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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분열된 근대 예술가들의 초상

글 장서윤

《근대미술가의 재발견1: 절필시대》 / 5.30~9.15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정종여, 〈의곡사 괘불도〉 설치 전경

1.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진행 중인 《근대미술가의 재발견1: 절필시대》(이하 《절필시대》)는 “우리 미술사에서 저평가된 근대기 작가를 발굴·재조명함으로써 한국 미술의 두터운 토양을 복원하고자” 기획된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시리즈 중 첫 번째 전시다. 한국미술사 연구와 정립은 동시대 미술의 양상을 소개하는 것과 병행되어야 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중추적 역할임을 생각했을 때, 근대미술 전시는 여전히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영역이다. 실제 국립현대미술관은 덕수궁관 개관 이래 《다시 찾은 근대미술》(1998)을 시작으로 《한국근대미술: 근대를 보는 눈》(1999), 《鄕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2012),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2015), 《변월룡(1916-1990)》(2016), 《신여성 도착하다》(2017~2018) 등의 전시를 개최하며 한국 근대미술의 공백을 차근히 채워나가고자 했다.

그렇다면 이번 전시 《절필시대》가 초점을 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근대는 늘 (재)발견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재발견’이라는 단어를 내세우는 것은 전시가 좀 더 명확한 목표를 지향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동안 근대를 다뤄온 여러 전시에서 한국 근대미술사의 공백을 메우고자 작품의 수많은 자료와 증언들을 토대로 작품의 궤적을 좆아 관람객에게 소개했음에도 굳이 ‘재발견’을 강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제목으로 사용한 ‘절필시대’는 그 의미가 더 심장하게 다가온다. 붓(筆)을 꺾어야(絶) 할 만큼 절박하고 절실했던 시대가 근대이기도 했지만, 작가들의 ‘절필(絶筆)’은 또 다른 기회와 가능성을 낳기도 했다. 전시 제목에서 내세우는 ‘절필’은 결코 작업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이는 작가들이 절필과도 같은 시대를 견뎌내고 살아내기 위해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모색하게 되는, 그래서 기존의 자신으로부터 분열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시대적 배경을 지칭한다.

전시가 중점을 두고 있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정찬영(1906~1988), 백윤문(1906~1979), 정종여(1914~1984), 임군홍(1912~1979), 이규상(1918~1967), 정규(1923~1971) 6명의 작가가일제강점기와 해방, 좌우이념 대립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며 분열된 정체성을 지닌 예술가로서 어떻게 작업을 해왔는지 탐색해나가는 여정을 통해 한국의 근대미술을 보다 내밀하게 살필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인지 《절필시대》는 이 6명의 작가들이 근대기 ‘위대한 예술가’라는 전형적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그보다는 격동의 시대 상황에서 이들이 절필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 분열된 예술가로서 작업을 해야 했던 순간 이들이 남긴 작품을 차근히 따라가며, 완성 작품이 아닌 미완의 드로잉들, 그리고 흔히 알던 작가의 작풍이 아닌 새로운 작업 스타일을 조명하여 분열된 지점을 들여다보도록 구성하고 있다.

《절필시대》가 소개하는 정찬영, 백윤문, 정종여, 임군홍, 이규상, 정규는 사용한 매체도, 삶의 배경도, 그리고 절필해야 했던 이유도 각기 다르다. 때문에 하나의 주제로 이들을 묶기에는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여기서 기획자는 《조선미술전람회》(이하 《선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근대화단의 신세대’로 정찬영과 백윤문을, 해방 후 월북으로 인해 남한에서의 자취는 더 이상 살필 수 없게 된 ‘해방 공간의 순례자’로 정종여와 임군홍을, 한국 현대미술이 태동하는데 있어 주요한 역할을 했던 ‘현대미술의 개척자’로 이규상과 정규를 나누어 3부로 구성하는 묘를 발휘했다. 각 작가들의 분열된 지점이 무엇이고, 그 분열이 작업에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가를 살피다 보면 결국 전시의 큰 주제인 ‘절필시대’를 통과한 근대예술가들의 분열된 초상을 마주하게 된다. 주제를 향하면서도 각개별 작가에 대한 집중도 놓치지 않은 전시 구성 방식이 탁월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정찬영, 〈한국산유독식물〉 설치 전경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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