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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LOVE 1》

글 정승은

현대사회의 사랑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LOVE MAP 1〉이란 제목의 ‘도식화’가 눈에 들어온다. 중심에 ‘사랑’이 쓰여 있고 여러 갈래로 가지를 뻗어 ‘플라토닉 사랑’, ‘나르시시즘’, ‘우정’, ‘국가’, ‘종교’, ‘가족’ 등으로 나뉜다. 또 그것들은 다양한 개념의 문장으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랑’은 이처럼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LOVE〉전은 현대사회의 사랑을 ‘개인적인 이야기’로 풀어보는 《LOVE 1》전, ‘사회’와 ‘세계’로 좀 더 확장시킨 《LOVE 2》전으로 나뉘어 시간차를 두고 진행된다. 현재 진행 중인 《LOVE 1》전 작품들은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승희, 《About My Story and My Mom's Story》,비디오, 사진, 아카이브, 가변설치,2014아크람 자타리,《Tomorrow  Everything Will Be Alright》,비디오,11분49초, 2010

이승희 작가의 설치 작품 〈About My Story and My Mom’s Story〉는 작가가 18세였던 10년 전 히말라야 여행 중에 고산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가슴 저린 가족애를 담고 있다. 전시장에는 어머니의 여행가방 유품과 추억이 담긴 사진, 편지, 여권 등이 설치되어 있다. 정면의 스크린에는 작가가 히말라야에 직접 가서 어머니가 다니셨던 길을 그대로 따라다니는 영상과 함께 ‘그리움’을 담은 독백들이 잔잔하게 흐른다.

윤수연 작가는 사진 작품 〈Great Love〉를 통해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상실감에 주목했다. 미국은 2007년에 이라크 전으로 부모를 잃은 3천여 명의 아이들을 위로하고자 디즈니랜드로 초청하고 ‘G.I.Joe Barbie’ 인형을 기념품으로 나눠줬다. 하지만 정작 이라크 전에서 아빠를 잃은 레이첼은 그 인형을 뜯지 않고 방 한구석에 방치해뒀다. 천륜이라 부르는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 전쟁이라는 이기적인 사회적 결과물에 의해 비극이 되어버렸음을 꼬집는 대목이다.

레바논 작가 아크람 자타리는 영상 작품 〈Tomorrow Everything Will Be Alright〉에서 10년 전 헤어진 연인이 서로의 재회를 갈망하는 대화를 타자기로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리는 소리는 타닥타닥 타이핑 소리뿐이지만 그 시공간에는 ‘그리움’이라는 두 사람의 복잡한 감정이 허공을 떠돌고 있다. 에릭 로메르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 영상은 그저 단순한 연인 사이의 그리움 같지만, 그 이면에는 레바논의 내전 상황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마케도니아 작가 올리버 무소빅은 〈My Best Friends-Dejan〉등 사진 작품을 통해 친구, 가족, 이웃에 관한 평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반어적인 유머를 통해 마케도니아의 독립 이후 새로운 정치체제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김정은 작가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결혼’과 ‘돈’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영상 작품 〈진실한 위조-위조된 진실〉을, 임윤경 작가는 미국과 한국에서 베이비시터 일을 한 외국인들이 10년 후 그들이 돌보던 아이들에게 보내는 영상 및 설치 작품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선보였다.

고대 히브리어의 ‘사랑’은 4가지로 정의된다. 이타적인 사랑 ‘AGAPE(아가페)’, 이성적인 사랑 ‘STORGE(스토르게)’, 본능적인 사랑 ‘EROS(에로스)’, 존경과 믿음의 사랑 ‘PHILIA(필리아)’……. 하지만 〈LOVE 1〉전을 통해 만나본 ‘현대사회의 사랑’은 마구 얽혀버린 실타래처럼 그보다 더 복잡하고 미묘했다. 다양한 현실의 영향을 받으며 여러 가지 모습으로 진화한 것일까? 앞으로 우리의 ‘사랑’은 또 어떤 새로운 종으로 발전해 나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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