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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김순기, 게으른 구름 타고 훨훨

글 장서윤

김순기 작가 ⓒ김흥규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프랑스를 무대로 새로운 미술 언어를 실험해온 김순기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 《김순기: 게으른 구름》(8.31~2020.1.27)이 진행 중이다. 전시 제목 ‘게으른 구름’은 규정된 틀에 갇히지 않고 일상을 유희하며 창조적이고 철학적인 작업을 펼쳐온 작가의 예술세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듯하다. 그만큼 김순기 작가의 작품은 폭넓고도 깊으며, 가벼우면서도 묵직하다. 초기 작업부터 신작 〈시간과 공간 2019〉을 아우르는 200여 점의 작품은 자연과 호흡하며 일상을 오롯이 예술로 채운 결과물들로, 동시대 미술에서 김순기 작가의 작업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여전히 달나라에 가는 것이 꿈이라 말하는, 자유롭고 경계 없는 예술가 김순기 작가를 만나보자.

 

그간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한국미술 ’95: 질량감》(1995), 《백남준 1주기 추모전: 부퍼탈의 추억》(2007), 《한국현대미술_거대서사 Ⅱ》(2013),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0주년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2016)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신 바 있지만 대규모 개인전은 처음입니다. 전시를 개최하신 소회를 여쭙고 싶습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됐는데, 이번 전시가 우리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함께 전시를 준비한 큐레이터들의 실력도 좋고 합도 좋았지만, 국립기관이다 보니 행정상의 절차가 복잡하고 체제가 견고해서 힘든 부분도 있었죠. 전람회란 공간에 설치하는 방식에 따라 작업의 의미가 달라지는데, 좀 어려운 점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 개최 3개월 전에 배치도를 제출해야 하는데, 공간도 제대로 보지 않은 상태에서 배치도에 맞춰 작품을 전시해야 하니 쉽지가 않았습니다. 작업 대부분이 공간과 연결된 것들이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작품’이란 단어보다는 ‘작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공간에 따라, 그리고 작업을 설치하는 방법에 따라 작업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설치’라는 말도 그런 의미에서 생긴 거잖아요. 작업을 가져다 놓음으로 해서 공간이 변형되고, 그럼으로써 작업의 의미도 바뀌게 됩니다. 전람회를 한다는 자체가 설치작업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미술관의 체제는 좀 더 완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1969년 초기작인 〈색동2〉, 〈색동 그림2〉부터 신작 〈시간과 공간 2019〉까지 작가님의 작업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작업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연대기적인 방식이 아니라 8개의 주제별 섹션으로 나뉘어 있어 작가님의 작업 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논의를 거쳐 나온 구성인가요?

전시 구성은 이수정 학예사의 의견을 전적으로 신뢰했습니다. 큐레이터는 전시를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전람회라는 건 특정 공간에서 일정 시간 동안 새로운 의미를 열어주는 것인데, 그걸 하는 사람이 큐레이터라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해를 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이수정 큐레이터가 고생 좀 했지요(웃음).

 

이번 전시에서는 1975년 미국문화원에서 열린 《김순기 미술제》가 담긴 영상도 설치되어 있어 당시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6일 동안의 달력〉과 〈달력, 물방울〉 등 과정형 작업을 선보이는 한편, 슬라이드 필름이나 영상을 상영하고 토론회를 개최한 것도 흥미로웠고요. A.G나 S.T와 같은 아방가르드 그룹이 활동하던 시기에 여성 작가가 ‘미술제’를 개최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을 텐데요, ‘미술제’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으셨나요?

대학교 때 은사님이셨던 전성우 교수님께서 저에게 전람회를 제안해주셨고, 그분이 미국문화원장을 만나 문화원에서 전시를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셔서 성사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작업을 전람회에서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어요. ‘representation’, 즉 표현/재현이라는 건 전통적인 예술의 관점이고, 저는 그 관점에 반대했기 때문에 ‘미술제’라고 썼던 것입니다. 미술제의 상황이 축제도 되고, 제사도 되고, 사건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미술제에 오시는 관람객들이나 다른 작가들과 대화도 하고 싶었고요. 저는 이 미술제가 스캔들을 일으킬 줄 느낌으로 알고 있었어요. 심지어 윤보선 대통령 영부인까지 왔었으니까요. 토론회 할 때에는 마이크 소리가 길거리까지 들려서 군중들이 지나가다 멈추기도 하고, 전시장 안에는 층계를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어요. 그때는 군사정권 시기라 말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겁도 없이 그랬던 거죠. S.T에서 활동하던 이건용 작가님이 미술제를 보시고 강의를 제안하셔서 일주일 내내 학교, 화실을 다니며 강의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온 작고 젊은 여자애가 하는 이야기를 감탄하면서 쳐다보더라고요. 그때 했던 강의들이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특히 서울대 미대 학생들의 경우 유화, 석고 데생, 모델 드로잉 등 그림만 그리고 있을 때였거든요.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그때 많은 에너지를 줬다고 해요.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준 거죠. 아방가르드라는 건 어떤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분석과 비판도 하면서 새로운 걸 제시(proposition)하려고 노력하는 거라 생각해요. 그게 앙가주망(engagement)이지, 단순히 사회적인 그림을 그렸다고 해서 앙가주망이 아니에요. 저는 ‘이것이 무엇인가’ 보다는 ‘어떻게 이것이 왔나(How have this work arrived)’가 더 중요하다고 항상 이야기해왔습니다. 지금은 제가 많이 얌전해졌죠(웃음).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신작 퍼포먼스 〈시간과 공간 2019〉 현장,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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