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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ESSAY

I Am Your Voice: 방탄소년단(防彈少年團)

글 문정현

스타드 드 프랑스(stade de france)에서의 BTS 월드투어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공연 현장 ⓒ문정현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s)에서 ‘탑 소셜 아티스트(Topsocial artist)’를 2년 연속 수상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짐과 동시에 〈Fake Love〉 컴백 무대까지 성공적으로 선보인 방탄소년단이 차기 곡으로 대중에게 들고나온 화두는 다름 아닌 ‘아이돌’로서의 삶이다. 음악사의 오랜 위상을 담보하는 빌보드에서의 연이은 수상과 국내외 아미(ARMY)1들의 노력으로 상대적으로 척박하던 국내 언론의 관심과 평가도가 상승하던 시기였던 만큼 다시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고충을 꺼내든 이들의 선택은 다소 느닷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DOL〉의 영상과 가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방탄소년단이 스스로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본질론적 당위를 꺼내든 이유를 합당히 추측케 한다.

유튜브(YouTube)에서 24시간 만에 조회수 신기록을 갈아세운 〈IDOL〉은 판소리 가락과 북청 사자놀이에 탈춤을 접목한 군무와 추임새의 전통적 요소들로 인해 비교적 이들에 무관심하던 청중에게도 큰 화제를 모았다. 베이퍼웨이브(vaporwave)2 영상미와 결합된 풍성한 연출 감각으로 폭넓게 공유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희미하게나마 이목을 끈 장면(scene)은 따로 있었는데 영상 도입부에 찰나로 지나가는 미세한 제스처가 바로 그것이다. 손을 땅에 딛고 비틀거리는 두 다리로 다시 일어서는 듯 보이던 안무는 방탄소년단이 역경을 딛고 생존해온 그간의 행보를 고스란히 반추한다는 점에서 특별히 상징적인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현란한 시각적 요소들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은 덜 받았지만 마치 긴 시간의 고된 행군 끝에 다리가 풀려버린 상태에서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위태롭게 보여도 다시 지면에 팔을 딛고 일어서는 제스처는 이들이 또 다시 좌절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절대 포기하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선포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IDOL〉은 당신 자신을 사랑하기를 권유하는 메시지의 대미를 장식하는 《Love Yourself 結 ‘answer’》의 타이틀치고는 다소 격정적인 가사와 리듬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지각할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게토 지역의 하우스 장르인 곰(Gqom)과 꽹과리 소리를 포갠 격정적인 트랩 비트는 몸을 좌우로 크게 비틀며 추는 탈춤과 ‘얼쑤’, ‘지화자’와 같은 추임새가 절대 신명나는 리듬으로만 들리지 않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Love Yourself ’라는 구호와 괴리가 느껴질 정도로 다분히 감정적일 만큼 한이 서린 가사와 라임(rhyme)은 방탄소년단이 다시 ‘아이돌’로서 자신들을 호출하는 배경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것이다.3

 

선한 영향력에 기반한 메시지

가사와 퍼포먼스 등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감정은 방탄소년단이 발하는 ‘선한 영향력’4의 기반이 울분에 찬 분노로부터 점철된 것임을 드러내며, 문화사적 맥락에서 이들의 지정학적 위치를 알려준다. 권력의 생태에서 발현되는 문화적 가치와 역할을 선구적으로 고찰한 파슨스(Talcott Parsons)의 이론에서 보듯이, 아이돌과 팬사이의 기존의 수직적인 권력 관계로부터 새롭게 수립된 방탄소년단과 ARMY의 관계는 양가적인 감정의 표출이 어떠한 방식 하에 유기적인 권력 양상으로 수용될 수 있는지 암시하기 때문이다. 권력 역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그것이 쟁취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개인에게 부여하는 것”임을 명시한다. 즉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영화, 심지어는 음악 영역 내에서도 하대 받아온 아이돌 장르 또한 사람들에게 주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변화된 상태를 이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논점을 사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5

