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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장영원: 어제,모텔

글 이미라

이미지의 감각적 연출

《장영원: 어제, 모텔》/2015.9.12~10.4/포네티브 스페이스

 

 

 

(주)신한화구의 개인전 형식의 작가 후원 프로그램인 Thinkrtkorea 기획전에 선정된 장영원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 포네티브 스테이스에서 열렸다. 그의 작품에서 눈에 먼저 띄는 것은 바로 ‘사진’의 사용이다. 사진 속 인물을 오려서 이를 재구성하여 낯선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이로 인해 화폭에는 기괴한 형상들이 탄생한다. 머리가 없는 몸통, 여러 개의 팔이 합쳐진 형상, 복제된 인물 등 뭉개지고 잘려진 인체들이 즐비하다. 이렇게 작가가 사진을 파괴하는 이유는 우선 대중매체의 영향을 받고 자란 세대임을 인정하는데서 시작한다. 이미지를 화폭에 구현해내야 하는 작가에게 영화, 텔레비전 등 기존 이미지의 간섭을 받지 않기란 어려울 수 있다. 여기서 작가는 선택을 한다, 영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를 포기하고 완전히 이것을 차용해버리기로 말이다! 일례로 그는 검색엔진을 이용했다.〈Room.S.1307〉에서는 ‘거짓말’, ‘X 보이프렌드’를 검색하자 가장 많이 노출된 이미지인 거짓말탐지기와 미란다 커 전 남자친구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투적인 이미지를 재구성하여 ‘상투성’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작가는 강구한다. 무대 세트 위에 섭외한 모델을 세워 직접 연출한 이미지로 작업을 했던 이력을 살려 이번에는 매체 속 이미지들을 등장인물로 해서 연출을 해버리는 것이다.

 

장영원,〈 Room.S.1307〉,천 위에 아크릴, 유화, 부분 실크스크린, 120×120cm,2015

이 같은 작업의 맹점이라면 차용된 이미지의 변형된 형태에만 집중하게 되는, 일종의 흥미유발만 유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영리하게도 메시지를 집어넣으려는 시도를 한다. 노출된 이미지가 가진 폭력성에 주목한 것이다. 사진은 사실을 기록하는 도구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진 이미지가 진실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사진의 사실성, 진실성에 의문을 갖는다. 유년시절의 가족사진 등을 소재로 사용한 것도 ‘과거’를 기록한 사진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과거를 반추할 수 있는 도구가 사진밖에 없는데, 어머니가 기억하는 과거와 내가 기억하는 사실이 다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시공간을 빼고 인물만 차용해요. 나름의 전지적인 시점을 확보하기 위해서요.”

사진은 판에 박힌 이미지로 우리의 시각을 사로잡고 이것이 사실이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작가는 사진을 토막(?)내서 전지적 시점을 위해 연출을 해버린다. 사진이 보여줄 수 없는 또 다른 사실인, 회화적 사실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작업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다. 예전에 유화로만 작업을 했다면 이번에는 부분적으로 실크 스크린을 사용했다. 천(섬유)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인데 천을 염색하기 위해 ‘실크 스크린’을 이용해 사진인지 회화인지 구별이 안 되게 이미지를 재현한다. 사진을 아날로그 프린트 방식인 실크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자못 흥미롭다. 그럼으로 인해 사진의 속성을 재현하면서도 스피드한 사진 작업과 달리, 천에 그림을 입히기 위해 색을 칠하고 말리고 또 색을 입혀야 해서 시간이 소요되는 사진 같은 회화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장영원,〈 Room.P.9107〉,천 위에 아크릴, 유화, 부분 실크스크린, 120×120cm,2015

 

질 들뢰즈는 감각은 욕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감각의 논리』를 통하여 언급한 바 있다. 장영원 작가의 작품이 감각적이라 느껴지는 데는 ‘사진’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자신만의 세계를 솔직하게 드러내려는 욕망 때문이라고 사료된다. 그러므로 ‘모텔’이라는 도발적인 장소도 이번 전시의 테마는 아니다.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텔 침대 위에 올려진, 작가만의 시각으로 콜라주한 구상과 비구상 사이에 있는 기괴한 형상들이 빚어내는 감각의 향연이 《어제, 모텔》 전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신의 욕망을 설사 은폐하려고 여러 층의 이미지들로 덮는다 하더라도 영상세대를 경험한 이들이라면 공감할 법한 두려움, 즉 사진 속 진실을 의심하고 불신했던 경험들이 머리가 아닌, 온 몸으로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까닭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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