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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Good Morning, Ms. Jane: 기억의 궤짝

글 문정현

《이유성: 제인(Jane)》 | 4.26~5.19 | 위켄드

 

이유성, 〈Winter Singing〉, 나무, 106×106cm, 2019, 사진: 홍철기 ©이유성

 

이유성이 기억을 발화하는 방법은 독특하다. 오래된 기억을 꿈의 외피에 기입하는 것이 아니라 후면으로 밀려난 모서리 틈의 형상으로 짜 맞추어가는 양식이 그로 하여금 미술사에서 다소 몽환적인 파수꾼의 자리에 안착케 하기 때문이다. 기억을 주조하는 과정에서 ‘제인’이라고 하는 명사가 매개됨을 볼 때 이러한 기록의 과정은 한층 의구심을 자아낸다.

매체가 기억을 기록하고 이미지로 송출하는 방식은 가변적이다. 그럼에도 스크린의 표면으로 영사되지 못하는 추억의 환등에서 전면에 거꾸로 부각되는 지지체의 뒤틀림은 이를 수용하는 관객의 인지에 혼란을 유발한다. 이유성이 기억의 이미지로 가지고 온 표본들은 이처럼 대상의 지층에서가 아니라 후면의 마디 사이에서 부유하거나 잔여물을 감추지 못한 증유 상태로 은닉되지 못한다. 그 예시로 〈Winter Singing〉의 경우 비스듬한 경사로 난 갈지자 모양의 하부 지지체가 단단하게 새겨진 텍스트를 표면으로 끄집어내지만 미처 이미지로 가시화되지 못한 텍스트와 작동이 멈춘 구조물의 유물(留物)로 포개진다.

이와 같이 캔버스의 겉면을 벗겨낸 골격에 왜곡을 가함으로써 기억의 거름망을 조정하는 과정은 내부의 합판이 신체의 부분대상으로 변형되어서 제시된 〈피어스〉에서 보다 확고하게 드러난다. 노년의 주름진 피부처럼 대패질된 주형에서 기실 구체적인 심상이 독해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캔버스가 된 지지체에 구멍을 뚫고 박는 행위들을 통해서 기억을 새기고 또한 기억이 통역되는 가공 방법을 유심히 관찰하게 될 뿐이다. 귀의 문양이자 동시에 원형의 기억을 보존하는 지지체로서 교착되는 〈피어스〉의 지면에서 지름이 한 뼘은 되는 문양 고리부터 색색의 피어싱 귀걸이가 주변의 경관을 반사하며 회상의 미로로 유실되지 않는 사물로 성립한다는 지점에서 그렇다.

이와 같은 〈피어스〉의 형태가 신체의 기관을 절단하고 강조하여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지지체에서 역으로 부분대상의 형상이 무심코 나오는, 즉 인과관계가 명확히 상이한 지지체라는 점은 이유성이 상정하는 욕동(慾動)의 대상이 귀와 코라기보다는 구조물 그 자체가 됨을 지시한다. 이를테면 주변을 돌아보는 순간 사방에서 사물들의 지지체가 우리를 감싸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는 것처럼 사물의 내용을 감싼 거푸집이 내용으로 전치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이처럼 관념적인 형태의 장신구로 구체화된 〈피어스〉의 우둘투둘한 표면에서 듣고 맡을 수 없는 매체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눈과 입이 아닌) 귀와 코의 부분대상으로 풍화된 지지체는 작가의 표현대로 “나의 오랜 사료(史料)들”로서의 기록을 전승한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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