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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바우하우스100

글 임근준, 이정훈, 최윤정, 진휘연 외

이번 특집은 바우하우스 100주년이다. 1919년, 저 멀리 독일에 세워진 예술학교를 100년이나 지난 지금, 그것도 한국에서, 왜 기억해야 하는가? 잠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면 그 답을 금방 찾을 수 있다. 장식성을 배제한 심플한 디자인의 책상, 의자, 램프 같은 우리 일상을 채우고 있는 온갖 물건들은 물론이고, 매일같이 접하는 글자들의 타이포그래피, 심지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건축까지. 바우하우스의 영향은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다. 오늘날 끊임없이 발달하는 기술과 함께 점점 더 중요해지는 기술과 예술의 관계를 생각해보아도 바우하우스 정신은 의미가 깊다. 바우하우스만큼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예술 운동은 찾기힘 들 것이다. 그래서인지 세계 곳곳에서 바우하우스 개교 100주년을 기리는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바우하우스의 고향인 독일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바우하우스의 100년을 돌아보고 지금의 의미를 고민하는 전시, 영화, 출판, 그리고 연구들이 풍성한 결과물로 정리되고 있다. 영화 〈바우하우스〉도 개봉했고, 한국의 전문가 18명이 함께 쓴 책 『바우하우스』도 출판되었다. 『미술세계』 지면에서도 바우하우스의 유산을 돌아보고, 독일 현지와 한국의 여러 가지 바우하우스 100주년 관련 전시들을 톺아본다. 나아가 바우하우스의 여성 디자이너를 다시 조명하며 누락된 역사까지 되짚어 볼 것이다.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은 바우하우스의 유산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이후 100년의 삶과 예술을 고민할 것인가. 『미술세계』와 함께 그 고민을 나누어보자. 

 

● 바우하우스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 임근준 미술·디자인 이론/역사 연구자

● 독일의 바우하우스 100주년 연계 전시들 - 이정훈 독일통신원

  《바이마르에서 온 바우하우스》 |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박물관

  《오리지널 바우하우스》 | 베를리니쉬 갤러리

  《아반티-아반티-100》 | 하우스 렘케

  《일상을 형성하다! 동독에서의 바우하우스-모더니즘》 | 동독 일상 문화 기록 센터

● 《바우하우스 100주년 오프닝 페스티벌》 | 아카데미 데어 퀸스테 - 최윤정 독일통신원

●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 | 금호미술관 - 한혜수 기자

●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바우하우스 100주년 특별전》 섹션 - 장서윤 기자

● 마리안네 브란트, 성(性)에 가려진 바우하우스의 대표 디자이너 - 진휘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1. 최초의 모더니스트 조형 교육 기관이었던 바우하우스는, 갑갑한 독일식 아르누보 취향의 미술공예학교를 인수해 그 체제를 업데이트한 학교였다. [즉, 설립자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의 주장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학교는 아니었고, 일종의 개선안이었다.] 

(...)

2. 바우하우스는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독일인들이 공유하고 있던 미국식 표준화 생산 체제에 대한 공포 덕분에, 검증되지 않은 혁신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다. 독일에서도 미국에서도, 이 점은 강조하지 않는다.

-임근준, 「바우하우스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중

 

스위스 출신의 현대 미술 작가 레나테 버셔(Renate Buser)의 설치 작업. 오스카 슐레머(Oskar Schlemmer)의 바우하우스 계단 회화 작업과 《오리지널 바우하우스(Originial Bauhaus)》 전시가 열리고 있는 베를리니쉬 갤러리의 상징인 X자로 교차하는 계단 건축물과 모두 관계한다. 사진: Catrin Schmitt

지난 9월 6일 베를리니쉬 갤러리(Berlinische Galerie)에서 《오리지널 바우하우스(Originial Bauhaus)》라는 제목의 전시를 선보였다. (...) 이러한 작품의 나열 속에서 전시는 또한 ‘어떻게 마르셀 브로이어의 튜블러 스틸 체어에 앉은 여성이 바우하우스의 가장 유명한 이미지가 되었는가’, ‘산업적 생산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마리안네 브란트의 찻주전자 작업들은 왜 여전히 유일한 원본으로 여겨지는 것인가’ 등의 질문과 14가지의 역사적 사례를 이야기하며 관객을 이끈다. 이는 전시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리지널’의 의미에 관한 의문을 던지는 것으로, 원작과 리프로덕션, 리에디션, 리메이크 작업의 상관관계를 지난 역사 속에서 살펴보며 바우하우스가 20세기 예술과 디자인에 끼친 영향을 고찰한다. 전체 전시를 관통하는 바우하우스 작품의 원본이 지닌 의미와 재생산 작업과의 관계라는 주제 아래 전시는 구조적인 틀 안에서 연속성을 형성하기보다 개별적으로 자리하여 세부 주제와 이에 해당하는 작업을 집중 조명한다.

