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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엮은 현대미술의 스펙트럼

글 백지홍

토마스 칸토, 〈구조화된 관성 부양시키기〉 설치 전경 ©Park Myung Rae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

세계와 만나는 관문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인근에 자리 잡은 파라다이스시티는 축구장 36개 규모를 자랑하는 복합리조트로 작년 9월 개관 이래 다양한 시설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건물 곳곳에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로버트 인디아나(Robert Indiana),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 Kusama Yayoi), 최정화, 백남준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은 파라다이스시티의 특색으로 자리 잡았는데, 파라다이스시티 개관과 함께 운영을 시작한 전시공간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는 이러한 현대미술과 리조트의 만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는 현대미술계의 슈퍼스타 제프 쿤스(Jeff Koons),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작품으로 ‘무절제’의 감각을, 한국적 정서를 전하는 김호득, 이배의 작품으로 ‘절제’의 감각을 전하는 《무절제&절제(Overstated&Understated)》(2018.9.1~10.17)를 개관전으로 선보이며 그 화려한 문을 열었다. 특히 사람들의 이목을 끈 소장품인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Gazing Ball-Farnese Heracules)〉와 데미안 허스트의 〈아우러스 사이아나이드(Aurous Cyanide)〉는 지금도 그 무절제한 매력을 과시하며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어 진행된 《콰욜라: 어시메트릭 아키올로지(Quayola: Asymmetric Archaeology)》(2018.12.14~2019.2.24)는 2013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에서 대상을 받은 미디어 아티스트 콰욜라의 첫 아시아 개인전으로, 작가가 나고 자란 이탈리아의 전통 미술과 영국에서 익힌 현대 미디어 기술이 어우러진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비록 단 두 번의 전시였지만, 이 전시들을 보고 있노라면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껴진다. 호텔에 자리 잡은 미술 공간이라고 하면 기대하게 되는 고급스러움과 화려함, 그리고 동시대 미술계 흐름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눈앞에서 오갔으니 말이다. 지금까지는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라는 울타리 안에 두 마리 토끼를 품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가브리엘 다우 〈얼기 No. 40〉 귀터만 실, 페인트칠을 한 나무와 갈고리,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에 장소특정적 설치, 2019 ©Park Myung Rae

프리즘 판타지

《프리즘 판타지: 빛을 읽는 새로운 방법(PRISM FANTASY: New ways to view the lights)》 (이하 《프리즘 판타지》) 역시 이러한 톤을 유지하고 있다. 전시의 중심에 자리 잡은 ‘빛’은 전통적으로 미술에 고급스러움 또는 성스러움과 시각적 화려함을 품게 하는 주제이자 소재였다. “종교적 성상화(聖像畵)에 나타난 빛의 표현, 르네상스의 시각적 효과들, 후기 인상파의 빛에 관한 실험을 거쳐 근대 이후 빛을 중심으로 펼쳐진 다양한 방식의 조형 실험은 물감의 사용을 통한 진정한 색채의 표현보다는 색채 지각의 근원이 되는 ‘빛’ 자체에 주목했다. (…) 움직임, 공간이라는 정체되지 않은 비물질적 매체를 적극적으로 실험하는 작품들이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라는 전시 소개는 《프리즘 판타지》가 빛이 가진 전통적인 의미를 수용하면서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고자 했음을 알려준다. 과연 전시는 어떠한 방법으로 빛을 새롭게 감각하고 경험하게 했을까.

신봉철, 이불, 이용백, 가브리엘 다우(Gabriel Dawe), 다니엘 로진(Daniel Rozin), 다니엘 뷔랑(Daniel Buren), 료타 쿠와쿠보(Ryota Kuwakubo), 예페 하인(Jeppe Hein),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이반 나바로(Iv n Navarro), 토마스 칸토(Thomas Canto) 등 국내외 주요 전시에서 만날 수 있었던 작가 11인이 참여하여 선보이는 작품세계는 ‘환상(fantasy)’이라는 제목처럼 빛을 이용한 환상적인 작품들로 관람객의 감각을 사로잡는다. 이들이 만들어낸 작품의 각기 다른 개성은 전시 제목을 이루는 또다른 단어 ‘프리즘(prism)’을 통과하며 전시장에 폭넓은 스펙트럼을 만들었다.

《프리즘 판타지》는 참여 작가의 이름을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이라도 전시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관람객을 매혹시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것처럼 보였다. 빛을 이용한 작품의 아름다움은 호불호가 갈릴 요소가 적어 보였을 뿐만 아니라, 관람객의 모습이 거울에 비칠 때 완성되는 작품과 관람객의 움직임과 상호작용하는 작품까지 관람객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전시장에 머물렀음에도 가족, 친구, 연인 등 전시장을 찾은 다양한 유형의 관람객들이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심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전시장의 위치상 전시만을 보러 오는 사람들 보다는 파라다이스시티에 방문한 김에 전시장까지 발길이 닿았을 이가 많을 터이니, 이러한 보편적 아름다움과 흥미를 유발하는 기획은 새로운 관람객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실제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의 방문객 수는 결코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그중에는 평소 미술관을 자주 찾지 않는 이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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