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TOP

COVER ARTIST

이향남, Nomad Life

글 이봉욱

2018년 제15회 미술세계 작가상 평면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이향남 작가의 수상기념 초대전이 8월 17일부터 27일까지 갤러리 미술세계에서 개최된다. 시기를 같이하여 『미술세계』는 이향남 작가를 표지 작가로 초대하여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이를 조형예술로 승화시켜온 이향남 작가는 이번 수상전을 위해 그동안 선보여온 평면작업의 틀을 넘어 캔버스 위에 오브제를 부착하기도 하고, 협업을 통해 제작한 영상작업을 제작하기도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왔다. 이봉욱 평론가의 글과 작가 인터뷰는 이향남 작가가 추구하는 ‘Nomad Life’에 대한 이해를 도울 것이다.

이향남, 〈Nomad Life〉, 혼합재료, 45×45cm, 2019

노마드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는 이향남 작가는 삶의 여정 속에서 경험하는 사건들을 조형 언어로 구현하는 예술가이다. 작가는 고착화·보편화 되어가는 삶에서 탈주하여 세계 바깥으로 여정을 이끄는 과정(사건)들을 신발이라는 표상(representation) 이미지로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표상은 자신이 추구하는 주체적 삶의 방식인 노마드를 사유하여 지속적으로 삶의 위치를 재설정하는 방식이다.


이향남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예술적 실체
작가의 어릴 적 꿈은 오지 탐험가와 비행기 조종사였다. 그의 꿈을 살펴보면 그가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살아가려는지 잘 알 수 있다. 더 넓은 세계에 대한 의문과 욕망들, 이러한 것들이 실제 예술 작품으로 자신을 투영하여 탐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자신의 본질적 언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왜 자신의 세계에서 탈주하려는 것일까? 들뢰즈(G. Deleuze)와 가타리(F. Guattari)는 탈주에 대한 이론으로 ‘노마드’를 제시하였다. 이들은 노마드를 이론적으로 고착되는 것이 아닌, 실천 전략의 조건이라는 중요한 맥락에서 설명하였다. 현실을 떠나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노마드가 될 수 없으며, 진정한 노마드는 실천을 바탕으로 삶을 바꾸는 행위로부터 시작한다. 작가는 생각할 것이다. 노마드는 지배적, 구조적 사회 내에서 안정된 삶과 싸우는 전쟁 기계이다. 그에게는 노마드가 작동하는 초월적 밖, 즉 결정 불가능한 다양한 세계를 현재적 삶 속(안)에서 작품으로 어떻게 구현하고 작동시킬지가 중요한 이유인 한 것이다. 이향남이 살아가는 방식은 사건이다. 그는 보편적 삶을 떠나 새로운 만남들과 접촉을 시도하며, 횡적이며 수평적인 탈주선들을 만들어나간다. 이러한 실천 행위는 곧 주체의 자기 동일화를 넘어 다름이 주는 낯섦으로 인해 보편적 삶의 구멍을 내는 것으로, 이를 통해 새로운 주체자로의 변신을 시도하는 이향남만의 예술적 세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모나드의 신발-표상 이미지
이향남 작가는 삶을 정주시키지 않고 항상 새로운 형식과 환경을 마주하며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는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끊임없이 자신의 사유를 전이시켜가는 과정이다. 즉 외부적인 구조에 의해 규정되지 않으며, 탈주하는 행위,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며 실천하는 여정을 그는 택하고 있다. 경계를 허물고 스스로 세계 밖 여정을 통해 열려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실천들은 이향남 작품의 표상적 이미지-신발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물리적 시공간을 넘어 삶의 경계를 허무는 태도를 통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경험이나 사건, 생각들을 관람객들이 체화할 수 있는 보편적 작품들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환원할 수 없는 조형언어로 새롭게 재현하는 것은 작가만이 가지는 개념적 특이성(singularite)이 될 것이다. 이향남의 예술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심상인 이미지-신발은 이향남의 삶의 여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모나드(Monad)이다. 신발을 통해 작가의 경계와 자아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그럼 신발은 어떻게 관람자와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창이 없는 모나드는 타자와의 직접적 소통이 힘들다. 하지만 매개체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모나드이다. 이러한 소통 방식은 현대인들의 소통 방식과 닮아있다. 현대인들이 미디어를 매개로 소통하듯, 이향남은 여정에서 돌아와 자신의 삶으로부터 현대인과 연결하는 매개를 신발로 설정하고 있다. 이 파편화된 신발은 회화의 형식적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관람자들과 소통하는 모나드로서 향연을 펼치고 있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이향남, 〈Nomad Life〉, 혼합재료, 90×90cm, 2018

Interview
이향남 작가

인터뷰 백지홍 편집장


미술세계 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후 지난 1년간 전시를 준비해 오셨습니다. 작품을 제작하면서 어디에 방점을 두셨나요?

수상전을 준비하면서 제 삶과 작업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행과 작업을 힘들게 이어가는 것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조금 더 편하게 삶을 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죠. 하지만, 결국 제 작업은 제 심상의 표현이잖아요. 결국 저에게 여행과 작업은 떼어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언제까지든지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고,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걸어갈 것이고, 그에 맞춰 내 작업도 함께할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삶에 대한 생각이 새롭게 변화한다면 작업도 그에 맞춰 변화하겠죠. 이번에는 ‘최선의 작업을 관람객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수상전이라는 무게감이 작업에 영향을 주었어요. 치열하게 고민하다 보니 길지 않은 시간에 많은 변화와 발전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느낌으로 작업을 풀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동안 진행한 개인전이 아니라 미술세계 작가상의 무게에 걸맞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신작들을 살펴보면 신발을 자신의 상징으로 하여 여행을 통해 삶과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에서는 기존 작업과 유사성이 보이지만, 재료나 형식 면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표상 이미지인 신발은 변함이 없고 주제 역시 기존 작품의 연장선에 있지만, 재료가 바뀌고 표현기법도 바뀌었습니다. 2018년부터 작품 스타일에 변화가 있었어요.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회화에 천을 거쳐 세라믹까지 오브제가 추가되었거든요. 천 작업은 2018년 한 해 동안 진행했어요. 천을 일일이 오리고 염색하고 바느질하여 캔버스에 부착했습니다. 천이 주는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이 좋더라고요. 그러다가 세라믹 작업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작업에 볼륨감을 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도예 작가님의 이천 작업실에서 구워내고 색을 칠해서 현재와 같은 작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신발 모양으로 구워낸 다음에 색을 칠한 것인데, 캔버스에 부착하기 위해서 무게를 가볍게 했어요. 일반적인 도자기 흙에 다른 재료들을 섞었는데, 재료 배합비율을 달리하여 무게를 하나하나 재보면서 작업했습니다. 다행히 공을 들인 만큼 세라믹 작업이 공개 이후에 반응이 좋아요. 특유의 질감과 광택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향후에는 부드러운 천 작업과 단단한 세라믹 작업을 결합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THIS DIRECTORY

THIS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