-이정훈, 「독일의 바우하우스 100주년 연계 전시들: 오리지널 바우하우스/베를리니쉬 갤러리」 중

 

 VR 설치작업 〈360° 총체 무용극(Das Totale Tanz Theater 360°)〉 ⓒInteractive Media Foundation

오프닝 페스티벌의 중심에 선 바우하우스 총체극(Totaltheater)은 무대와 객석 사이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제4의 벽’을 깨고자 했으며. 극장 전체를 공연이 진행되는 무대로 만들고자 음향, 빛 등의 공연 요소를 동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대는 인간이 공간과 신체를 새롭게 경험하는 가상 세계가 되었다. 바우하우스 탄생 이후 100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기술도, 인간이 기술과 맺는 관계 방식도 변화하였는데, 이번 오프닝 페스티벌은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바우하우스 탄생부터 VR(Virtual Reality) 기술까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궤도를 만들었다. 이 궤도의 중심축은 바우하우스의 총체극이 갖고 있던 갈망, 즉 기술의 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환경과 이 환경 속 인간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 바우하우스도 바그너가 지녔던 총체예술의 개념을 이어나갔다. 바우하우스 또한 기술과 예술의 통합을 목표로 했는데, 더 나아가 기계가 중심이 된 새로운 세상 그 자체를 제시하려 했다. 인간의 모든 감각을 둘러싼 새로운 세상의 경험, 그것은 연극성이 선사하는 몰입을 통해서 가능했다. 여기서 바그너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공연에서 배우와 서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최윤정, 「기계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 인간의 환경을 구성하는 총체예술: 《바우하우스 100주년 오프닝 페스티벌》」 중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 3층 바깥 전시장 전경, 이미지 제공: 금호미술관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은 금호미술관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마르셀 브로이어, 미스 반 데어 로에, 빌헬름 바겐펠트 등 바우하우스 디자이너들의 오리지널 디자인 60여 점과 루이지 콜라니, 아르네 야콥센, 찰스와 레이 임스 등 유럽 및 미국 디자이너들의 가구와 주방 오브제, 어린이 가구를 아우른다. 이를 통해 20세기 디자이너들의 실험과 혁신이 지금까지도 영향력 있는 유산으로 남아 있으며 현재의 풍경을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금호미술관 전시의 가장 큰 장점이자, 여타 전시와의 변별점은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오리지널 에디션을 어렵지 않게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이라는 제목 그대로 전시를 두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다. 오리지널 바우하우스 디자인과, 그 이후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그대로 간직한 디자인들.

-한혜수, 「모두를 위한 바우하우스: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 중

 

《바우하우스 100주년 특별전》 전시 전경. 이광호 작가의 〈자라나는 매듭〉이 전시장 한 가운데에 설치되어 있어 시각적으로 이목을 끈다. 사진: 장서윤 기자

이번 《바우하우스 100주년 특별전》을 ‘특별’하게 만든 부분은 바로 오늘날의 바우하우스의 의미를 탐구하고 이를 재해석한 작업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바우하우스의 유산은 디자인과 예술, 기술, 산업, 건축 등 사회 문화 전반에 퍼져있지만, 바우하우스와 관련된 대부분의 전시는 여전히 디자인에 머물러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맞이한 현재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우하우스의 유산을 되돌아보는 것에서 나아가 지금 우리에게 바우하우스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조금은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살피는 것일지도 모른다. / 전시에 참여한 14팀의 작가들은 바우하우스와 개념적, 정신적, 실체적으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기능성과 효율성을 중요시한 바우하우스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기도 하며, 바우하우스가 한국에 끼친 영향이 진정 존재했었는지를 질문하기도 하는 등 바우하우스를 다각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장서윤,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바우하우스 100주년 특별전 사용법」 중

  

마리안네 브란트(Marianne Brandt), 〈찻주전자(Tee-Extraktkännchen)〉, 1924 이미지 제공: 베를리니쉬 갤러리(Berlinische Galerie)/바우하우스 아카이브 베를린(Bauhaus-Archiv Berlin) 사진: Gunter Lepkowski ©VG Bild-Kunst

시각예술 역사에서 여성의 업적은 여성성이라는 성적 정체성에 기인하거나 남성과의 관계(실제 인간적 관계나 작업의 비교)를 통해 주로 평가받아왔다. 대상과 결과에 대한 분석 과정에 투사되는 평가자들의 오래된 성차별적 이데올로기는 폭넓고도 깊게 또 은밀하게 작동하면서 평가의 정당한 위치를 왜곡시켜왔다. 2019년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는 바우하우스도 이런 성적 차별의 기관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바우하우스에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보다 많은 수의 탁월한 여성 디자이너들이 있었고, 이들은 연극, 회화, 공연, 포스터, 도자기, 가구, 의상, 직물, 금속, 시각예술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지만 최근에서야 이들에 대한 평가와 전시가 이루어질 정도로 그동안 무시되어왔다. 이들의 작품은 새로움을 구현할 뿐 아니라 바우하우스 정신을 선도했음을 보여준다. (...) 그러나 개교 당시의 분위기와 달리 여학생들은 주로 ‘직조공방’으로 보내졌고, 이미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시기에 여학생의 입학 비율을 조정할 것을 결정했다. 뛰어난 재능을 보인 몇몇 여학생들은 그곳에서 정식 코스를 모두 마치고 마스터 자리에 올라가기도 했는데, 섬유 부문의 군타 슈톨츨(Gunta Stölzl)과 함께 금속 부문의 마스터 마리안네 브란트(Marianne Brandt, 1893-1983)는 바우하우스 역사에서도 가장 눈에 띈다. 

-진휘연, 「마리안네 브란트, 성(性)에 가려진 바우하우스의 대표 디자이너」 중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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