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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퍼폼, 비물질 예술을 향유하는 방법

글 백지홍

《PERFORM 2019: Linkin-out》 포스터. 이미지 제공: 퍼폼

“새로운 형태의 미술 향유 방식을 제안한다.”

‘새로운 미술 향유 방식’이라니,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PERFORM》(이하 《퍼폼》)이 내건 포부가 퍽 흥미롭다. 이번 기획의 제안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예술카페’라는 콘셉트를 만날 수 있다. 관객이 원하는 작품을 대여하면 숙련된 스태프가 테이블로 작품을 서빙한다. 각 작품마다 작가가 걸어놓은 규칙만 지킨다면, 테이블 위의 작품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된다. 관람객도 운영진도 조금은 낯선 조건에서 총 10일간(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8.27~8.31 / 일민미술관 :8.31~9.4) 진행된 《PERFORM 2019 : Linkin-out》(이하 《퍼폼 2019》)은 《퍼폼》 사상 최다 관람객이 방문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4,000명이 넘는 관람객은 《퍼폼 2019》가 제안한 방식의 미술 향유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퍼폼》의 제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행사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퍼폼》은 일반적인 유통방식에 포섭되지 않는 퍼포먼스, 영상 등을 유통하기 위한 모델을 매년 선보여왔기 때문이다. 『미술세계』는 4년째 《퍼폼》을 운영해오고 있는 김웅현 퍼폼 대표와 《퍼폼 2019》의 핵심 기획 ‘Linkin-out(이하 린킨아웃)’을 기획한 이솜이 기획자와 함께 지난 4년간 《퍼폼》의 제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를 통해 퍼포먼스에서 비물질까지 《퍼폼》이 담론화하고 실행해온 개념들을 함께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퍼폼 2019 : 린킨아웃

《퍼폼 2019》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면 좋겠다. 행사기간 중 장사진을 이뤘는데, 총 관객이 몇 명이었는가?

김웅현 총 방문자 수는 4,000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광주 방문객 수가 200명 정도였고 일민미술관 방문객이 3,800명 쯤 되었다. 일민미술관의 평균 대기시간이 30분 정도였고, 마지막 날에는 더 길었다.

이솜이 광주에서는 린킨아웃이 운영되는 테이블이 9개 밖에 없었던 데다가 독립된 공간이어서 로테이션 속도가 더 느렸다. 일민미술관에는 첫날 13개 테이블을 운영하였는데, 관객들이 몰리면서 책상이 점점 늘어나 마지막 날에는 17개가 되었다.

 

린킨아웃은 《퍼폼 2019》에 앞서 퍼폼플레이스에서 선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퍼폼 2019》에서 선보인 버전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솜이 1회 린킨아웃(퍼폼플레이스, 2019.1.24.~2.7)은 영상 기반으로 활동하는 90년대 생 신진작가 11명의 작품으로 꾸린 전시였다. 영상으로만 작품이 제시되는 형태에서 확장하여 만져볼 수 있는 물질을 제공하거나, 영상을 스킵하거나 되감는 등 관객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기획이었다. 일민미술관과 달리 퍼폼플레이스에서는 테이블이 단 한 개였고 모니터 대신 스크린이 있었다. 관객이 원하는 작품을 주문하면 영상과 함께 영상에서 파생된 오브제, 참조 자료, 데이터 등을 테이블에 서빙하고, 관객은 영상을 재생하는 등 자유롭게 관람하는 형태였다. 린킨아웃은 비물질 예술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것들을 소개하고자 시작되었지만, 테이블 위 작품이 모니터 속 비물질의 형태로 귀결될 것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테이블을 통해 더 확장된, 그리고 관객과 밀착된 거리에서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을 때, 미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 나아가 사건 같은 것들이 고안되는 지점을 함께 나눠 보고자 했다. 작품들을 통해 작가들은 어떤 시간을 제안하고, 또 관객은 어떤 시간을 경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김웅현 1회 린킨아웃은 ‘세트상품’을 만들었던 게 재밌었다. 신진작가들이다 보니 어떻게 작품을 감상해야 할지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뉴판 겸 도록을 만들면서 작품들을 묶어서 감상할 수 있는 세트를 만들었다. 일민미술관 전시는 참여 작가가 78명이나 되기 때문에 세트상품을 기획하지는 못했다.

