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TOP

REVIEW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글 김현

《조해나 개인전: 타원궤도》/1.7~1.27/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

 

조해나, 〈타원궤도(Elliptical Orbit)〉, 기둥:고정된 축(Immovable axis), 스탠드:미동 (The subtle movement)

투명 아크릴로 만들어진 전시 제목 네 글자가 팬 대신 조명을 달고 있는, 회전하는 선풍기에 의해 길어졌다가 짧아지는 그림자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낸다. 이 단순하고 고정됨 움직임은 일정한 반경 안에서 무한히 타원궤도를 그리고 있다. 전시 제목 ‘타원궤도’는 물체가 운동하며 그리는 길쭉한 동그라미 모양이라는 뜻으로 행성의 인력으로 그 주위를 선회하는 위성의 움직임이나 지구의 자전, 공전과 같이 우주적 차원의 운동을 지시하면서 동시에 주변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움직임을 응시하고 그 둘을 관계 짓고 있는 듯 보인다.

지름 190cm 크기의 투명 애드벌룬에 일정한 시간마다 스모그가 채워지는 〈투명한 스모그〉는 지구의 기울기와 같은 23.5도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애드벌룬 위로 투사되는 영상은 스모그의 비정형적 운동과 그 양에 따른 투명성에 영향을 받으며 동일함이 전제되지 않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동〉의 경우 바닥을 향한 원형의 빛이 3분의 주기로 서서히 모양을 달리하며 초승달에서 그믐달로 변화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천장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는 긴 천이 모터의 동력에 의해 몸통을 비틀었다가 풀기를 반복하는 〈고정된 축〉 역시 그 움직임을 인식하기 힘들 만큼 천천히 작동한다. 이 조용하고 더딘 움직임들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어느 과학자의 말처럼 인지하지 못했던 존재의 운동과 질서를 새삼 느끼게 한다. 그의 작업이 분명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키네틱 아트의 장르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하더라도 공감각을 자극하는 화려한 테크닉 없이 내면을 자극하고 움직이는 에너지를 감지할 수 있었다. 바닥에 설치한 반투명 아크릴에 3채널 비디오로 각자 다른 공간과 시간의 움직임을 포착한 〈타원궤도〉는 특유의 공간 감각과 절제된 표현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모니터의 역할을 하고 있는 아크릴의 형태를 비스듬히 세우거나 접어놓는 방식으로 영상이 왜곡되고 바람이 스치는 소리나 물건이 부딪치는 소리, 잔잔한 기계음 같은 사소한 일상의 소리들이 과장됨 없이 자연스럽게 전시장에 감돌았다. 그 옆으로 오래된 양은 쟁반 위를 돌고 있는 자전거 장난감에 목성의 위성인 ‘이오’라는 제목을 붙인 작품을 만나게 되는데 행성 중 가장 크다는 목성의 위용에 아랑곳없이 알록달록한 꽃무늬 위를 내달리고 있는 움직임이 재치 있다.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명왕성의 위성의 이름을 붙인 〈카론〉은 진자 운동 원리로 철봉 운동을 멈출 수 없는 체조 선수 장난감을 응원하듯 그의 머리 위에 작은 선풍기를 설치해 바람을 제공하고 있다.

조해나의 작업은 인간을 소우주로 비유한 동양 철학의 거창함을 내려놓고 우주와 자연의 질서를 일상의 움직임과 주변의 사물을 통해 발견하는데 이를 구현하는 방식이 첫 개인전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과감하고 세련된 감각을 선보였다. ‘기울어진 틈새로 비스듬히 쌓아올린 것들’ 사이로 만난 소우주의 일상은 느닷없이 아름다웠고 궤도를 벗어나는 일탈을 기다리는 것 또한 흥미진진했다.

THIS DIRECTORY

THIS ISSUE