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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3. 김창만·도전과 응전

글 백지홍

김창만

도전과 응전, 김창만

 

김창만, 순환-다시 봄, 장지에먹, 방해말 분채, 390.3x162cm, 2015

사업의 길에서 예술의 길로

서예, 문인화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던 김창만 작가가 채색화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전 《다시 봄》을 준비 중이다. 수많은 수상경력과 작품,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예술관을 살펴보다 보면 작가 김창만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그렇기에 그가 붓을 잡은 지 10년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쉽게 믿기지 않는다.

김창만 작가는 2000년대 중반까지 화장품 법인을 운영하던 사업가였다. 업계 전반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에 선 김창만은 작가의 길을 택했다. 경영 관련 5개의 최고위 과정을 밟아온 그가 익숙한 길을 포기하고 돌연 낯선 길로 접어든 것이다. “사업을 구상하다 보니 사업과 나 사이의 인연이 끊긴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체능에 자신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단지 창의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본격적으로 창작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은 2007년도에 서예를 배우면서였다. 예술의 전당과 가까운 곳에 거주한다는 점이 도전에 도움이 되었다. 이후에는 사군자, 산수화, 채색화로 장르를 넓혀 갔다. 심도 있는 학습에 욕심이 생겼고 대학교에 편입하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특히 이번 개인전은 2010년도부터 학교에서 새롭게 채색화를 접하고 소화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다.

가족들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작가가 창작을시작한 후 수입의 변화가 생겼음은 물론이고 밤이고 낮이고 붓을 들며 생활방식 전체가 변화했다. 이러한 행보를 낯설어하기보다, 함께하며 예술적 성취를 기뻐하는 이가 있었기에 계속해서 길을 걸을 수 있었다.이제 그는 스스로 끝내기 전까지 끝이 없는 예술의 길 복판에 들어섰다.

그 길 위에서 다양한 변화가 나타났다. 가장 큰 차이는 건강이 좋아진 것이다. 그림에 집중하면서 타인과 비교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던 사업가 시절 그를 괴롭혔던 다양한 신경성 증상이 사라졌다. 그림 외의 잡념과 욕심을 내려놓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미술에 집중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게 일어난 변화를 다른 이들도 경험했으면 하기 때문이죠.”

김창만, spring-10, 장지에 방해말, 석채, 분채, 53x45.5cm, 2015김창만, 순환-추, 장지에 분채, 방해말, 먹, 45.5x53cm, 2015

짧지만, 긴 시간

하루 12시간씩 9년. 김창만 작가가 예술의 길을 걸어온 시간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이룩한 것들은 모두 이 시간동안 이뤄진 것이다. 서예를 시작한 해에 서예 미술대상전에 출품한 것을 시작으로 하는 수많은 입상 경력도 마찬가지다.

9년이라는 기간은 작가에게 변화를 일으키기에도 충분했다. 서예 작업에 열을 올리던 중 몇 개월간 병 치례를 하며 작업을 쉬게 되었고, 그 멈춤이 다른 장르의 작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해왔다기보다는 하루하루에 충실하며 자신을 둘러싼 흐름을 자연스럽게 탄 것이다. 문인화, 산수화, 채색화를 만나고, 학교에 편입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 김창만의 디테일이 만들어져 갔다. 단순히 장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환경이 변화했고, 그가 만나는 이들도 변했다.

그동안의 작품들을 보면 발전 양상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압축성장이라 부를만한 과정에 대해 이야기 하니 그는 “다른 사람 10년 할 것을 1년에 했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이라든지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노력의 양만큼은 자부합니다.”라고 대답한다. 창작의 길에 들어선 이래,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지속한 작업의 결과다.

다양한 장르를 거친 그의 행보를 한 우물을 파지 않는다고 비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역시 지금까지 무언가를 이룬 것은 아니라 말한다. 그러나 수상경력이 증명하듯, 김창만은 자신이 거쳐온 각 장르에서 가벼운 마음가짐으로는 결코 이를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 그 결과 예술관이 점차 넓혀졌으며, 자신만의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토양은 점차 비옥해졌다. 발전의 바탕에는 작가가 자부하는 장점 ‘성실함’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인생의 목표를 ‘성실을 밑바탕으로 정성과 창조적인 자세로 하루하루를 노력한 삶’이라 적었던 그의 결심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김창만의 삶은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삶의 길에서 만나게 되는 난관들은 그에게 피해야 할 것이 아닌 넘어서야 할 것이었고, 끊임없는 도전이 그의 삶을 만들어 왔다. 미술에 대한 도전과 응전에는 열정을 바쳤던 사업을 떠난 후 느낀 일종의 자괴감도 힘이 되었다. 사업을 하며 쉴 새 없이 달려왔던 그는 스스로 납득할만한 결과를 낼 때까지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작업해왔다. 그의 노력을 배반하지 않는 감각 덕에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은 지치지 않고 창작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과제와 논문에 시간을 뺏기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작품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질투, 장지에 분채, 석채, 방해말, 30x30cm, 2015경탄, 장지에 분채, 방해말, 30x30cm, 2015

사랑, 장지에 분채, 방해말, 30x30cm, 2015풍경, 장지에 분채, 방해말, 30x30cm, 2015

아름다움을 추구하다

“자연주의적인 아름다움, 남들이 작품을 봤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김창만의 그림은 전통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가치에 부합한다. 맑은 색채와 트인 구도가 그의 서명처럼 모든 작품을 관통하고 있다. 색의 섞임이 탁한 결과를 낳는다던가, 구도에 시야를 가로막는 막힘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의 일부가 극단적으로 클로즈업 된 화폭에서도 그림 중 어딘가 넓은 세상으로 트인 공간이 존재한다.

