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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의 방: 한국과 중동의 남성성

글 정채현

홍영인, 〈이중의 만남〉, 가변설치, 350x900cm, 2014

그만의 빈 방

손홍규의 『투명인간』에서 ‘나’는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연기하며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어머니, 동생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꾸민 일이었건만, 아버지가 오래전부터 쳐둔 자리그물에 포획된 기분이었다.” 역차별의 대상인, 소외된 남성이라는 관념은 한때는 남성연대라는 이름으로 불거지기도 하고 무너지는 가장의 권위로 심심찮게 화제에 오르기도 하며, 이동용의 <아버지>처럼 표현되기도 한다. 『투명인간』의 ‘나’는 아버지라는 개인의 실종이 ‘아버지가 오래전부터 쳐둔 자리그물’에서 비롯한다고 서술한다.

시갈리트 란다우, 〈남자의 훌라〉,싱글 채널, 1:36, 1999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자신의 눈이라면, <그만의 방>은 시선이 그를 보는 제삼자로 옮겨간다. 제삼자는 그를 관찰한다.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3의 눈이 보는 젠더로 이동한다. 관객이 만나는 남성성은, 기획의도가 말해주듯 페미니즘의 성취와 상당 부분 맞물려있다. 여성 인권에 대한 의식이 고양되면서 남성은 기존과 다르게 자신의 행동을 객관화하고 감시하게 되었다. 서원태의 <오픈&클로즈>가 그 사례이다. 여성을 논의한다는 사실 자체가 남성에 대한 인식도 불러일으켰겠다. 그러나 그만의 방은 울프의 방을 잠시 빌릴 뿐, 존재하지 못한다.

한국은 1970-80년대 중동에 진출하며 석유 자본(Oil Money)을 확보해 산업화의 배경으로 삼았다. 2014년에 이르러 기업은 제2의 중동붐을 꿈꾸며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도 현장에는 중동으로 사업 혹은 전쟁으로 파견을 나가 있는 한국 남성들이 많다.

윤수연, 〈남자세상〉, 비디오, 6:57, 2013

중동에 진출하여 사업을 확장하려는 이들의 걱정 가운데 이른바 ‘후진국 리스크’가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중동의 국가들은 정세가 불안하여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중동과 관련된 서적 대부분은 국제정세(주로 미국과의 관계), 정치분쟁, 역사, 교양 경영서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동이라 하면 총기와 전쟁을 연상한다. 하산 초바시(Hassan Choubassi)가 작품 <대량살상 무기 해체>를 통해 제시하는 20세기의 상징은 자동소총 AK-47이다. 총이 대변하는 남성성이 가진 맥락은, 칼레드 라마단(Khaled Ramadan)의 정치와 젠더에 대한 오디오 작업과 교차한다.

리스크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남성은 두텁지만 연약한 바세린을 뒤집어 썼거나, 상패만으로 자신을 증명하거나, 울면 특별해지는 존재가 된다. 이 지점에서 그만의 방은 어쩐지 그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울타리로 보여 헐고픈 충동이 든다. 박재영의 <P씨의 아지트>와 자히 하크몬(Tsahi Hacmon)의 <임시자율공간 T.A.Z>가 만드는 공간은 대조적인 부분도 있지만 고립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야엘 바타나(Yael Bartana)의 <언덕의 왕들>과 이상윤의 <작업실>은 일반적인 남성성의 표상을 가져온다.

균형이라는 것은 같은 양을 배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많은 것을 모아놓고 여러 면을 구성하긴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꿰어서 말로 만들어야 한다. 어떤 스테레오타입으로 박제되는 남성을 분명히 제시하지만, 그다음의 연결 고리가 실종되었다. 전시가 미리 쳐둔 자리그물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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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물, 풍속에서 산수로: 우남 이용휘의 회화적 역정  오광수
    • 자연을 닮은 자유로운 삶을 그리다  백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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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화란 무엇인가?  정병모
    • 조선후기 민화 제작방식  김용권
    • 파인 송규태 · 너희가 민화를 아느냐  이지영
    • 예범 박수학 · 민화계의 연결고리  박이현
    • 민화와 현황과 나아갈 방향  금광복
  • THEME SPECIAL 민화:응용편

    • 홍지연 · 민화가 개입된 사건의 재구성  박정원
    • 서공임 · 그녀의 민화 다이어리  박이현
    • 강지선 · 새로운 그릇에 민화를 담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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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경제학: 서진수의 아시아! 아트마켓!  박정원
  • 원로에게 길을 묻다

    • 김병기 · 김병기의 역설적 연대기  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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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ist 1 엄재권 · 민화에 살다  박정원
    • Artist 2 김 숙 · 순정작가 김숙을 기억하시나요?  박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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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렌지색 문 너머로부터의 영화  유병서
  • WORLD ART

    • 프랑스1 · 니키 드 생팔의 생명력 넘치는 <나나>  이영희
    • 프랑스2 · 살아 움직이는 건물, 프랭크 게리의 건축 예술  서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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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드리 햅번, 아름다움 그 이상의 아름다움  백지홍
    • 전시를 매개로 확장하는 건축  정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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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공소 골목 위의 예술적 사유, 쿤스트 독  이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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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용선의 관수루 일기  홍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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