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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희, 현대미술도 우리 민족이었어

글 권태현

구동희 작가 ©김흥규

구동희의 개인전 《딜리버리》(7.20~9.1)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렸다. 일상적인 것들에서 파생되는 감각들을 가지고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을 펼쳐온 그가 이번에 주목한 주제는 바로 ‘배달’이다. 피자와 치킨, 혹은 짜장면이 정석이지만, 이제 사실 거의 모든 것을 배달할 수 있다. 배달은 일상이 되었다. 무엇이든 스마트폰에서 이미지를 보고 누르면 금방 현관문 벨이 울린다.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있는 배달과 운송, 그리고 그것에 대한 감각들을 변주하며 구동희는 아트선재센터의 공간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그의 작업은 우리 삶에 가까이 있는 것들을 그러모아 농담처럼 비틀어 내지만, 그로부터 촉발된 사유는 시공간의 감각에 대한 첨예한 문제까지 나아가곤 한다. 새로운 작업을 중심으로, 이전 작업들에 대한 고민들, 작업 과정, 전시장의 디테일들까지, 구동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작업을 톺아본다.


이번 전시 준비 단계부터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서문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4》 전시의 〈재생길〉(2014)과 《샤르자비엔날레》에서의 〈재생길Ⅱ- 비수기〉(2017)가 언급되는데, 신작을 준비하며 이전 작업들을 염두에 두셨던 것인가요?


《딜리버리》와 이전의 작업들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간 전체에 개입하는 대규모 설치 작업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재생길〉을 참조한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작업은 ‘올해의 작가상’이라는 미술 제도에 대한 코멘터리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다른 작업들과 연결시키기 어려워요. 물론 물리적인 공간이 먼저 주어져 있는 상황에서 작업을 펼쳐야 하는 상황 자체를 작업의 요소로 생각하는 방식은 통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딜리버리》 전시 전경


말씀해주신 것처럼 전시를 위해 주어진 공간의 조형이나, 건축적 요소들, 혹은 장소적 맥락을 특정한 방식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작업에 뒤섞는 것은 작가님의 설치 작업에서 중요한 측면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재생길〉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공간과 근처 어린이 대공원의 롤러코스터를 연결하는 식으로 탈맥락화된 화이트큐브와 과천이라는 장소적 맥락을 교차시키는 방식이 그랬죠. 이런 연결이 만들어지는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것들을 전시할 공간에 옮겨 놓는 방식으로 작업하지 않습니다. 그런 규모의 스튜디오를 운영할 형편이 안 되기도 하고요. 규모 있는 공간에서 설치 작업을 하게 되면 컴퓨터를 앞에 두고 상상을 펼칩니다. 보통 가장 먼저 주어지는 것이 전시할 공간의 도면이기 때문에 그것이 작업의 첫 번째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도면을 두고서 이 공간에서 어떻게, 무엇을 보여줄지 계속 시뮬레이션합니다. 아주 비물질적인 과정이죠. 그렇기에 실제 공간에 작업을 설치하기 전에 물리적인 문제이든, 장소적 문제이든 상상한 것을 구현할 조건에 대해서 따지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 됩니다. 설치 작업은 단순히 벽에 작품을 거는 것과 전혀 다르기에 모든 건축적 구조들 자체가 작업의 재료이자 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어요. 그 밖에도 실내와 바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비상구는 어디인지, 심지어 화장실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 공간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조건들을 살펴봅니다. 작업의 구성에서는 기존 공간에 어떤 변화를 주어야 사람들이 다르게 감각할 수 있을지를 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당연히 작업할 공간의 주변 장소를 사전 조사하는 과정도 거칩니다. 그러나 장소특정성을 절대적으로 염두에 둔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강조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전시장에 펼쳐낼 것들을 모두 모델링해보는 것인가요? 어떤 툴을 쓰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전시라는 제도와 여건이 가진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에 실제 프로덕션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려면 모델링을 꼼꼼히 해야 합니다. 컴퓨터 기반 프리 프로덕션이 결과물의 조형성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최근에 많이 느끼고 있어요. 물론 컴퓨터에서 구현한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 작업처럼 임시적 구조를 만들 때는 컴퓨터에서 먼저 상상했던 드로잉을 물리적인 현실로 꺼내면서 단순화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모델링 툴의 경우, 관객이 관람할 자리나 직선 체계 구성은 ‘스케치업’을, 곡면이나 축 변화가 발생하는 대상은 ‘라이노’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손에 쥘 수 있는 정교한 오브제를 만들 때는 라이노가 적합하고, 공간을 구성하고 배치를 할 때는 스케치업이 알맞습니다. 두 툴을 오가는 과정도 있죠. 공간적이고 건축적인 스케일과 손에 쥘 수 있는 것의 스케일은 각각 속해있는 시각적 체계 자체가 다르지만, 작업을 하다 보면 양측 전체를 마치 흙 주무르듯이 만들어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도 합니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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