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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ART

기술과 예술, 그 무한한 접점에 대해

글 정하영

《뉴 오더: 21세기의 예술과 테크놀로지(New Order: Art and Technology in the Twenty-First Century)》 /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 5.17~6.15

《뉴 오더: 21세기의 예술과 테크놀로지(New Order: Art and Technology in the Twenty-First Century)》 전시 전경 ⓒ2019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Photo: Jonathan Muzikar

1934년 3월 뉴욕 현대미술관은 《머신 아트(Machine Art)》라는 제목의 전시를 선보였다. 공업용 스프링 혹은 실험실에서 쓰일 법한 유리 비커와 같이 사람의 손이 아닌 기계가 만들어낸 제품들이 조각 작품처럼 미술관 세 층에 진열되었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낸 산업재의 디자인에서 미학적 요소를 끄집어낸 이 전시는 ‘오늘날’의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미술관의 해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약 한 세기가 흐른 지금 뉴욕 현대미술관은 2019년에 존재하는 예술을 《뉴 오더: 21세기의 예술과 테크놀로지(New Order : Art and Technology in the Twenty-First Century)》(이하 《뉴 오더》)에 담아낸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최근 새롭게 들여온 소장품 중 21세기의 과학 기술을 예술에 접목시킨 작품들로 이뤄져 있다. 사실 인터넷 이후 우리에게 테크놀로지는 무형의 대상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일 것이다. 그러나 수석 큐레이터 미셸 쿠오(Michelle Kuo)는 물리적인 형태를 갖는, 그렇기에 시각적으로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에 집중해 《뉴 오더》에 포함될 20여 점의 작품을 선정했다고 이야기한다.

전시는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과 ‘이상한 것들(Stranger Things)’이라는 두 섹션으로 나뉘어 각 주제에 맞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첫 번째 섹션, 리버스 엔지니어링에서는 작품을 이루는 재료와 구성면에서 오늘날의 테크놀로지가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한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은 완성된 제품을 역으로 분해한 후 구조를 분석해 그 제품의 밑바탕이 되는 설계와 적용된 기술을 파악하고 재현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공학 용어이다. 이 섹션에 포함된 작품들은 한눈에 봤을 때 각각 완전히 다른 매체나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결국 공학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들에 사용된 공학기술들의 폭은 기대 이상으로 다채롭다. 비디오 게임 엔진에서 머신 러닝, 3D 프린팅, 구조 공학, CCTV 감시망, 그리고 사물 인터넷(The Internet of Things)에 이르는 기술들은 작품 하나하나에 녹아들어 주요 재료 혹은 생산 과정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자동 유리문을 통과해 첫 번째 섹션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은 조쉬 클라인(Josh Kline)의 설치 작품 〈스키틀즈(Skittles)〉(2014)이다. 흔히 마트에서 볼 법한 음료 냉장고에 열다섯 가지 맛의 스무디가 나란히 놓여있다. 뉴욕 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한 병에 15달러가 훌쩍 넘는 프리미엄 스무디가 담겨있는 디자인을 그대로 빌려왔다. 매끈한 플라스틱 병에 미니멀한 폰트로 스무디에 들어간 재료를 적어 넣은 그 형태 말이다. 그러나 관람객이 작품 앞으로 한 발 다가가 병에 적힌 타이틀과 성분을 읽는 순간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재료를 마주하게 된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Big Data)’라는 이름의 스무디에는 구글 안경(Google Glass), 핸드폰 요금 청구서, 손 세척제 등이 잘게 조각 나 들어가 있는 격이다. 이 밖에도 ‘보충제(Supplements)’,‘아픈 날(Sick Day)’, ‘플라스틱(Plastic)’ 등의 제목 아래 클라인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이러한 첨단 소재와 합성 화학 물질들을 이용해 다양한 지점에서 테크놀로지와 맞닿아 있는 현대인의 삶을 담아낸다. 그렇다면 왜 스무디인가? 클라인은 최저 시급이 넘는 가격의 스무디의 형태를 통해 같은 도시 안에 존재하는 계층 간의 격차 문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마치 우리가 음료를 마시듯 첨단 기술을 소비하는 행태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한다.

반면 같은 섹션에서 이어지는 이안 쳉(Ian Cheng)은 3D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되는 ‘유니티 엔진(Unity engine)’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테크놀로지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내러티브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완벽한 밀사단(Emissary Forks at Perfection)〉(2015 – 2016)은 지난 2017년 모마 PS1(MoMA PS1)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밀사(Emissary) 삼부작’ 중 하나이다. 마치 매번 플레이 할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는 비디오 게임처럼, 이 3D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는 주인공인 밀사가 죽고 다시 태어나는 순간마다 새롭게 만들어 진다.

정해져 있는 플롯이 아니라 유니티 엔진에 의해 자동으로 매번 다른 플롯이 생성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속 밀사의 움직임, 그리고 주변 캐릭터들과의 교류는 각 시뮬레이션마다 달라지며 무한히 이어진다. 한편 그의 영상에서 등장하는 인물과 사물은 마치 색종이를 오려 놓은 듯 평면에 가까운 형상을 지니고 있다. 최근 디지털 영상 혹은 이미지를 이용해 작업하는 다른 작가들이 사진으로 찍어낸 듯한 현실적인 형태를 추구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뉴욕 현대미술관이 지난 2019년 3월 이 작품을 소장하며 작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쳉은 그 이유가 내러티브에 집중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리얼타임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는 1초에 약 30번의 렌더링 조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캐릭터의 사실적인 재현보다는 단순한 형태에도 불구하고 매 플롯마다 달라지는 인물의 행동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덧붙인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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