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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작은 동네 미술관, 닷라인TV

글 정윤희

닷라인TV 입주작가전: 작업실 미편집본/2015.12.22–2016.2.22/서울시 마을예술창작소 닷라인TV

김현호, 〈소환프로젝트-정우미〉, 단채널 영상, 5분 57초, 2015

지하철에서 내려 15분쯤 걸어 올라가면 다다를 수 있는 조용한 동네. 닷라인TV는 그 안에 위치하고 있다. 외관은 여느 가정집과는 다름이 없고 이정표는 목적지에 거의 다다라야 겨우 볼 수 있다. 문을 열고 신발을 벗어 미술관에 들어서자, 내부 역시 보통의 가정집과 많이 닮아 있었다. 작지만 예쁜 주방이 보였고 전시 공간의 한편에는 편안한 의자도 여러 개 놓여 있었으며, 동네 아이들과 강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의 방문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도 곧 눈길도 주고 말도 붙여주었다. 

이곳은 주민들과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대안공간으로서 2011년 개관하였고,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2013년 본격적인 시의 지원을 받아 마을예술창작소로 선정이 되어 재개관하였다. 제법 잘 꾸려지고 있다는 마을예술창작소라지만, 동네에 벽화 한 점이 없고 미술관은 조용조용하게 존재한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은 주민들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만큼, 시끌벅적한 활동이 아닌 자연스러운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시는 미술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쉽게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이 되고, 교육프로그램은 미술 활동은 물론이고, 발효음식 만들기, 한자와 영어 배우기 등 생활 속의 다양한 분야에 걸치고 있다. 

지금은 동네 사람들 모두가 아끼는 공간이 되었지만, 개관해서 정착하기까지 험난한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이곳에 미술관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어르신들은 가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이야기 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을 두고 호통을 치기도 하고, 여기서 무얼 하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하지만 자녀들이 일을 하러 간 사이 홀로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할머니들, 그리고 맞벌이 가정의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의 비빌 언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곳의 존재를 사람들은 점차 고마워했고, 이번에는 어떤 그림이 걸렸냐며 구경도 자주 오고, 이곳의 관리와 운영에도 제법 많은 참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오수, 〈바라보다-사람들〉, 백토, 청자토, 25×40cm, 2015지난 12월부터 올 2월까지 《작업실 미편집본》이라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으며, 오수, 시뮤, 김진선, 김현호 작가가 참여하고 있었다. 오수와 김현호 작가는 레지던시 작가이고, 시뮤와 김진선은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이다. 김진선은 캔버스 위에 볼펜으로 동네의 깨알같은 풍경과 수많은 사람들을 그려 넣었다. 시뮤는 어른이나 아이들의 꿈속에서 등장할 것만 같은 여행과 환상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담았다. 오수는 일찍이 닷라인TV와 기획 활동부터 같이 해온 작가로서, 일상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평범한 사람들을 작게 그리거나 빚어서 작업을 한다. 닷라인TV는 레지던시 작가의 입주기간을 일정하게 정하지 않고 있으며, 언제까지라도 작가가 원하면 동네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오수 작가는 이곳에서 여러 차례 전시를 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작가의 작업은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 거리가 될 만한 소재들을 찾아 조금씩 형태를 바꾸기도 하였다. 작은 사람인형을 동네 곳곳에 숨겨놓아 숨바꼭질을 하기도 했고, 근처에 있는 구립도서관에서 선반과 위에 작은 설치 작업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보다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전등갓을 함께 만들기도 했다. 

김현호 작가는 동네 사람들이 그리워하고 있는 누군가를 소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전시공간에서는 어린 시절의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 인형을 품에 안고 행복해하는 나이 든 부부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니 동네 꼬마가 소환해 달라고 한 물고기와 동네 사람들이 그리워하고 있는 인물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두 레지던시 작가 모두 낯선 이의 방문에 신나하며 작업실과 작업들을 보여주었다. 

미술관과 동네를 둘러보며 성경에 등장하는 누룩을 떠올려 보았다. 반죽 속에 들어가 있는 누룩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지만 소리 소문 없이 반죽을 부풀리고 숙성시킨다. 이 작은 동네 미술관이 마을 사람들과 맺는 관계들이 앞으로 우리 미술계와 사회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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