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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두 개의 달 Tow Moons》

글 성민경

기억, 환영, 흔들리는 세계

《두 개의 달 Tow Moons》/8.29~11.25/고은사진미술관

 

전시 제목 《두 개의 달》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서 따왔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우연히 고개를 들어 하늘에 떠있는 달이 두 개인 것을 발견한다. 모든 점에서 현재인 1984년과 큰 차이는 없지만 1Q84의 세계는 몇 가지 사소한 일상과 역사적 기록을 달리한다. 하루키의 소설에서는 남녀 주인공인 텐고와 아오마메만이 하나의 달이 떠있는 세계에서 두 개의 달이 떠있는 1Q84의 세계로 넘나들 수 있다. 그러나 《두 개의 달 Tow Moons》을 기획한 송수정 큐레이터는 사진을 통해 우리 모두는 우리 세계의 이면을 지각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내 마음이 사는 풍경은 지금 이곳이 아님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한다.

기억은 기록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되새기는 과거의 일들은 대개 본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사실을 과장하거나, 때로는 있지도 않은 일을 지어내거나, 애써 일어난 일들을 지워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두는 기억할 만한 소재가 있을 경우에 가능한 일이다. 다이애나 마타(Diana Matar)와 마리엘라 산카리(Mariela Sancari)는 사진을 통해 시아버지의 부재와 아버지의 존재라는 기억을 완성한다. 다이애나 마타의 시아버지는 리비아의 카타피 독재 정권에 저항하다 20여 년 전 비밀경찰에 납치된다. 카타피 정권은 무너졌으나 아직도 시아버지의 생사는 알 길이 없다.

다이애나 마타 작. The Land-Hand printed silver gelatin print on paper, 2009 ⓒ Diana Matar

 

 

다이애나 마타의 〈증거(Evidence)〉는 실종된 시아버지의 흔적을 쫓아가는 일종의 다큐멘터리이다. 특히 사진과 나란히 전시된 작가의 일기는 부재하는 시아버지를 찾아가는 6년간의 고된 수행과정의 생생함을 더한다. 그러나 그녀가 촬영한 사진 작품 어디에도 시아버지의 존재를 증명할 만한 것은 없다. 역설적이게도 부재의 흔적이 한 때 존재했던 사람의 증거가 되어버린 것이다. 마리엘라 산카리는 어린 시절 스스로 목숨을 버린 아버지의 주검을 목격하지 못함으로써 죽은 이와 완벽한 이별을 하지 못한 괴로움에 빠져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이 소거된 기억은 사진을 통해 메워진다. 마리엘라 산카리는 익명의 70대 노인들에게 실제 자신의 아버지가 입던 옷을 착용하도록 연출하고 초상 사진을 찍는다. 이로써 여러 명의 가짜 아버지들의 초상으로부터 실제 아버지의 초상을 발견하는 작가는 그간 겪어왔던 긴 방황과 혼란을 마감하게 된다. 가상의 아버지들에게 깊숙이 박혀있는 무표정의 디테일과 시퀀스 방식으로 연속된 초상사진은 마치 이야기라도 하듯 관람객을 실재와 허구 사이로 넘나들게 한다. 〈모이세스(Moisés)〉는 이처럼 현전의 환영을 만들어냄으로서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을 치유하는 하나의 장치가 된다.

마리엘라 산카리, 〈모이세스(Moisés)〉시리즈, Archival Print, 2012 ⓒ Mariela Sancari

 

 

민혜령의 〈개인적 풍경〉은 자신이 살았던 두 개의 도시를 뒤섞어 만들어낸 사진이다. 그녀는 한국과 뉴욕이라는 서로 상반된 두 개의 장소를 합쳐 원근감이 상실된 그녀만의 2차원적 도시를 구축한다. 관람객은 친숙한 듯 낯설게 다가오는 이 이중적 공간으로부터 서울과 뉴욕 그 어디에서도 한 곳에 대한 그리움을 접을 수 없는 그녀의 기억과 본능에 공감하게 된다.

 

존 세르빈스키(John Chervinsky)는 사진가이면서 하버드 대학의 응용물리학자이다. 작가는 정물(사과, 오렌지 등)을 촬영하고 그 일부를 잘라내어 중국에 있는 익명의 화가에게 동일한 그림을 의뢰한다. 그리고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온 유화를 다시 기존의 정물에 설치하여 촬영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그가 7개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프레임은 현재로부터 과거를 떼어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관람객은 〈스튜디오 물리학 Studio Physics〉을 통해 테두리와 배경이미지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차이로부터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시간의 간극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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