구도 면에서는 젊은 작가들의 시야가 생각날 정도로 신선한 면모를 보인다. 그 역시 그림에서 구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업에서 구도를 제일 많이 신경 쓴다고 말한다. 대상을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는 작품의 핵심이다. 대상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대상을 시야에 놓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선으로 대상을 담는 행위다. 자신만의 시선은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작가만의 개성이 생기게 하며 독창적인 작품세계의 발판이 된다.

그의 작품에서는 사진의 도움을 받은 듯한 구도와 굉장히 회화적인 평면성이 함께 나타난다. 실제로 김창만은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며 자료 사진을 직접 수집한다. 수많은 작가가 작업하는 오늘날, 자신만의 시선을 찾는 일은 말 그대로 어려운 일이다. 그 사실을 작가는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가는 사진을 화폭에 그대로 옮기지는 않는다. 자신이 다루는 재료의 특성에 맞게 평면성을 수용하는 변화를 주었다. 전통적인 소재를 그리면서도 구태의연하지 않고 현대적이면서 보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오랜 기간 추구해도 도달하기 힘든 예술적 욕심이기도 하다.

김창만 작가가 그동안 가장 집중한 소재는 꽃이다. 집집마다 화단을 가꾸던 시골에서 자란 경험이 수십년 뒤 그의 창작에 영향을 준 것이다. 그리고 가장 자주 만나게 되는 꽃이라는 소재를 통해 그가 작업방식을 익히며 어떤 방향으로 화풍에 변화가 나타났는지 확인할 수 있다. 비교적 초기에는 정면에서 바라본 꽃의 모습을 탁한 색상으로 다소 무겁게 표현했다면, 점

차적으로 맑고 트인 분위기로 변화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연작은 꽃의 한 부분에 집중하여 세밀하게 표현하고 나머지 부분을 생략하여 보다 작가가 지향하는 미감이 정면에 드러난다.

 

다시 보다

‘보는 것’을 중시하는 작가가 택한 전시 제목 《다시 봄》은 보는 것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시 돌아보는 것이자, 이번에 공개되는 연작의 주제가 ‘순환’이라는 점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라는 의미이자, 그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관觀’을 뜻했다. 순환을 다시 돌아보고 통찰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꽃을 보더라도 깊이 들어가서 보고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김창만이 생각하는 작가관, 인생관을 함축해서 보여준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다시 본 것 중 하나는 자신의 화업 전반이다. “‘내가 왜 미술을 하게 됐을까?’ ‘내가 지금 미술을 잘 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미술이라고 하는 프로의 세계에 들어왔다는 생각에 위축되기도 하고, ‘아, 언제 쫓아가나...’하는 탄식도 하게 되었죠.” 깊은 고민 끝에 그는 그가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 무언가를 창조하고 싶다는 강한 열

정으로 돌아갔다. 실제로 유채꽃, 버드나무, 소나무, 가을 숲 등을 그린 최신작에서 느껴지는 화풍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꽃을 통해 표현하던 그는 그동안 배우고 익힌 것을 바탕으로 더욱 크고, 자유로운 세계로 발을 디디려 한다. 이는 앞만보던 그가 그동안의 길을 다시 돌아보며 생긴 변화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창작계획을 물었을 때 작가는 자신만의작품을 창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쫓겨서 그려왔는데 진짜 내 그림,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그림을 찾고 싶다는 것이다. 다양한 공모전을 위한 작품을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한 작품을 그리며 숨 가쁘게 달려오다 보니 수많은 작품 속에 자신만의 작품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지금도 석사 과정을 밟으며 500호 작업을 끝내고, 내년 3월에 1000호 작업을 발표하기 위한 계획을 잡고 있다. 어쩌면 다시 보고 있는 지금, 토대를 쌓기 위한 막바지 과정에 달했는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선보일 새로운 장은 지금까지의 점차적인 변화를 넘어 보다 파격적일 수도 있다. 최근작들에서 보이는 유연함은 이러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맑고 트인 그의 개성이 어떤 도전과 응전을 통해 변주될지 궁금하다


유중 김창만 작가는 충남 서산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11월 2일 두 번째 개인전《다시 봄》을 개최하며, 북경올림픽 국제아트페어, 국제문화 아트페어, A&C New Art Fair 등에 참여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입선, 대한민국 남농미술대전 특별상, 국제문화 미술대전 금상, 대한민국 아카데미 미술대전 우수상,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우수상, 2008 북경올림픽 개최기념 국제아트페어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현대미술협회, 한국문화예술연구회, 대한민국 남농미술대전, 대한민국 아카데미 미술대전 초대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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