이솜이 세트상품은 작가들의 작업을 보다 주관적으로 소개한 기획이었다. 작업들을 5개의 카테고리로 나눈 후 ‘데자뷰-리 피크닉세트’, ‘스모크드 1955-6 세트’ 등과 같은 재미있는 이름으로 두 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했다. 전시를 보시고 ‘#연희동맛집’이라는 해쉬태그를 다는 분도 있었다(웃음). 작은 공간에서 원테이블로 진행된 행사임에도 12일간 300여 명이 방문했다. 기다리는 관객도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에 대한 부담이 일민미술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린킨아웃 참여작가가 12명에서 78명까지 확장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웅현 린킨아웃을 《퍼폼》에 포함한 것은 《퍼폼 2017》, 《퍼폼2018》에서의 ‘데이터팩’1 경험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고민한 결과였다. 데이터팩은 많은 작가의 아카이브를 보여준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추천 방식으로 많은 작가를 섭외하고자 했다.

 

참여 작가가 78명으로 늘어난 데 반해, 한 번에 대여할 수 있는 작품 수는 한정되어 관람객들이 공통된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솜이 78명의 꽤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한 테이블에서 3개 정도의 작품을 감상하면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한 작품을 대여하면 최대 1시간 30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보장하였는데, 이는 최소한의 질적 경험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고, 대기하는 관객이 많은 상황에서도 지켜진 규칙이었다.

김웅현 전시를 기획할 때 미디어 경험 시 ‘피로도’가 중요한 요소였다. 작품을 어느 정도 감상하면 피로해질까 생각했을 때 최대치로 잡은 게 세 작품이었다. 그리고 작품을 제공하는 스태프가 작가를 대신한 유사 퍼포머가 되어야 했기 때문에, 스태프 한 명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역시 3개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관객이 78개의 작품을 다 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작가들의 퍼포먼스가 이뤄지는 ‘쇼케이스’ 뿐만 아니라 전시 형태의 린킨아웃에서도 스태프들이 유사-퍼포머처럼 느껴져 《퍼폼 2019》의 경험 전체가 퍼포머티브하게 느껴졌다.

이솜이 단순한 스크리닝에 그치는 작가도 있었지만, 어떤 작가는 오마카세 스시집처럼 시간대별로 스태프의 구체적인 행동요령을 설정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박경률 작가의 작업은 테이블에 캔버스와 여러 오브제들을 놓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작가의 퍼포먼스를 가능한 유사하게 모방할 수 있도록 준비한 전담 스태프가 관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김웅현 스태프들이 유사 퍼포밍을 하려면 지침과 타임테이블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작가별 매뉴얼이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사례는 게임을 만드는 정동욱 작가나 김영수 작가 같은 경우다. 보드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 게임마스터가 존재해야 했는데, 해당 게임을 배우면서 스태프의 역할이 단순히 작품을 내어놓는 것에서 게임마스터 역할을 하는 유사 퍼포머 형태로 진화했다.

 

린킨아웃의 경험은 확실히 흥미로웠지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의 수에 명확한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간을 늘려야 할텐데, 이 경우에는 전문 스태프가 상주해야 한다는 점이 운영상 부담으로 다가올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피드백이 있었는가?

김웅현 린킨아웃을 상설로 운영해야 한다는 피드백을 가장 많이 받았다. 하지만 《퍼폼》에서 단발성이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퍼폼》은 일종의 제안들이었다. 작가들의 작업을 모은 ‘데이터팩’은 가장 강력한 제안이었고, ‘쇼케이스’는 퍼포먼스라 불리는 비물질 예술을 오롯이 선보일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제한된 조건으로 행사를 치르면서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올해에는 린킨아웃을 전면으로 내세우기 위해서 토크를 줄였는데, 3회까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도 담론 형성을 위해서였다.

이솜이 《퍼폼 2019》에서는 작품이 하루에 약 300회 정도 대여되었는데, 비록 작품 자체의 영구적인 구매는 아니었지만, 관람객들이 대여권을 구매했다는 점은 시간, 경험, 비물질 예술을 판매하고자 노력했던 《퍼폼》에게 의미 있는 현상이었다. 개인적으로 추후엔 상설로 린킨아웃을 진행하고 싶은데, 이때는 10여 명 정도의 신진 작가를 소개하고, 2~3달 간격으로 그 라인업을 다양하게 로테이션 시키고 싶다.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보다 더 가까이에서, 밀착된 환경에서 소개함으로써 작가들에게는 작품을 보다 깊이 있게 소개할 기회가, 관객에게는 동시대 미술을 이리저리 뜯어보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일민미술관에서 진행된 《퍼폼 2019: 린킨아웃》, 이미지 제공: 퍼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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