스피어, 『햄릿』 제1막 제5장 중

 

국가, 아방가르드, 유령 그리고 자유공간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이란 제목이 참으로 무겁다. 국가, 아방가르드, 유령. 호명하는 순간 단어들은 각자의 무거움으로 인해 바닥으로 가라앉을 듯하다가도 공중으로 이내 흩어져 버린다. 오늘날의 시점에서 그 무게감이 그저 단단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근대국가의 성립 이후에도 세계는 여전히 정치, 경제적 변화로 몸살이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은 증폭돼 오고 있다. 국가는 계속되는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재정립되길 요구받고 있으며, 전위 미학으로 시대를 앞지르려던 아방가르드는 동시대 문화예술에서 희미한 편이다. 프레임과 질서가 흔들려온 현시점에 있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것은 벗어날 수 없는 근대의 잔재일 것이다. 이러한 정치·사회·문화적 잔재가 혼재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유령의 존재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역사의 성립에서 주변화되고 소외되어 온 유령의 그림자가 사회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령의 표기로서 ‘스펙터(spectre)’를 주목해 본다면, 데리다(Jacques Derrida)가 『마르크스의 유령들(Specters of Marx)』에서 지목하듯 메시아적 목소리로서 사회적 망령, 도래할 미래를 연상시킨다. 그가 주창하듯 유령으로부터 해방적 경험과 잠재적 미래를 공유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체제와 권력 저항적인 유령성에 대한 논의는 철학적 명성에 기대지 않고서는 희박한 편이다.

비엔날레든, 엑스포든 국가관의 전시는 당대의 국가를 대표할 수 있는 주제를 내세워 왔다. 비엔날레가 현대미술과 건축의 경연장이 되었듯 글로벌 전시 시스템에 있어서 국가와 아방가르드는 서로 떼어낼 수 없이, 함께 호흡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다. 역사 속에서 급진적인 프로젝트는 국가 권력에 대항해 왔으면서도 미래파(Futurism)처럼 그 후반에는 정권의 지원을 받아온 경우도 적지 않다. 아일랜드 출신 건축가 이본 파렐(Yvonne Farrell)과 셸리 맥나마라(Shelley McNamara)가 이끈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전체 주제는 “자유 공간(Free Space)”이었다. 건축을 통해 관대함과 인류애의 가능성에 접근하면서 각 국가관의 자유로운 해석을 끌어냈으나, 주제의 시의성과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전반적이었다. 건축에 있어서 ‘자유 공간’은 어떠한 방식으로 도모되어 왔나? 한국관의 박성태 예술감독과 3명의 공동 큐레이터(최춘웅, 박정현, 정다영)로 이뤄진 기획팀은 1960년대 말 국가 주도 하의 건축 프로젝트라는 특정한 사태를 되짚으며, 건축이 국가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대로의 성찰을 제안한다. 비엔날레 전체 주제와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기획팀은 도리어 국가 권력과의 공모 하에 역설적으로 실현되었던 건축 프로젝트를 향한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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