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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글 이미라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경. 미술관 앞으로 행궁광장이 있고 옆에는 수원화성행궁이 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10월 8일 개관했다. 국공립미술관으로 다섯 번째 규모로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이 9,661.94㎡인 큰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의 특징이라면 문화 유적지와 연결되는 지리적 이점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수원화성행궁이 옆에 있고 팔달문과 장안문이 인근에 있는 등, 정조가 설계한 도시 화성의 건축 문화를 미술관을 방문하면 더불어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 측에서는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관람객에 포함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수원문화재단과 화성 박물관이 인접해 있어서 문화적 거점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이처럼 수원지역의 문화 발달을 위해 세워진 이 미술관은 그러나 시민단체와 언론의 비난을 사야만 했다. 실제 10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원시 미술관=현대아이파크 홍보관’, ‘아파트명 창피해요, NO! I-PARK’ 등의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든 시민단체의 시위를 목도할 수 있었다. 이는 일차적으로 시립미술관에 아파트 브랜드명인 ‘아이파크’가 사용된 데에서 오는 반발이었다. 수원시는 팔달구 정조로 부지에 현대산업개발(대표 정몽규)이 300여 억 원을 들여 미술관을 건축하여 기부 채납하는 대신, ‘아이파크’ 명칭을 사용하도록 수락하였다. 이로 인해 ‘수원공공미술관 이름 바로잡기 시민네트워크’가 발족되었고 이들은 미술관 개관일에 ‘수원시립미술관’ 시민 개관식을 진행하는 등 미술관 명칭 사용에 관한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라이브러리. 아트&디자인 특화 도서관이다.

사실 수원시에는 ‘선경도서관’, ‘수원KT위즈파크’, ‘수원SK아트리움’ 등 기업의 명칭을 딴 공공시설물들이 여럿 있다. 그러므로 기부채납 형식으로 기업의 이름이 붙은 시립미술관의 명칭이 이례적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화가 난 까닭은 정작 따로 있었다. 바로 수원시의 ‘밀어붙이기 행정’ 때문이었다. 명칭 사용과 관련하여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이 어떤 논의과정을 거쳐 합의하게 되었는지 행정정보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수원시가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으며 공청회, 시민배심법정(* 시민단체와 집행부가 부딪힐 경우, 객관적 입장에 있는 시민이 중재, 조정을 하는 제도)과 같은 절차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투명한 정부를 목표로 하는 정부 3.0과도 어긋나는 것이며 수원시의 ‘수원형 시민자치실현’이라는 시정방침과도 정반대의 행보인 것이다. 그러므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단지 명칭에 아이파크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시민단체와 언론 등의 비난을 받는 게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미술관 개관에 관한 행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질타를 받는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이처럼 시민단체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문을 연 미술관은 지방자치단체의 ‘보여주기’ 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법도 하다. 이는 관장도 소장품도 없이 일단 문부터 열고 차후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겠다는 자세에서도 드러난다. 미술관 측은 하지만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미술관이 되겠다는 취지로 문을 연 만큼, ‘시립’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콘텐츠와 교육 프로그램 등을 선보여서 시민의 쉼터가 되겠다는 입장은 확고히 하였다. 실제로 개관 전시인 〈수원 지금 우리들〉은 수원미술의 계보와 아카이브를 정리하고자 한 노력이 돋보였다. 5개월간 동안, 학예연구사들이 밤낮없이 뛰면서 수원의 원로작가부터 신진작가까지 110여 명의 작품들을 모은 결과, 수원미술계 역량을 한자리에서 목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카이브룸을 마련하여 수원 태생인 나혜석부터 수원교사들의 모임 활동 등으로 명맥을 이은 수원미술사를 정리하고자 한 노력도 눈에 띄었다. 또한 신진작가 발굴전을 2년 주기로 진행하고 수원지역 미술 작가전을 최소 연2회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혀 수원지역미술 육성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이번에 선보인 《아주 史적인 이야기》처럼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기획 등을 통해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보였다.

개관 특별 프로그램 《21세기 큐레이터를 말하다!》 현장.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수원시 직영으로 운영되는 미술관이다. 그러므로 공기관에 맞는 입장과 자세가 요구된다. 하지만 개관과 관련하여 수원시는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환영받아야 할 시립미술관이 많은 우려와 논란 속에 개관하게 되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아이파크’가 붙은 미술관으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향후 시민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하려면 초심과 같은 개관 취지를 잃지 않고 수원미술육성과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겠다는 일념에 집중하는 자세가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하겠다. 정조대왕의 어록이 담긴 『일득록』에 담긴 문구가 미술관 측에 필요해 보인다. “세간에 떠도는 말이 많더라도, 이에 흔들리지 않고 곧장 앞으로 나아가라. 다만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다면, 떠도는 말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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