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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전시 풍경 너머를 꿈꾸는 실경산수

글 황정수

《우리 강산을 그리다-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 7.23~9.22 | 국립중앙박물관

 

《우리 강산을 그리다-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전시 전경

1.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실경산수를 모은 전시 《우리 강산을 그리다-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가 열렸다. 오랜만에 열리는 실경산수화 전시인 데다,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여러 작가의 작품이 출품되어 더욱 반가운 전시이다. 그동안 한국 미술계는 ‘실경산수’라는 말과 ‘진경산수’라는 용어 사이에서 오랜 논쟁을 거듭해왔다. 보통은 실제 풍경을 바탕으로 단순하게 재현한 것은 ‘실경산수’라 하고, 작가가 자신의 예술적 감흥을 넣어 경치를 묘사한 개성적인 작품을 ‘진경산수’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구분은 명확치 않아 서로 다른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번 전시는 두 가지 개념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실경산수’라는 포괄적인 개념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선정하고 제목을 정하였다. 전시는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전시라 할 수 있는 1층의 《우리 강산을 그리다》전은 정선(鄭敾)과 김홍도(金弘道)가 조선의 산야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미술사적 흐름의 변곡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선정하였다. 그동안 실경산수의 중심을 이루었던 두 화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이들에 이어 조선후기에 활동하였던 작가들의 실경 그림과 초본 형식의 자료까지 시야를 확대하여 기획하였다. 그동안 실경산수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정선의 〈신묘년 풍악도첩(辛卯年 楓嶽圖帖)〉과 강세황(姜世晃)의 〈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 이인상(李麟祥)의 〈구룡연(九龍淵)〉과 김홍도의 〈병진년 화첩(丙辰年 畵帖)〉 등이 모두 나왔고, 그밖에 이인문(李寅文), 정수영(鄭遂榮), 이방운(李昉運) 등의 작품들도 출품되었다. 또한 허필(許佖)이 금강산 석불을 의인화한 〈묘길상도(妙吉祥圖)〉도 관람객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많은 화가들 중에서 김응환(金應煥), 김윤겸(金允謙), 김하종(金夏鍾) 세 화가의 작품을 김홍도, 정선 못지않게 크게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들은 뛰어난 실경산수를 많이 남겼지만,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한 면이 있다. 이들의 작품은 양적으로도 적지 않고, 회화로서의 완성도도 높은 편이다. 김응환은 그동안 김홍도의 선배 정도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 그는 당대 화원들의 좌장 격이었으며 작품의 수준도 매우 높고 뛰어난 작가였다. 이번에 출품된 60여 장의 금강산 화첩 〈해악전도첩(海嶽全圖帖)〉은 김홍도와 그 후예들이 그린 금강산 화첩과는 다른 필치를 보여 조선조 실경산수의 다양함을 보여준다. 김윤겸 또한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부각된 화가이다. 그는 양반가에서 태어나 정선화풍을 이어 받은 화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면 정선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화풍을 갖춘 화가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부산의 태종대 등 영남 지방 명승을 여행하면서 그린 〈영남기행첩(嶺南紀行帖)〉은 빼어난 솜씨를 보여 그에 대한 평가를 달리 해야만 하는 이유를 보여 준다. 김하종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조부인 김응환(金應煥), 부친 김득신(金得臣)에 가려 많이 부각되지 못한 화가이다. 그의 그림은 조부 김응환의 활달한 필치와 김홍도 화풍을 따랐던 부친 김득신의 화풍을 넘나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출품된 〈해산도첩(海山圖帖)〉을 보면 당시 도화서(圖畵署) 화원이었던 김하종이 김응환과 김홍도의 화풍을 절충하여 자신의 화풍을 이루었음을 보여준다.

이들 세 사람은 조선후기 실경산수가 문인화의 대표 격인 정선 화풍과 화원파의 대표인 김홍도 화풍이 어떻게 혼성되어 가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점이 된다는 면에서 한국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이들의 작품을 정선이나 김홍도만큼의 비중으로 전시한 것도 이런 맥락을 살펴보기 위함일 것이다.

2층 상설 전시장에는 특별전과 연계하여 또 다른 형식의 실경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주로 ‘관아와 누정이 있는 그림’과 ‘지도와 그림 사이’를 넘나드는 그림들을 선보인다. 1층 전시가 전국의 명승을 남종화적 관점에서 그린 것이 주를 이룬다면, 2층 전시에는 화원이나 일반 화가들이 국가 행사나 전국의 상징적인 건물들을 그린 북종화식 그림과 남종문인화식 그림이 골고루 섞여 있다. 이들 작품 중에는 매우 특별한 풍경을 그린 작품과 채색화가 제법 섞여 있어 시각적인 면에서는 관람객들에게 1층 본전시보다 더 강렬하게 호소하는 면도 있다.

특히 조선후기 세도가인 김조순(金祖淳)이 조성한 삼청동 별장을 그린 〈옥호정도(玉壺亭圖)〉는 규모나 세부 묘사에 있어 다른 작품을 압도하는 면이 있다. 화원 한시각(韓時覺)이 1664년 함경도 길주에서 실시된 문·무과 과거 시험 장면을 그린 〈북새선은도권(北塞宣恩圖卷)〉이나 조중묵의 〈함흥본궁(咸興本宮)〉도 관심을 끌만한 뛰어난 작품들이다. 이밖에도 〈규장각도(奎章閣圖)〉, 〈평양성도(平壤城圖)〉, 〈한양전경도(漢陽全景圖)〉 등 다수의 중요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조선시대 실경 문화를 실감나게 한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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