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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경계를 위반하는 놀이

글 한혜수

《사실, 시체가 냄새를 풍기는 것은 장점이다》 | 5.2-6.2 | 아트 스페이스 풀

우한나, 〈Maniacs on Popples〉, 혼합매체, 가변크기, 2019 ⓒ한혜수사람의 시체를 눈으로 직접 볼 일은 의사, 경찰이나 소방관 같은 직업을 갖지 않고서야 보통 흔하지 않다.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천주교식 장례로 발인을 하면서 단 한번, 시체를 본 적이 있다. 혼이 빠져나가 생명활동을 멈춘 할머니의 몸은 깨끗한 삼베 천과 어여쁜 꽃들, 잎사귀가 두꺼운 풀들로 둘러싸여 있었고, 냄새는 나지 않았다. 할머니는 다행히 곧장 병원으로 이송되어 순조로운 장례를 치른 경우였으니 말이다. 다만 그때의 나는 너무 어중간하게 어렸고, 그 장면들은 또렷한 이미지로 남아 종종 꿈자리를 괴롭혔다. 왜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느냐면, ‘시체가 냄새를 풍기는 것은 장점이다’라는 문장이 그만큼 호기심을 자아내고, 생경하며, 충격적이기까지 한 제목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전시 제목은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Cristina Peri Rossi)의 소설에서 따온 문장으로, 전시를 기획한 신지이 큐레이터와 그 주변 사람들의 어떤 태도를 암시한다고 한다.

다행히 아직 젊어서(?) 그런지, 장례식장에 갈 일은 살면서 많지 않았다. 노동하는 인간세계에서 ‘죽음’은 금기가 되기에, 죽음의 이미지는 떠올리지 않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종종 철학에서 죽음의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관념으로서의 죽음에 골몰하다 보면 어느덧 죽음을 둘러싼 현실의 무게는 사라지고 언어만 남는 경험을,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하게 된다. ‘리얼’한, 혹은 리얼하다고 여겨지는 시체의 이미지는 공중파로 송출되는 뉴스(이는 보도 윤리에 대한 의식이 발전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컨텐츠 산업을 통해 유통되면서 현대에 와서는 이미지들로 조각나고, 픽션화되었다. 《사실, 시체가 냄새 를 풍기는 것은 장점이다》는 이러한 현대적인 기반에서 구성된 전시이다. 전시는 죽음을 둘러싼 현실의 무게와 담론의 껍데기들을 가뿐하게 모른 척하고 시각적 유희로 만들어버리는 위반을 저지른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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