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TOP

WORLD ART

내가 이곳에 살고 있기에: 제도와 구조가 완성한 극우 포퓰리즘의 민낯이 드러날 때

글 이정훈

《내가 이곳에 살고 있기에(Weil ich nun mal hier lebe)》 | 2018.10.27.~2019.8.18 | TOWER MMK

이미지 제공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포렌식 아키텍쳐(Forensic Architecture), 〈77스퀘어미터_9분 26초(77sqm_9:26min)〉 비디오, 흑백, 컬러, 사운드, 27분 22초(Triptych) 비디오, 사운드, 15분 14초(Reenactment of a Reenactment) 타임라인, 카페트, 브로슈어, 2017 ©Forensic Architecture, photo: Axel Schneider

2018년 8월 25일 토요일 늦은 저녁. 독일 작센 주의 소도시 켐니츠(Chemnitz)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35세의 쿠바계 독일인 다니엘 H.와 시리아, 이라크 국적의 20대 청년들 사이에서의 다툼이 벌어졌고,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소지하고 있던 칼에 찔려 독일인 남성이 사망했다. 이 소식은 사건 피해자와 용의자의 국적에 초점이 맞춰져 삽시간에 소셜 네트워크에 퍼졌고, 다음날인 일요일 지역 극우 단체와 네오나치 약 800여 명이 피해자 추모를 명목으로 기습적으로 집회를 가졌다. 난동에 가까운 폭력과 욕설 그리고 외국인과 이민자 혐오로 가득한 구호의 외침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ur Deutschland, 이하 AfD)’과 반무슬림 운동단체인 ‘페기다(Patriotische Europaer gegen die Islamisierung des Abendlandes)’ 세력까지 가세하면서 독일 사회 내부의 극우 세력이 한 곳에 응집하기에 이른다. 백 명 단위였던 시위는 며칠 지나지 않아 8,000여 명 이상의 규모로 늘어났고 폭력 시위의 파괴력과 영향력도 그에 비례하여 증가했다. 독일 통일의 시발점이었던 89년 동독 민주화 운동에서 자유와 민주화를 요구하며 외치던 ‘우리
가 인민이다(Wir sind das Volk)’ 구호가 오늘날 극우 진영에서 이민자와 외국인 퇴출을 겨냥하여 사용되는 풍경은, 지난 2015년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가 진행 중이던 쾰른 중앙역에서 벌어진 집단 성폭행을 비롯하여 독일이 난민 포용 정책을 실시한 이후 끊이지 않았던 크고 작은 난민 범죄를 향한 독일 국민의 시각과 정서의 한축을 보여준다. 또한, 지난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12.6%의 득표율을 끌어내며 원내 진입에 성공한 AfD와 지난 5월 말에 치러진 유럽 의회 선거에서 유럽 내 극우 및 포퓰리즘 정당의 약진을 고려하면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 이민자와 외국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 정서가 더욱 뚜렷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Museum fur Moderne Kunst, 이하 MMK)은 독일 사회 내부에서 자행되는 제도적인 차별과 구조적으로 만연한 폭력을 살펴보는 전시 《내가 이곳에 살고 있기에(Weil ich nun mal hier lebe)》를 프랑크푸르트 시내 중심에 위치한 TOWER MMK에서 오는 18일까지 선보인다. 하룬 파로키(Harun Faroki),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헨리케 나우만(Henrike Naumann), 에릭 반 리스하우트(Erik van Lieshout), 스팟(SPOTS) 등 총 11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독일 내부의 혐오와 차별 그리고 폭력을 둘러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을 탐구한다. 특히 개별적인 언어로 표현된 각 작품 속 이야기와 이미지는 기존의 제도와 정치 구조에 비판적으로 개입하며 대항 서사를 엮어낸다.

아진 파이자바디(Azin Feizabadi), 〈잠복 기억(Cryptomnesia)〉 설치 전경 ©Azin Feizabadi, photo: Axel Schneider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THIS DIRECTORY

THIS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