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에
홍용선
지금 밖에는
바람 불고 낙엽 흩날리고
추운 비까지 내리는 한밤중인데
여기 화실 안에는
꽃이 만발하고 나비와 새들이 날고
열매까지 익어가는 봄이 가득하다
지나온 내 인생은
온통 쓸쓸하고 서글픈 늦가을인데
지금 내 가슴은
화창하고 풍성한 환한 봄날이다
숱한 세월을 돌고 돌아
지금
여기에 이르러서야
나는 드디어
빛나는 봄날이 되었다.
양평 관수루(觀水縷)에서 일사(一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