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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솟아오르는 이름들

글 권태현

《황예지: 마고》 | 6.18~7.20 | D/P

이미지 제공 d/p, 황예지

마고〉 설치 전경

일이 일이다 보니 이미지의 캡션을 정리할 일이 많다. 누가 만들었고, 제목은 무엇이고, 언제 만들었고 등등. 별것 아닌 일 같지만, 미술의 세계에선 아직까지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저자와 창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각별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가끔, 그 세계에서 튀어나오는 것들이 있다. 특히 저자의 위치에 이름을 써넣을 때, 고민에 빠뜨리는 존재들을 만난다. 전시 《마고》와 그 한복판에 놓인 조각상 〈마고〉도 그런 존재였다.

마고는 세상을 창조한 여자의 이름이다. 마고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들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사실 두 팔로 온 우주를 안을 만큼 거대한 존재가 우리의 세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다. 섬 나라의 신화에도, 바닷가 마을의 전설에도, 저 멀리 마른 땅의 설화에도 마고는 있었다. 남성 유일신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도 마고는 그 모습과 이름을 바꾸어가며 수많은 입과 귀를 거쳐 기억되고 그를 통해 존재해왔다. 글보다는 말로 전해지는 “모계로부터 오는 이야기” 같은 것들.

황예지, 〈신호(Signal)〉 피그먼트 프린트, 90×60cm, 2019마고의 존재를 잊지 않았던 황예지는 전시를 통해 열어낸 공간에도, 자신이 사진으로 비추어낸 존재들에게도 마고라는 이름을 붙인다. 거기에서 하나의 마고가 아닌, 마고들이 솟아난다. 이곳에는 제각각 거대한 몸을 일으키며 세계를 창조하고 있는 마고들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시인들이 하나의 낱말에 온 우주를 담아내듯. 그리고 우주와 우주를 부딪쳐 울림을 만들어 내듯. 《마고》에서 그 이미지들은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또 여기 붙고 저기 붙으며 울림을 만든다. 살과 살 사이에서, 눈과 털 사이에서, 꽃과 불 사이에서, 빵과 빛 사이에서, 벽과 혀와 풀과 흙 사이에서 이야기들이 새어 나온다.

그리고 그 울림 속에서 각자의 문장을 만들어 되뇌는 관객들이 있다. 나지막한 울림과 살금 들려오는 콧노래, 아른 피어오르는 향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관객들은 마치 마고처럼 거대한 존재가 되어 각각의 세계들 사이를 떠다닌다. 그렇게 몸을 움직이는 마고들은 자신의 우주를 또 다른 마고들의 이미지에 비추어본다.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결코 같지 않은 존재들이 서로를 비춘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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