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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ART

시간성의 복수성, 두 개의 시간 기반 예술 컬렉션 기관 율리아 슈토셰크 컬렉션, 플루엔툼

글 최윤정

《폴린 부드리&레나테 로렌쯔(Pauline Boudry&Renate Lorenz): 낯선 것과의 계속되는 실험들(Ongoing Experiments with Strangeness)》 | 율리아 슈토셰크 컬렉션(Julia Stoschek Collection) | 2019.4.26~7.28

《휘도 판 데어 베르베(Guido van der Werve): 8번, 9번, 12번, 13번, 14번, 17번(Number eight, nine, twelve, thirteen, fourteen, seventeen)》 | 플루엔툼(Fluentum) | 2019.4.25.~6.22

휘도 판 데어 베르베(Guido van der Werve), 〈14번, 집(Number fourteen, home)〉,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54분, 2012 이미지 제공: Fluentum

오늘날 현대미술에서는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고는 한다. 이러한 용어들은 다루는 범주가 유동적이며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시간 기반 예술(time based art)’이라는 용어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간 기반 예술은 작품이 지속되는 시간을 특징으로 한다. 예를 들어 한 작품이 4분 33초 동안 진행된다는 설명처럼 말이다. 이러한 넓은 정의에서 시간 기반 예술은 사운드, 퍼포먼스, 설치 작업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아우르기도 한다. 그런데 흔히 시간 기반 예술의 범주는 영상 작업으로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렇듯 시간 기반 예술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음에도, 이 용어는 오늘날 미술계에서 흔히 쓰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는 듯, 최근 베를린에는 시간 기반 예술을 중심으로 수집 및 전시하는 개인 컬렉션 공간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율리아 슈토셰크 컬렉션(Julia Stoschek Collection, 이하 JSC)’과 ‘플루엔툼(Fluentum)’이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개인 컬렉션이 시간 기반 예술을 수집하고, 그 수집물을 공개한다는 것은 시간 기반 예술의 특징을 생각해 보았을 때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시간 기반 예술에 속하는 작품들은 작품이 보여질 때에만 현존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화나 조각 같은 전통적인 매체들도 감상을 위해서는 작품이 시각적으로 제시되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특히 미니멀리즘 이후로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관찰자의 신체와 관찰자가 작품이 놓인 환경을 거니는 시간이 중요하게 대두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간 기반 예술에서는 작품이 지속되는 상영 시간이 근본적인 전제 요소이기에, 특정 시간 동안 해당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 요구된다. 시간 기반 예술 작품은 작품이 설치되어 보여지는 맥락에 따라 하나의 유일한 작품으로 이해될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고, 그렇기에 작품이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보여지는지가 중요하게 된다.

JSC와 플루엔툼, 이 두 베를린의 개인 컬렉션 기관은 공통적으로 시간 기반 예술을 수집한다고 자신들을 정의하고 있음에도, 시간 기반 매체에 대해 상이하게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두 기관이 보여주는 전시의 차이는 여기서 비롯된다. 같은 용어를 둘러싼 두 기관의 서로 다른 수용 양상은 용어에 내재된 불명확성을 보여준다. 용어의 불명확성이 곧 한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로 인해 때로는 그 용어가 가로지르는 범위를 폭넓게, 동시에 더 첨예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기도 한다. 이 글은 두 수집 및 전시 기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시간 기반 예술에 대한 이들의 상이한 접근을 보여주고, 각 기관의 최근 전시를 통해 그 차이를 확인하고자 한다. 두 기관을 특징짓는 차이점들에도 불구하고 두 기관 모두 시간 기반 예술 중 특히나 디지털 비디오 설치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 매체에 대한 공통점이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먼저 JSC를 살펴보자. 2007년 뒤셀도르프에 문을 연 JSC는 이후 2016년 베를린에 또 다른 전시 공간을 마련하였고, 이후 이곳은 빠르게 베를린의 주요 전시 공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시간 기반 예술이 동시대 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가고 있음에도 기존 베를린 미술 제도권에서 이에 집중하는 기관이 없었다는 점은 JSC의 빠른 성장에 큰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탄탄하고 광범위한 컬렉션이다. JSC는 1960년대 아날로그 필름부터 시작해서 디지털 영상, 설치 작업, 컴퓨터나 인터넷 기반 작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작품 75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이 기관이 시간 기반 예술의 범주를 상당히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편, 플루엔툼은 지난 ‘베를린 갤러리 위크엔드(Gallery Weekend Berlin)’를 기점으로 올해 4월 처음 오픈했다. 플루엔툼 컬렉션과 전시 공간을 설립한 마르쿠스 한네 바우어(Markus Hannebauer)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기업의 CEO이다. 이 디지털 영역의 종사자는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영상이 비물질성을 공통적인 특징으로 한다는 배경에서 디지털 비디오에 관심을 갖고, 시간 기반 예술 중 디지털 영상에만 초점을 맞춘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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