이와 같은 전환적 권력 지형으로부터 타인을 위한 네 가지 사회적 실천인 “공감하고 나누고 고마움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하는”6 수평적 의사는 이 시대의 바람직한 모델로서 이상적으로 제시된다. 군소 기획사 소속인 방탄소년단이 받은 설움과 차별이 역설적으로 ‘선한 영향력’의 올바른 작동을 위한 내러티브로서 포괄될 수 있는 이유다.7 이러한 전후 사정은 왜 이후에 데뷔하는 그룹들이 ‘선한 영향력’을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그 메시지와 괴리되며 대중에게 소구되지 못하는가에 대한 유효한 답변을 제공한다. 특히 힙합을 선구적으로 표방한 빅뱅(BIGBANG)이 어떠한 요인으로 방탄소년단만큼의 인지도로 부각되지 못하였나 하고 끈덕지게 따라붙는 질문과도 적절한 논점으로 연계됨을 볼 수 있다. 가령 트와이스와 빅뱅,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을 분석한 기사를 보면 전자에서 자주 반복되는 단어가 ‘베이비’인 것에 반해서 후자의 경우는 ‘나’임을 알 수 있다. 청춘의 노력과 인생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방탄소년단의 곡에서 존재함이 증언되는 것이다.8

 

1  방탄소년단의 공식 팬클럽 명칭으로 ‘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를 뜻한다. 편집자 주.

2  베이퍼웨이브는 2010년대 초중반 유행한 전자음악과 인터넷 밈(meme) 등을 아우르는 일종의 서브컬처로 1980~90년대 음악과 대중문화를 전유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엘리베이터 음악 등의 1990년대의 자본주의 소비문화에서 파생되는 콘텐츠들, 당시의 웹디자인, 애니메이션, 사이버 펑크 등을 혼성모방하는 태도와 연결되기도 한다. 편집자 주.

3  물론 해당 앨범에서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본질은 마지막 트랙인 〈Answer: Love Myself〉라고 할 수 있다. “왜 자꾸만 감추려고만 해/니 가면 속으로/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린데”와 같은 가사는 보다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대면하고 인정할 것을 이야기한다. 해당 곡은 〈Love Yourself〉 투어에서 관객과 함께 열창하는 피날레 곡으로 환호받았다.

4  ‘선한 영향력’은 권위적인 자세에서 내려와 이타적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능동적인 참여와 성취를 유도할 때 일컬어지는 용어로서 수직적인 의사결정 대신에 수평적인 자율적 책임과 규율을 중시한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독점하지 않으며 조건 없이 나눔을 뜻한다. 이효리의 스몰웨딩이나 유기견 보호와 같은 사회운동 역시 ‘선한 영향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5  대커 켈트너, 장석훈 옮김, 『선한 권력의 탄생』, 프런티어, 2018, p.40, p.65

6  위의 책, p.17.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한 사람에 하나의 별/70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70억 가지의 world”라고 노래하는 방탄소년단의 〈소우주(Mikrokosmos)〉는 상위 1%를 위한 권력의 분배가 아닌 모두를 위한 공감의 차원으로 나누어지길 주장하는 대커 켈트너의 논지를 방증한다.

7  대형 기획사 출신의 타 그룹 스케줄이 취소되었을 때에야 대타로 무대 위에 섰던 기억을 언급한 에피소드 외에도, 힙합 씬에서는 화장하고 춤추는 아이돌로, 반대로 아이돌 씬에서는 힙합을 어설프게 표방한다는 이중적 잣대에서 양쪽으로부터 모두 환영받지 못한 방탄소년단은 미운 오리 새끼의 처지를 한동안 감내해야만 했다. 이러한 배경은 방탄소년단이 끝까지 자신들을 믿고 지지해준 ARMY에게 유독 더 감사를 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 셋!(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2016)은 이러한 고마운 심경을 팬들에게 전한 노래다.

8  양승준, 「방탄은 어떻게 넘사벽이 됐을까? 답은 공감과 위로에 있다」, 한국일보, 2017년 11월 29일 수요일, 16면. 해당 기사에 의하면 역시 ‘노력’이라는 단어가 단지 3회 쓰인 빅뱅에 비해서 방탄소년단은 무려 38회에 이른다. 즉 SNS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만이 BTS 현상을 일으킨 주 원인은 아닌 것이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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