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TOP

ART SPACE

잇다스페이스: 백 년의 역사, 문화의 씨앗을 품다

글 백지홍

잇다스페이스 전경

글· 사진 백지홍 편집장

 

인천 중구 배다리사거리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큰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아담한 벽돌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소금창고, 사우나, 그리고 문조사와 동양서림이라는 두 서점을 거쳐 ‘문화프로젝트공간 잇다스페이스’(이하 잇다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이곳은 지난 4년간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이어오며 지역의 풍경을 바꿔왔다. 그 저력의 기반은 다양한 사람들을 ‘잇는’ 것. 《이종만 초대전》(6.29~7.13)이 진행 중인 잇다스페이스를 찾아 이 작은 공간이 만들어낸 변화를 살펴보았다.

잇다스페이스 안쪽으로는 비교적 반듯한 전시공간이 있다.

골목 안쪽의 붉은 벽돌집
미술 갤러리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주택가. 재개발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는 골목길을 걷다 보면 하얀색 페인트로 ‘동양서림’이라 적어놓은 묵직한 나무문을 만날 수 있다. 문에는 ‘새전과·표준학력고사’, ‘중학전과·새산수완성’이라는 글귀가 세로로 적혀 있어 문에 남겨진 세월을 느끼게 한다. 문 옆으로는 ‘itta space’라 쓰인 자그마한 금속 재질 간판과 ‘편하게 들어와서 관람하세요’라는 문구가 붙어있어 이 공간이 단순히 오래된 서점 터가 아닌, 현재도 생명력을 갖고 숨 쉬고 있는 곳임을 알려준다.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사방을 감싸고 있는 붉은 벽돌 벽이 방문객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벽돌이라는 재료뿐만이 아니다. 반듯하게 지어진 것과는 거리가 먼, 전체적으로 어딘지 구수하고 인간미 넘치는 건물 형태는 방문객에게 위압적인 태도를 보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 벽돌 벽 위로는비가 내리는 날이면 맑은 소리를 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양철 지붕이 얹혀 있다. 실제로 냉난방에는 매우 취약한 구조이지만, 오래된 건물이 주는 특유의 포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근래에 추가된 시설들에서도 이러한 포근함을 해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새롭게 정비한 전선들도 일부러 옛날 방식으로 노출해서 마감했으며, 전시장 내부에서 관람객의 더위를 식혀주는 3대의 선풍기도 이제는 일부러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오래된 모델들을 모아놓았다. 겨울에 온기를 더해주는 난로 역시 마찬가지다. 안쪽에 자리 잡은 시멘트로 마감된 방은 상대적으로 반듯하게 지어졌지만, 역시 오래된 건물 특유의 느낌을 전한다. 잇다스페이스의 운영자이자 목공예 작가이기도 한 이영희 관장과 정창이 대표 부부가 직접 만든 가구들도 이 오래된 따뜻함과 어울리는 작품들로 이뤄져 있다.
잇다스페이스는 기본적으로 미술 작품이 전시되는 갤러리 공간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언급한 특유의 분위기는 일반적인 갤러리의 하얀 벽을 배경으로 작품이 설치될 때에는 느낄 수 없는 감각을 전한다. 이번 방문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이종만 작가의 힘찬 붓 터치와 질감 표현이 그림의 배경이 된 벽돌과 어우러지는 것처럼 말이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맞은편 벽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비둘기〉의 터치들과 벽돌 벽이 이룬 조화는 다른 전시장에서는 만나기 힘든 잇다스페이스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갤러리 안쪽의 노출 콘크리트 벽면 공간은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전시 공간과 유사한 느낌을 전달하며 하나의 전시에서 두 가지 톤을 경험하도록 한다. 이러한 특성은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뿐만 아니라, 작품을 선보인 작가들 역시 작품을 새롭게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100년의 세월이 만든 기회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THIS DIRECTORY

THIS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